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 에너지시스템공학부 / 기술경영경제정책 대학원협동과정

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기술경영경제정책 대학원협동과정
[이투뉴스 칼럼 / 허은녕] 우리나라의 수천년 역사 동안 한반도 등 우리나라 국토에 부존된 에너지 및 광물자원을 거의 다 파서 수출하거나 써버렸으며, 지금은 남아 있는 지하자원이 거의 없다는 건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최대의 자원인 사람을 교육하고 기술을 개발해 지금의 산업과 경제성장을 이루었음도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에너지의 역사 역시 그러하다. 1970~1980년대 거의 15년 기간 동안 두 차례나 발생한 석유위기에 준비없이 당했던 우리나라는 국내 유일의 부존에너지자원이었던 무연탄을 적극 증산했으며, 그 덕택에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초고속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그러나 석유위기가 종식된 이후에 국내 석탄을 계속 생산하기보다 이를 대신해 한국에서 단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던 에너지원인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도입했다.

원자력은 전기를, 천연가스는 난방과 취사 부분의 석유사용을 대체해 석유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에너지 공급구조를 혁신했다. 또한 원유의 수입가격이 크게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수입부과금을 추가해 이를 기반으로 석유기금을 만들어 에너지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사용했다. 이때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단순히 외국 회사에서 수입하지 않고 국내기술력 보유를 위한 기술개발과 독자적인 인프라 구축에 엄청난 자금을 투자했으며, 현재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과 천연가스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 되었고, 기술을 수출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외환위기와 온실가스 문제가 동시에 우리나라를 덮친 직후인 2001년,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로 인해 알짜배기 해외자원개발사업을 내다 팔면서도 제1차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과 제1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국내석탄산업의 합리화 정책으로 이제 97%의 에너지와 자원을 수입하게 된 나라에서 돈까지 바닥나자 장기적으로 에너지 안보 문제에 대비하고 함께 온실가스 문제에 대비하자는 측면에서 두 가지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고유가 이전에 정책을 수립했으니 적기에 잘 수립한 것이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 정책의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 정책 수립 이후 10여년간의 고유가 시절에 기술개발이나 기초인프라 투자가 아닌 사업비나 보조금에 정부 예산의 대부분을 투자했고 민간 역시 연구개발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해외자원개발을 맡은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의 기술개발비 투자 비중은 국내 공사들 중 최하위이며, 다른 에너지 분야 공사들 역시 연구개발비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특히 에너지분야의 민간기업들이 연구개발비를 투자하지 않는 것은 신기술의 산업화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2013년 에너지분야의 정부연구개발비는 1조 6천억원 규모이나 민간의 연구개발비는 6,700억원 규모로 에너지분야 국가 총 연구개발비 중 민간이 담당하는 부분이 30%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기계분야의 경우 민간의 연구개발비 부담비중이 77%, 정보통신분야는 87%, 나노 분야는 91%에 달하며, 정부 부담비중이 높다고 알려진 바이오 분야조차도 민간이 38%를 담당하고 있다.  그나마 이는 나아진 수치로서, 2008년 에너지 분야 정부의 연구개발비는 약 1조원에 달했다면 민간은 겨우 1750억원 수준으로, 15%에 불과했었다.

그런데 이제 민간은 고사하고 정부의 에너지분야 연구개발비 조차 크게 삭감되고 있다. 자원개발분야의 올해 신규 연구개발비는 전액 삭감되었으며, 타 분야 역시 크게 줄어들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연구개발비의 자금원천인 에너지특별회계(에특)와 전력기반기금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석유가격과 전기가격을 높여 얻어진 그 기금들을 미래를 담보할 기술개발에 투자하지 않고 어디다 쓰고 있는지 정말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유럽은 에너지절약기술과 신재생에너지기술에, 미국은 셰일가스를 값싸게 생산하는 기술개발에 성공했고, 이러한 노력이 고유가 시대의 종말을 앞당겼다. 부존된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기술개발 노력 없이 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어찌 높이고, 다가올 미래를 어찌 준비할 것인가. 기술개발 없이는 경제성장도, 녹색성장도 모두 힘든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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