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강희찬] 한국은 지난 6월 29일로 UNFCCC에 국가자발적감축목표(INDC,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를 제출했다. INDC란 기존 당사국총회에서 결정된 사안으로 2020년 이후 신기후체제에 향후 2030년까지 각국이 얼마만큼의 온실가스를 감축할지를 자발적으로 결정해 보고하는 것이다.

특히 올해 말 파리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신기후체제 합의문 도출을 위해 한국을 포함한 150국 이상의 모든 당사국이 INDC를 제출하기로 했다. 올해 9월 1일 현재, 29개의 INDC가 제출된 상태이며, 개별 유럽연합 회원국을 고려하면 57개로 집계된다.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전체를 고려하면 약 1/3정도로 저조하지만, 저개발국가를 제외하고 온실가스 다배출국가를 고려하면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은 지난 6월 말 제출 당시 2030년 BAU대비 37%의 감축목표를 설정했는데, 이 수치는 2020년 BAU대비 30%라는 감축목표와 비교해 다소 완화된 감축목표이지만, 크게 후퇴한 수치라고 보긴 어렵다. 특히 산업계의 심한 반발과 현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미온적 태도를 감안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이 제출한 37% 감축목표엔 상당한 허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37% 중 일정 부분을 ‘국제 탄소시장을 통해 달성’하겠다고 한 부분이다. UN에 제출한 내용에는 ‘일정부분’이라 했지만, 국내에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전체 감축목표의 약 30%에 해당하는 11.3%p를 한국 밖에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국제 탄소시장을 통해 달성’하겠다는 것은 무엇일까? 2030년까지 기간을 연장해서 현재 논의 중인 대안까지 고려해 보면, 가능한 대안을 몇 가지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첫째, 국제 배출권거래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해 오는 대안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현재 국제적으로 통합된 배출권거래시장은 존재하진 않는다. 유럽연합의 배출권거래시장(EU-ETS)과 같이 지역적 거래시장이 있고, 한국이 올해부터 시작한 국가적 차원의 자발적 배출권거래시장이 존재한다. 미국 등 북아메리카의 배출권거래시장은 주 단위 배출권거래시장이며, 중국이나 일본은 시(市)차원의 시범사업형식의 배출권거래시장이다. 이러한 지역, 국가, 시(市) 차원의 배출권거래시장이 언제쯤 연계되어 국제적 배출권거래시장까지 성장할지는 현시점에서는 가늠해 보기 힘들다. 그럼 한국은 어느 국제 배출권시장에서 배출권을 사오겠다는 것인가?

둘째는 청정개발체제(CDM. Clean Development Mechanism)와 같은 교토메커니즘을 통해, 선진국이 개도국에서 감축사업을 진행하고, 감축실적에 대응하는 배출권을 얻어오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러한 CDM사업이 교토의정서체제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교토의정서는 현재 2기를 맞아 운영되고 있는데 2020년까지 기간이 한정돼 있다. 그 이후에도 CDM 사업이 연장될지는 현시점에서는 확실하지 않다. CDM 사업은 기본적으로 UN의 지도와 감시 하에 선진국들(Annex I 국가)에 대해 감축할당량을 정하고, 이를 보다 비용-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메커니즘이다. 2020년 이후 신기후체제에서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구분이 존재하지 않아 배출권 수요자가 누가될지 명확하지 않다. 또한 UN이 할당하는 것이 아니라 각 국가가 INDC를 통해 자발적으로 정하느니만큼 필요한 배출권이  얼마나 될지도 불명확하다. 이런 상황에서 CDM 사업이 실제 운영될 가능성은 그 만큼 낮을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은 2020년 이전에는 다른 개도국에서 감축사업을 통해 배출권을 얻을 자격이 없다는 점이다.

셋째 대안은 다양한 접근(Various approaches)의 신시장메커니즘(New Market Mechanism)을 통해 다른 나라로부터 배출권을 확보해 오는 것이다. 신시장메커니즘은 앞서 살펴본 배출권거래제도, 청정개발체제 등 교토메커니즘 외에 새롭게 도입코자 하는 배출권거래시장으로 기존 시장메커니즘보다 UN의 감시와 지도가 완화되거나 개도국의 특별한 상황을 고려할 수 있는 훨씬 유연한 체제의 하나로 논의되고 있다. 특히 기존 시장메커니즘과 달리 프로젝트 단위보다 확대된 프로그램이나 정책, 그리고 특정 산업부문을 감축대상으로 선정·운영할 수 있어, 개도국에겐 경제구조나 산업구조 자체를 저탄소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선진국 등 실제 감축사업을 진행하는 당사국은 한 번의 감축사업으로 더 많은 배출권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당사국 간에 이견이 많고, 기존 시장메커니즘과의 충돌 등의 이유로 거의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분야이다.

이러한 세 가지 대안을 종합해 보면, 한국이 주장하는 국제탄소시장을 통한 INDC의 일부를 충당하겠다는 주장은 어찌 보면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아직 준비도 안 된 불확실한 것을 가지고 한 국가의 목표를 설정한다는 것은 다소 성급하고 섣부른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이번 21차 파리 당사국 총회에서 한국의 ‘국제탄소시장을 통해 INDC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주장이 반려된다면, 한국은 37%감축 목표를 다시 줄일 수도 없다는 점이다. 환경시민단체는 반길지 모를 일이지만, 산업계는 만일 이런 일이 벌어지면 그 땐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이 너무 큰 ‘베팅’을 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