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 양춘승] 지난 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었다. 유엔은 이날을 맞아 ‘물과 일자리’를 주제로 보고서를 발간했고,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물정상회의’를 백악관에서 갖기도 했다. 물을 주제로 한 다양한 행사가 스위스 제네바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개최됐다.

물은 생명의 원천일 뿐만 아니라, 보건, 식량, 에너지, 식량, 산업, 도시화, 빈부 격차 등 우리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밥은 며칠 굶어도 살 수 있지만 물을 마시지 않으면 하루 살기도 어렵다. 이처럼 소중한 물이 인구 증가, 산업 활동의 증가, 기후변화 등의 이유로 점점 부족해지고 있고, 이대로 가면 2030년 세계는 40%만큼 물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지구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은 얼마나 될까? 한 연구에 따르면, 세계 수자원의 총량은 13억8천만㎦이고, 이 가운데 담수는 고작 2.5%인 3,500만㎦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나마 70%는 얼음이나 눈이기 때문에 실제 마실 수 있는 물의 양은 1,050만㎦에 지나지 않는다. 이 중 70%가 농업용, 20%가 산업용, 나머지 10%, 즉 105만㎦가 인간이 소비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물은 일자리 창출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금년에 유엔이 발간한 보고서 <UN World Water Development Report 2016>을 보면, 농업, 임업, 내수면 양식, 광업, 상수도, 발전 등 물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 세계 노동력의 42%인 14억명이 일하고 있고, 건설, 오락, 수송 등 물 의존도가 중간 수준의 산업에서는 전체 노동력의 36%, 12억명이 일하고 있어 모두 78%의 일자리가 물과 관련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곧 물이 없으면 산업 활동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일자리도 사라질 것이라는 뜻이다. 사실, 마실 물과 위생 시설이 충분히 제공될 때 삶의 질도 올라가고 건강한 노동력이 제공될 수 있다. 결국 물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인 셈이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는 4년간 지속된 가뭄으로 극심한 물 부족을 겪고 있어 최근 이웃 네바다 주에서 500억갤런(1억9천만㎥)의 물을 4천5백만달러에 사기로 했다고 한다. 이처럼 물 부족이 현실로 다가오자 기업들도 물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22일 백악관 물 정상회의에 참석한 Genentech사는 제조 공정에서 생기는 폐수를 처리해 남부 샌프란시스코 대학 건물에서 재사용하도록 공급, 2020년까지 연간 6천만갤런의 물을 절약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Levis Strauss사도 의류 제조 마무리 공정에서 96%나 물 사용을 줄이는 특허 기술을 공개해 다른 기업이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2011년 이후 이 기술을 적용해 10억리터 이상의 물을 절약하고 있던 터였다. 이 날 백악관에서는 총 10억갤런의 물을 절약하겠다는 기업의 약속을 받았다고 한다.

물 문제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도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63조달러를 운용하는 617개 투자자를 대신해 기업에게 물 관련 정보의 공개를 요구해 투자 의사결정에 참조하도록 하는 국제 비영리기구인 CDP는 2010년부터 ‘CDP 물 정보공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계 유수의 1,073개 기업에 정보 공개를 요구해 405개 기업으로부터 응답을 받았다. 이를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응답 기업의 3분의 2가량이 약 25억달러에 달하는 물 관련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한다. 또 공급망의 물 경영, 물 위험 평가, 물 관련 정책의 미비 등이 대부분 기업들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물 절약을 사업 전략에 통합해 일상화하는 기업도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차츰 늘어나고 있다. 

기업에게 물은 재무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차원을 넘어 생존 그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되고 있다. 물 관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이 위험도 줄이고 경쟁 우위도 확보하는 세상이 오고 있다. 이제 물을 돈처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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