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조성봉] 에너지산업의 지형이 크게 변하고 있다. 저유가 국면의 심화, 파리협정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의 본격화, 중국경제의 고성장시대 마감 등 연초부터 여러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

국내 에너지산업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전력수요 증가추세 완화다. 일반적으로 전력수요는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연간 두 자리 수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는 한자리수 증가세로 둔화됐고 작년에는 2% 증가세를 간신히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는 산업용 전력수요 증가세의 정체다. 이는 물론 세계경제의 약세와 저유가에 따른 우리나라의 조선, 철강산업의 부진과 관련돼 있다. 천연가스 수요의 약화도 눈에 띄는 중요한 변화다. 산업부가 발표한 12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에 따르면 천연가스 수요는 2029년까지 연평균 0.3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도시가스는 연평균 2.06% 증가하지만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는 연평균 4.71%로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에너지산업이 급격히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특별히 무엇을 더 잘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지금까지 잘못 돼왔던 것을 고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잘못된 에너지 가격체계를 바르게 정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올바른 가격이 바른 신호를 통해 더 이상의 비효율성이 누적되는 것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올바른 가격체계는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를 유도함으로써 우리 에너지산업과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여준다.

우리나라의 잘못된 에너지 가격체계 중 대표적인 사례는 산업용 및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이 상대적으로 너무 높다는 것이다. 높은 산업용 및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은 저유가를 맞은 지난해에 천연가스 소비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이 됐다. 2014년에 비해 2015년의 국내 천연가스 판매량은 발전용이 14% 감소했고, 도시가스가 7% 감소했다. 도시가스 감소분 중 대부분은 산업용의 감소다. 이처럼 산업용 천연가스 수요가 준 이유는 저유가로 산업용 천연가스의 경쟁력이 벙커C유 등의 대체연료에 비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본래 우리나라의 산업용 천연가스 요금은 가정용이나 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2015년 IEA에서 편찬한 세계 주요 에너지통계(Key World Energy Statistics)에 따르면 OECD 국가의 가정용 천연가스 가격은 산업용 천연가스 가격보다 대부분 1.5배에서 2.5배 정도 비싼 것이 특징인데 우리나라는 차이가 거의 없고, OECD 국가 중 산업용 천연가스의 상대 가격과 절대가격이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황은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12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에서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가 감소하는 이유는 이처럼 높은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용과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이 비싼 이유는 천연가스의 빠른 보급을 위해 LNG를 도입할 때부터 도시가스 요금을 낮게 유지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와 같은 용도별 교차보조가 에너지산업의 커다란 왜곡요인이 되고 있다.

산업용과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을 내리기 위해서는 LNG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다. 도시가스 요금을 올리지 않고도 국제 LNG가격의 하락분을 산업용과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의 인하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정부는 도시가스 요금을 내리고 발전용과 산업용 요금은 묶어두고 있다. 올해 1월 1일을 기해 도시가스 요금을 9% 내렸으며 지난해에는 1월에 5.9%, 3월에 10.1%, 5월에 10.3%를 내려 도시가스 요금의 인하폭이 무려 24%에 달했다.

파리협정의 이행을 앞두고 BAU 대비 37%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우리 정부의 목표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석탄발전을 가스발전으로 바꾸고 산업용 벙커C유의 소비를 천연가스 소비로 바꾸는 것이다. 이 천금 같은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거꾸로 가고 있는 정부정책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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