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강희찬]  한국의 배출권거래제도는 2015년 1월 시작되어 1년이 경과되었다. 한국에 배출권거래제도가 도입된 것은 더 이상의 온실가스 다배출형 경제·산업 구조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위기감과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글로벌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 기여하고자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배출권거래제도는 신규 규제인 만큼 해당 기업들에게는 비용적 부담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녹색기술과 산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이 보장된 새로운 경제·산업적 패러다임 전환인 것이다. 그러나 지난 1년간의 한국의 배출권거래제도를 한마디로 요약해 보자면 ‘총체적 난국’ 정도로 표현해 볼 수 있다. 유럽연합도 배출권거래제도 시행초기인 2005~2007년 사이, 시장에서 거래된 량이 이후 다른 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한 마디로 거래가 아예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할당량의 0.2% 정도만 거래되었지만, 이도 초반 ‘쇼윈도 효과’에 불과했다.

어쩌다가 한국의 배출권거래 시장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어찌 보면, 이러한 ‘깡통 시장’은 이미 여러 전문가들이 사전에 예견한 결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이러한 결과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거나, 개선해야한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는 게 더 신기할 따름이다. 현재 시장의 분위기는 ‘조용해도 너무 조용한’ 상황이다. 혹자는 마치 내심 쾌재를 부르며, ‘이런 불필요한 규제와 시장은 스스로 없어지기’를 은근히 바라는 마음에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거나 아예 관심 밖으로 밀어 논 듯한 생각마저 든다. ‘이제 고작 1년밖에 안됐는데, 지금 시장을 너무 비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다소 성급한 것은 아닌가?’하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이라도 배출권거래제도와 시장을 손보지 않게 되면 앞으로 정말 무용지물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아 현재 우리나라 제도의 문제점과 보완책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본다.

우선 할당 측면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정부의 ‘너무나도 기업을 배려한’ 할당은 기업에게 정확한 ‘신호’를 주기에 불충분했다. 익숙지 않은 제도 도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과 기업의 비용부담을 고려하여, 제도 초반은 일종의 ‘시범사업’ 형식으로 기획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기대했던 바와 달리, 기업들은 일종의 ‘몸풀기’를 위해 ‘연습 삼아’ 배출권거래를 하진 않았다. 정부가 할당한 배출권은 그냥 한번 해볼 정도의 ‘워밍업 정도’의 부담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실질적 부담이 되는 정도도 아닌 ‘딱 그 중간 정도’였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는 오히려 기업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왜곡만 초래했다. 배출권거래제도를 담당한 부처나 전문인력을 구체적으로 구성하여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하거나 외부에 컨설팅을 의뢰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기존 인력으로 팀을 구성하여 관망하기도 참 애매한 상황을 만든 것이다.  한국 정부는 분명한 ‘신호’를 줬어야 했다. ‘시범사업’인지, 아님 ‘본 사업’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둘째, 시장 참여자들이 적었다. 지금 배출권거래시장에서 거래하는 사람들은 일부 정부가 지정한 참여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배출권거래제도에서 감축 할당 의무를 받은 사업자들이 대부분이다. 500개 중반의 참여자들(Players)이 거래하고 있는 시장은 서로 전략이 너무 뻔히 보이는 시장이다. 누군가는 서로 간에 정보가 훤히 보이는 것이 좋은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상적인 시장에서는 거래자들은 오로지 ‘가격’ 정보에만 집중해야 한다. 내가 얼마를 사고파는 것이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이러한 시장을 보통 ‘왜곡된 시장’이라고 하는 것이다. 유럽의 배출권거래시장이 우리의 것과 근본부터 다른 것은 여기는 참여자가 셀 수 없이 많았다는 것이다. 국경을 넘는 여러 할당 받은 기업들뿐만 아니라, 배출권을 기반으로 탄생한 여러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금융기업들, 브로커를 통해 NGOs와 일반인까지도 참여하여 셀 수 없이 많은 참여자들이 거래하는 시장에서는 몇몇 거래자들이 서로 상대방의 거래 전략에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에, 배출권 시장 가격이 거래량에 따라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배출권거래시장도 더 많은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재설계되어야 한다.

셋째, 배출권의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의 배출권거래시장은 배출권을 사고자 하는 측은 많은 반면, 팔고자 하는 측은 적다. 뿐만 아니라 구매자는 대기업들이 대부분이어서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 판매자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중소기업들이다. 배출권을 사고자 하는 사람은 가격이 낮으면 사고, 높으면 파는 두 가지 전략만 고민하면 된다. 그러나 배출권을 팔고자 하는 사람은 시장지배력, 즉 정보의 열위에 놓여있어 쉽사리 배출권을 시장에 내놓으려 하지 않는 판국이다. 기회만 된다면 시장 밖, 즉 장외시장에서 믿을 만한 구매자를 만나 이들과 배출권을 거래하는게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선택이다. 따라서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시장 지배력 격차)을 줄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누군가는 판매자들 간에 보유하거나 판매하고자 하는 배출권량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시장 상황에 맞게 판매시점, 판매량에 대한 최적의 전략을 제공해 줘야 한다.

한편, CER(해외 CDM사업에서 생성된 탄소배출권), VER(자발적 감축사업에서 생성된 탄소배출권) 등 감축 옵셋(offset) 등이 일종의 ‘할인된 가격’에서 장내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하고, RPS(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의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등도 배출권으로 전환되도록 허용함으로써 초기 시장에 배출권이 더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금은 초과공급으로 인해 가격이 하락하는 것에 우려할 때가 아니다. 최대한 공급능력을 확대하여, 시장이 일단은 작동하도록 ‘응급처치’ 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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