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 전력부문 온실가스 감축 논의 본격화
"CBP 전력시장 개편 시급"…전력산업연구회 세미나

전력산업연구회 주최로 열린 'indc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전력부문의 대응' 세미나 토론회

[이투뉴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BAU(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하겠다는 국가자발적감축목표(INDC)를 이행하려면 전력부문에서만 500MW급 석탄화력 10~24기를 축소하는 동시에 석탄발전량을 대폭 줄이는 제약발전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석탄화력 대신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LNG발전소를 가동하는 대안 역시 적잖은 비용이 발생하는데다 현행 CBP(변동비반영시장) 정산 시스템으론 이같은 제약발전 구현이 불가능하므로 기존 도매 전력시장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사회적 수용성이 낮은 원전을 증설하거나 단기간에 신재생에너지를 확충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제 아래 전력 전문가들이 제시한 차선안은 자연스레 석탄발전량 축소 또는 LNG 등으로의 연료전환으로 모아졌다.

전력산업연구회(회장 신중린)가 ‘INDC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전력부문의 대응’을 주제로 지난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다. 물론 이런 수단이 산업경제에 미치는 영향, 이 과정에 발생하는 비용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여부 등은 일단 차치한 논의다.

이날 세미나에서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기준수요를 BAU로 가정하고 전원계획대로 수요관리, 설비확충 등이 100%로 실현된다는 전제로 폐지 시점이 도래하는 노후 석탄화력을 고효율 석탄이나 LNG로 대체할 경우의 비용을 추산했다.

그 결과 유연탄 12기를 폐지하고 고효율 유연탄으로 대체 건설하는 시나리오에서는 투자비·연료비·환경비·탄소비용 등을 포함해 올해부터 2029년까지 15년간 현재가치 기준 344조1930억원 규모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송전요금 비용 제외)

반면 같은양의 석탄화력을 LNG로 대체하는 시나리오에서의 추정 비용은 347조6850억원으로, 약 3조5000억원이 더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런 방식을 통해 2030년 감축 가능한 CO₂는 약 2000만톤이며, 연료전환에 따른 한계 저감비용은 CO₂톤당 12만~15만원으로 추정됐다.

박 교수는 “공급안정성을 위해 30~40년 가동한 노후 석탄발전소를 2기씩 폐지하고 동일장소에 고효율 석탄이나 LNG를 지을 때 얼마나 비용이 들지를 추산한 결과”라면서 “CO₂를 줄이는 장기비용으로는 생각보다 많지 않으며, 송전비용을 추가하면 (석탄과)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LNG복합이 수익을 낼 수 없는 현재 상황에서 그렇다고 누가 발전소를 짓겠나. 왜곡된 현재 CBP시장 제도와 정산시스템, 비용을 보상해주는 규제로의 도매시장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현행 CBP시장에 자기제약 방식을 도입하는 보완안(案)과 장기계약시장 기반의 전원별 장기옥션시장(중앙입찰)을 전격 도입하는 근본적 개혁안으로 대응을 분리해 개선방향을 도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력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은 계획단계에서는 믹스개선, 운영단계에서는 제약발전을 각각 검토할 수 있는데 믹스개선이 국가경제적으로는 유리하지만 일시적인 개선이 어려우므로 일단 미국의 청정발전계획(CPP)처럼 제약발전으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전력업계 분석에 의하면, 전력부문에서 CO₂ 5000만톤을 감축하려면 약 14GW의 석탄화력을 축소해 이를 전량 가스복합으로 대체하거나 원전 2기 및 같은양의 신재생에너지를 확충하고 석탄 10기를 축소한 뒤 석탄발전에 제약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현행 CBP시장은 제약규제비용 정산이 불가능하다. 

한 관계자는 “발전사가 탄소제약으로 발전량을 줄일 경우 연평균 감축량을 결정해 줄인 양으로 입찰한 물량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자기제약발전과 계약시장을 통해 입찰을 받아 싼 발전기부터 돌리는 장기옥션시장 도입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기후 대응을 위해 우선 전력부문만의 별도 감축목표를 정하되 현실적으로 기존 사업을 강제로 줄이기는 어려우므로 새 석탄을 안 짓고 축소하면서 이용률을 높이는 게 가장 좋은 방향”이라며 “7차 전력수급계획도 이런 기조에 따라 저탄소 전원을 확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 확대를 통해 에너지안보에 대응해 온 국가 에너지전략이 결과적으로 경제성장에는 기여했을 수 있으나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고려한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선진국들과는 달리 전력분야 온실가스 감축에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작년 세계에너지협회(WEC) 평가에 의하면 우리나라 에너지부문 순위는 80위권, 특히 에너지안보는 평균에도 못 드는 100위권이며 에너지산업 규모 대비 민간 R&D는 거의 없다”면서 “지난 15년간 즐겁게 잘 살아온 대가다. 미래의 15년은 공공섹터도 중요하지만 민간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의 전력요금과 그에 기초한 수요전망치를 그대로 두고 해법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런 가정 아래 신기후체제 온실가스 감축 해법을 찾는 것은 모순된 인식”이라며 “전력 설비투자의 장기적 성격과 시장개편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경쟁시스템과 그에 걸맞는 제도개편은 매우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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