부안 주민설명회, 반대주민들로 인해 무산
10년전 방폐장 사태같은 군민간 갈등 우려

▲ 서남해 해상풍력사업 부안 반대대책위 소속 주민들이 주민설명회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투뉴스] “기자 신분증이 없으면 들고 있는 카메라를 부숴버리겠다”

격앙된 분위기였다. 지난 25일 부안군 부안읍 서외리에 있는 컨벤션 웨딩홀에서 열려던 서남해 해상풍력사업 주민설명회는 시작조차 못하고 무산됐다. 회장에 참석했던 한 기자는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다 화가 난 주민에게 제지당했다. 본지 기자는 황급히 가방에서 신분증을 꺼냈다.   

설명회는 부안지역 어촌계 및 수협 소속 주민들로 구성된 서남해 해상풍력사업 반대대책위원회가 회장을 점거하며 시작 전부터 어그러졌다. 반대대책위에 따르면 집회신고 인원은 300여명이나 설명회장 외부에 있는 주민까지 포함하면 신고인원의 두 배 가량이 참석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반대대책위는 서남해 해상풍력사업 반대 이유로 어족자원 고갈을 가장 염려했다. 이무현 반대대책위 위원장 대행인(60)은 “정부가 2020년까지 378km²규모로 대규모 풍력단지를 조성하려는 부안 위도해상은 어족자원의 먹이·산란·서식지가 풍부한 천혜의 어장”이라며 “이미 새만금개발 사업으로 401km²에 해당하는 황금어장이 사라졌다. 어업인의 삶의 터전을 짓밟는 개발 사업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부안지역의 반대가 이토록 극심한 이유는 과거 정부가 사업을 추진할 시, 주민들이 받은 고통 때문이다. 부안은 유독 굵직한 국책건설사업과 관련이 많았다.

전라북도 군산시와 고군산군도, 부안군을 연결한 길이 33.9km의 새만금 방조제 사업을 비롯해 2003년에는 방사능폐기물처리장 유치사업을 두고 같은 지역 군민이 격렬히 충돌한 바 있다. 사업은 철회됐지만 어획량 감소나 소음을 이유로 어촌계 주민들이 정부 사업에 낮은 신뢰를 보이고 있다.

전북 부안군 위도 및 고창군 해역에 60MW규모의 해상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조성사업에 대해서도 당연히 반감을 갖고 있었다.

김재태 부안 수협격포어촌계 계장은 “만약 정부가 서남해 해상풍력사업이 정말 주민들을 위한 사업이라면 어촌계 주민들을 비롯해 최소한 도지사나 군수, 국회의원 등이 자리한 상태에서 신뢰성을 갖고 설명회를 했어야 한다”며 “과거 어촌계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했다지만 우린 금시초문” 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상규 한해풍 본부장은 “설명회는 물론 어획량 감소를 우려하는 어촌계 주민들을 모시고 제주도 견학도 하려했다”며 “반대가 심하셔서 결국 모시는 것을 포기하고 부안군 내 다른 주민분들과 두 차례 설명회와 제주도 견학을 했다”고 밝혔다. 
 

▲ 서남해 해상풍력사업 부안 반대대책위원회 소속 주민들이 설명회장 바깥에서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참석자 중에는 피해대책위원회 소속 주민들도 있었다. 피해대책위는 어촌계나 수협이 아닌 요식업이나 상공인으로 사업 반대가 아닌 피해보상을 중심으로 구성된 단체다. 이날 피해대책위를 두고 반대대책위 소속 주민은 “사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도 없는 짠물에 발 한쪽도 담그지 않는 사람들과 무슨 설명회를 하느냐”며 “통닭집을 운영하며 맥주를 파는 피해대책위원장을 두고 무슨 어업피해보상을 논하느냐”고 고성을 냈다. 피해대책위 소속 주민들은 이날 설명회가 무산되기 이전회장을 일치감치 빠져나갔다.

한 반대대책위 소속 주민은 “이대로 설명회가 열리면 지역사정을 모르는 국민들은 사업이 이대로 진행돼는 줄 알 것 아니냐”며 “또 10년 전 방폐장 사건처럼 반대대책위 소속 주민과 피해대책위 소속 주민이 갈라져 군민들 간에 지독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제 2의 부안 방폐장 사태를 우려했다.
      
이날 주민설명회 시작 이전 화가 난 반대 주민들로 인해 한해풍 직원 중 한명이 인대손상으로 4주의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부안군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설명회 참석인원 중 일부는 인근 낭주건강대학 노인들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대책위 소속 주민은 노인들에게는 고급 수건 한 세트가 증정됐다고 얘기했다.

한편 서남해 해상풍력사업은 이날 주민설명회를 마무리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전원개발실시계획 승인을 요청할 예정이었다. 이날 부안 주민설명회는 무산됐으나 고창과 위도에서 이미 3번의 설명회가 열렸기 때문에 법적으로 승인을 위한 절차상의 문제는 남아있지 않다.

특히 거센 항의로 부안에서 다시 주민설명회가 열렬 가능성이 크지 않으나 한해풍 관계자는 도의적으로도 주민설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설명회가 무산된 후 설명회장 입구에서 한 어촌계 계장과 한해풍 직원이 사업에 대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어촌계 계장이 “국회의원이나 도지사를 모시고 설명회를 다시 하자. 그때 한해풍 직원들이 참석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하자, 한해풍 직원은 “불러만 주시면 당연히 윗분들을 모시고 참석하겠습니다”라며 반색했다.

또 계장이 “새만금방조제 가력도에 있는 풍력발전기 2기로 소음과 그늘로 인해 고기가 없다고 한다. 주민들이 어족자원 고갈을 걱정하는데 꼭 이 사업을 해야겠냐”고 하자, 한해풍 직원은 “계장님께서 저와 꼭 팔짱끼고 제주도 한번 가셔야 합니다. 가보시면 압니다”라고 말했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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