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자원개발의 체계를 개편한다며 야심차게 진행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연구 용역이 드디어 뚜껑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연구 용역 결과는 당초 지난 2월 나올 예정이었으나, 한 달 두 달 미뤄지며 업계를 긴장시켰다. 지금은 그때의 긴장이 분노로 바뀐 듯하다.

누군가는 자원개발을 육성하든, 정리하든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건 ‘돈’이라고 말한다. 자산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도 결국 예산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순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정부 행태에 업계는 갈피를 못잡는 분위기이다. 일각에서는 민간 이관, 통폐합 등 정부가 예산을 들이지 않고 자원개발산업을 가장 손쉽게 정리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힐난한다.

자원개발의 부실과 실패를 초래한 책임에서 정부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산업부가 발표한 자원 추진체계 개편 방안에서조차 정부는 개선과 변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시작과 끝까지 온통 공기업 기능조정으로 점철된 개편안에서 오직 심판자와 평가자로 존재할 뿐이다. 이명박 정권 시절, 해외광구 매입에 자주개발률 확보라는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던 정부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다.

기획재정부는 한 술 더 뜬 형국이다. 민간으로 이관시키는 데 기능조정안의 포커스를 맞춘 것으로 전해졌으나, 성공불융자 등 민간기업에 대한 유인책에는 인색하다는 평이다. 부실덩어리가 된 자원개발을 민간에 넘김으로써 '손 안대고 코 풀려는' 심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잘되면 내탓, 못되면 남탓’을 표방하는 극단적 이기주의로 비난받는 대목이다. 치적은 쌓고 싶고, 책임은 피하고 싶고, 비난은 듣기 싫은 정부의 모습에 기능조정 당사자인 공기업뿐만 아니라 학계, 민간기업, 전문가 할 것 없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자원개발분야에 정통한 한 교수는 “공기업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공기업이 잘한 것은 아니지만 하루아침에 기능을 이관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교수는 “최근 정부가 전력신산업펀드 2조원을 구축하겠다면서 밝힌 ‘과감한 투자, 실패를 용인하는 투자, 장기적 투자, 공공성 지향 투자’를 하겠다는 말은, 신산업을 자원개발로 바꾸면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라고 일침을 놓았다.

정부의 영혼이 자원개발에서 빠져나가 신산업으로 옮겨탄 듯하다면 지나친 평가일까. 영혼은 떠나갔지만 남아있는 자원개발이라는 육신은 어떻게든 거둬야 하지 않을까.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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