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정부가 지난 12일 내놓은 제3차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을 두고 뒷말이 많다. 환경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부처별 기존 정책을 재탕, 삼탕해 짜깁기 한 ‘속 빈 강정’이라고 비판했다. 환경과 경제, 사회 간 조화로운 발전이라는 그럴듯한 비전과 전략과제들을 나열했지만, 각 부처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 중 지속가능발전과 연결될 만한 아이템들을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산하에 두고 기본계획 설정과 추진을 주도하는 환경부가 내놓은 환경 분야 계획을 보면 기존 확정·시행되던 정책을 토씨 하나 빼지 않은 채 그대로 베낀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얼마 전 내놓은 4차 국가환경종합계획의 얼개를 그대로 옮겨와 지속가능발전계획으로 새로 포장했다고 해도 부인하기 어려울 정도다.

에너지부문 역시 새로울 게 전혀 없다. 당장 목표인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에너지체계 구축’이라는 알맹이 없는 구호가 재등장했으며, 수요관리 강화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에너지 안전관리 강화라는 이행방안도 구닥다리다. 기본계획 요약본에 공개한 세부계획도 수요관리형 전기요금 개편 등 그동안의 각종 에너지계획 내용을 복사한 수준이다.

이밖에 친환경 자동차(전기차) 보급계획을 비롯해 친환경 에너지타운 단계적 확대, 자원순환 확대와 화학물질 안전강화 등도 최근 확정된 정책들로 자주 나오는 레퍼토리 중 하나다. 경제 분야에서 전략과제로 설정한 공공부문의 청년고용 확대 등 일자리 창출은 이제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3차 지속가능발전계획에 대해 “국가 최상위 목표로 볼 수 있는 기본계획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단 한 개도 없다. 국무회의까지 올라가는 기본계획을 최소한의 성의도 없이 만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속가능발전은 우리나라만의 담론이 아니다. 1992년(브라질 유엔환경개발회의서 '의제 21' 채택)부터 전 세계가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해 다시 UN총회에서 ‘2030 지속가능발전의제’라는 행동계획을 채택할 정도다. 어찌보면 최근 각광받는 기후변화 대응보다도 더 상위개념으로도 볼 수 있다.

사실 지속가능발전의 추락은 예견된 것이었다. 노무현정부 당시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대통령 직속으로 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이명박정부 들어 ‘저탄소 녹색성장’을 화두로 삼으면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내려갔다. 여기에 박근혜정부 들어선 아예 환경부 관할기구로 축소되면서 범정부 종합대책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창조경제'라는 새 어젠다에 밀려 지속가능발전과 저탄소 녹색성장 모두 위상이 격하된 셈이다.

물론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답답한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신경 써야 할 어젠다가 한 둘이 아닌 상황에서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는 기본계획에 전력을 기울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속가능발전’이 이런 대접을 받아서는 미래가 없다. 포기해선 안되고, 포기할 수도 없는 '기본 중에 기본'이기 때문이다. 정권 홍보의 도구로, 때론 유행 따라 만들어진 각종 위원회 및 기본계획의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종도 기자 leejd05@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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