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석유시장 공급과잉으로 유가 영향은 제한적

[이투뉴스] 미국이 40년간 국가 에너지 정책의 중심으로 여겼던 원유 수출 금지법을 조만간 폐지할 전망이다. 그러나 세계 시장의 공급 과잉 현상때문에 미국에서 금지법이 해제되더라도 유가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자국의 석유 산업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미 의회는 최근 원유 수출 금지를 해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공화당 주도로 제기된 원유 수출 금지의 폐지 요구를 반대해왔으나 이번 합의 과정에서 원유 수출 금지 해제를 수용하는 입장으로 바꿨다.

미국은 1차 오일쇼크를 겪고 1975년부터 자국산 원유 수출을 금지해왔다.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 제한적인 원유 수출을 하고 있지만 수출량은 하루 50만 배럴로 묶여있다.

국제 유가는 2014년 여름 이후 3분의 2 가량 폭락했다. 미국에서 기준원유가는 지난주 수요일 1.76달러 하락한 36.75달러로 마감했다. 세계는 이미 심각한 원유 공급 과잉을 겪고 있어 원유 거래는 둔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내년 시장 확대를 낙관하는 전문가들도 극소수다. 이에 따라 수출 금지법 폐지가 미국 석유기업들에게 즉각적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뉴욕타임즈>는 최근 보도했다. 

그러나 석유회사 경영진들은 이번 의회의 합의로 오랫동안 바라왔던 숙원이 이루어졌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산업 회복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반기고 있다.

수출 금지법 폐지를 옹호해왔던 파이니어 내츄럴 리소스의 스캇 셰필드 최고경영자는 "더 많은 일자리 창출과 더 많은 시추가 진행될 것이다"며 "전체 경제와 에너지 안보, 무역 균형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회사 경영진들과 전문가들은 금지법 해지가 미국 석유 산업에 멕시코와 한국, 일본과 중국 등 새로운 시장을 열 것이며, 이 국가들에게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러시아의 불안정한 공급 의존도를 완화시키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첫 임기동안 내무부 에너지 최고외교관으로 근무했던 데이비드 골드윈은 "미국 원유 시장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면 국가 안보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것"이며 "시장이 회복되면서 수요 증가분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책 변화를 반대해온 환경론자들은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는 시점에서 더 많은 원유 생산은 대기 오염과 수자원 공급 차질 등을 빚어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원유 수출 금지법 해지가 풍력과 태양과 에너지에 대한 세금 공제 연장법과 함께 진행될 수 있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바이오연료 개발을 촉진한다는 약속과 함께 재생에너지 세금 공제 연장 발표로 청정에너지 산업계와 투자자들은 모두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재생에너지 산업의 주가는 시장 변동성때문에 최근 몇달간 크게 폭락했으나 최근 반등하고 있다. 솔라시티는 30% 상승한 52달러로 마감했으며 이는 1달 전보다 약 두 배 가량 상승했다. 선에디슨의 주가는 9월 이후 10달러 이하로 악화됐으나 최근 30% 가량 상승했다.

풍력에 대한 생산세금공제는 2014년 말 만료됐으나 내년 말까지 소급 연장되고 2020년 만료될때까지 단계적으로 공제 수준을 낮춰갈 예정이다. 태양광에 대한 투자 세금 공제는 내년 말까지 30%에서 10%로 낮아졌으나 2019년까지 30%로 유지되고 2022년까지 점차적으로 축소될 예정이다.

에너지 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공동 승리라고 보고 있다.

폴블레드소 전 상원 재정 위원회원은 "미 정부는 풍력과 태양광에 대한 세금 공제 연장은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보장하고 있다"며 "공화당원들은 재생에너지 세금 공제를 향후 5년 내에 단계적으로 삭감해야한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에너지 전문가들은 석유 수출 금지법 해지는 상징적인 의미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세계 원유 시장이 언제든 갑자기 변할 수도 있으며, 미국산 석유가 세계 시장의 완충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번 수출 금지 해지는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미국이 러시아 석유 산업에 강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란도 원자력 협정을 따르지 않으면 미국발 제재가 다시 가해질 수 있다. 인도와 일본 등 이란의 원유 고객들이 미국을 새로운 거래처로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에이미 마이어스 제프 에너지와 지속가능성 사무총장은 "1973년 석유 엠바고로 트라우마를 경험했던 미국에게 원유 수출금지법은 상징적인 현상이었다"며 "이 법안을 해지하는 것은 미국이 새로운 에너지 파워를 갖게 됐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금지법은 셰일 혁명이 일어난 2007년 전까지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미국내 원유 생산이 매년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셰일 혁명 이후 원유 생산은 두배 이상 상승했으며 올해 초 하루 900만 배럴 이상으로 생산량을 기록했다. 이는 중동과 북아프리카로부터의 수입량과 맞먹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작한 원유가 하락으로 회사들은 원유 시설을 폐쇄하고 있으며, 생산량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2016년 전망을 낙관하는 석유회사 경영자들은 극히 일부다.  회사들은 그들의 석유 탐사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하루 450만 배럴의 휘발유와 디젤 등 정제된 석유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산업 관계자들은 향후 몇 년 내 50만 배럴에서 100만 배럴의 원유가 추가적으로 수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시장이 약 9400만 배럴인 것을 감안하면 소량에 지나지 않는다.

아랍 에미레이트의 석유 회사인 크레센트 페트롤리엄의 바다 자파르 회장은 "미국 원유 수출이 세계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며 "미국은 여전히 주요 원유 수입국이며 세계 원유 생산량의 7% 수준인 700만 배럴을 수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민영 기자 =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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