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에너지정책 '자체평가결과' 살펴보니

산업자원부는 지난 한 해 동안의 에너지정책 업무성과에 대해 스스로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최근 이 같은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내부보고서가 작성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4월 최초 도입된 '통합국정평가제도'에 따라 산자부 국장급을 포함한 부내 자체평가위원회가 주요정책에 대해 스스로 채점을 내린 최초의 5개 보고서 중 하나다.  


9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주요정책과제 추진실적 평가결과(안)'에 따르면 산자부는 에너지기본법 마련, 차질없는 방사성폐기물 사업 추진, 시장친화형 에너지절약시책 강화, 전략적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과 보급 등을 성공한 정책으로 꼽았다.

 

또 기후변화관련 국제 대응체제 강화, 전력산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경쟁체제 기반 확대, 안정적 전력공급시스템 구축, 법과 원칙에 입각한 합리적 노사문화 기반마련 등의 정책에도 '합격점'을 줬다.

 

반면 유가예측에 대한 정확성 제고, 방폐물관리법 제정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 정부주도의 에너지절약정책 탈피, 신재생에너지 대국민 홍보, 원별로 나뉜 에너지복지 지원제도, 대형정전 사고에 대한 재발방지대책, 한미자유무역 협상에 대응한 발전정비산업의 경쟁여건 조성 등은 미흡한 부분으로 지적해 '개선ㆍ보완 사항'으로 분류했다.

 

산자부가 지난달 초부터 총 5차례에 걸쳐 내부 조정위원회와 자체평가위원회를 개최해 작성한 이 보고서는 '에너지강국 실현기반 확충'을 주제로 계획수립의 적절성, 시행과정의 효율성, 목표의 달성도 등 5개 평가항목ㆍ9개 평가지표에 평점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위해 산자부는 부서 홈페이지에 자체평가위원 전용의 비공개 온라인 공간을 마련해 모의평가와 하반기 소위별 평가결과에 대해 최근까지 논의해 왔으며, 이를 종합한 평가결과(안)을 지난해 말 국무조정실 정부업무평가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자체평가 결과에 대해 각 부문별로 조치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올해 정책에 적극 반영할 예정"이라며 "지나치게 관대한 평가가 되지 않도록 결과의 신뢰성을 높인 '성적표'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총평은 '합격점'='에너지강국 실현기반 확충'을 위한 산자부의 자체 평가는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의 총평에서 자체 평가위원회는 "국제적으로 고유가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에 있어 그간의 노력은 단기적인 위기 대응능력을 상당히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적시했다.

 

평가위는 또 "2006년을 에너지복지의 원년으로 삼아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체계를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등 에너지빈곤층 해소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노사정위원회의 배전분할 중단 권고 등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여건이 변화된 상황에서 한전 배전부문의 독립사업부제 도입과 구역전기사업 활성화방안을 마련해 전력산업의 효율성 제고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평가위는 제주지역 등 대형 정전사고가 수차례 발생한 사례를 지적하며 "향후 대형정전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전력공급주체 간 유기적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잘된 점=산자부는 지난해 3월 에너지기본법을 공포하고 이어 9월 시행령을 마련하면서 에너지분야의 장기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설립했다는 점을 높게 샀다. 보고서에서 산자부는 "에너지기본법 시행에 따라 국가에너지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해 11월 28일 위원 위촉 및 1차 위원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또 최대 난제의 하나였던 방폐장 사업과 관련 "원전의 적정비중과 경제성 분석, 방사성폐기물 사업의 차질없는 절차 이행으로 원활한 원전사업 추진여건을 조성했다"고 호평했다.

 

산자부는 또 에너지 다소비 서비스업종의 자발적 에너지절약 유도를 위한 업종별 절약방안을 마련하고 신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전면개정을 추진하는 등 '시장친화형 에너지절약 시책을 추진했다는 점'을 잘된 점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경쟁공모제를 통한 태양광주택 보급사업 추진, 강원풍력 준공 및 해상풍력 도입타당성 검토,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 실용화사업추진, 바이오디젤 보급 확대 등 '전략적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사업과 보급사업을 지난 한 해의 주요성과의 하나로 평가했다.

 

전력부문에서는 독립사업부제 도입에 따른 배전부문의 경쟁기반이 구축과 정전사고 최소화를 위해 안정적인 전력공급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으며, 불합리한 전기공급약관을 전기소비자 입장에서 개선하는 등 소비자 중심의 전기공급시스템을 구축한 점도 성과로 꼽혔다.

 

보고서에서 평가위는 "노사정위원회의 배전분할 정책권고 대신 독립사업부제를 도입해 배전부문의 경쟁기반이 구축됐으며, 최근 빈발한 2만호 이상의 대형 정전사고와 관련해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추진해 안정적인 전력공급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 "불합리하거나 불명확한 규정을 전기소비자 입장에서 개선하고 송ㆍ배전설비이용규정을 이용자 입장에서 개선했다"며 전기공급시스템을 기존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손질한 대목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발전노조 파업과 관련 "정당한 요구는 수용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는 등 법과 원칙에 입각해 조기 해결했다"고 적시하면서 자칫 대형사고로 기록될 수 있었던 발전노조 파업을 원만히 해결한 사실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개선ㆍ보완사항=반면 불확실한 유가예측, 방폐물관리법 제정 지연, 정부주도 에너지절약시책, 신재생에너지 홍보 등의 부문은 정책추진이 미흡했던 부분으로 지적했다. 산자부는 "유가예측에 대한 정확성을 제고해 가장 경제적인 가격에서 비축유를 구입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애초 지난해 입법추진을 완료할 예정이었던 방폐물관리법(가칭)과 관련 "법 제정을 위해 방폐물 관리를 위한 전담기간을 설립하고 원전사후처리충당금의 관리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이들 조치와 함께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등 현안과제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주도의 에너지절약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자율적ㆍ참여형 에너지절약정책 시스템 구축을 위해 시민단체 등 민간참여 활성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호평과 지적이 엇갈렸다. 보급확대는 주요성과로 꼽혔지만 대국민 홍보는 미흡했다는 평가다. 보고서에서 평가위는 "그간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성공사례가 적고 낮은 경제성으로 비싼 에너지라는 인식이 팽배해 적극적인 보급 확대에 애로를 겪었다"고 지적하면서 "청정ㆍ국산 에너지인 신재생에너지의 대국민 홍보를 통해 수용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그간 전력ㆍ가스ㆍ연탄 등 에너지원별로 지원이 이뤄진 에너지복지 지원제도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이를 통합적으로 점검할 체제 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최대현안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는 한미자유무역협정과 관련 "국내 발전정비사업의 경쟁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보완대책이 시급하다"며 "적정 수요관리를 위해 요금의 추가인상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평가위의 이번 보고서는 산자부 스스로 자신을 평가했다는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지난해 주요정책의 과오를 돌아보고 올해의 중점 추진과제를 설정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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