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설비보다 온실가스 배출 20%이상 저감 등 환경편익 압도
EU, 미국 등 선진국 CHP 확대 올인…우리도 정책지원 나서야

"CHP는 완벽한 온실가스·미세먼지 감축 수단"

[이투뉴스] 세계적 관광지인 물의 도시 베니스를 구경하려거든 하루라도 빨리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처럼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2020년쯤 물에 잠길지 모른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말뿐인 논쟁이 아니라 우리 생활주변 가까이 다가왔다.

지난해 말 새로운 기후체제인 파리협약이 체결된 것도 이같은 인식변화가 바탕이 됐다. 전 세계 175개국이 협약에 서명하고, 자발적 기여방안 제출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일부 선진국만이 아닌 전 지구적 목표가 된 셈이다.

흔히들 파리협정 채택은 ‘화석연료시대의 종언’이라고 말한다. 산업화이전 대비 1.5∼2℃ 이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대부분의 온실가스는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화석연료시대를 끝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여기서 출발한다.

세계 각국이 재생에너지 보급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발전설비 투자 중 70% 이상이 재생에너지로 집중되고 있다. 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이미 전체 발전량 중 20% 이상 재생에너지로 충당한 국가도 상당하다. 2030∼2050년이 되면 화석에너지가 아닌 재생에너지가 에너지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생에너지 100% 시대는 분명히 오겠지만 그 목표에 도달하기 이전까지 화석에너지 사용은 불가피하다. 하루아침에 끊을 수 없다면 저탄소 에너지시스템을 채택해야 한다. 화석연료 중 온실가스 배출량은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무연탄(배출계수 0.91tCO2/MWh)이 가장 높고 유연탄(0.82) 중유(0.70), 가스화력(0.52), 가스복합(0.36) 순이다. 즉 석탄과 석유를 최대한 줄이고 가스발전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LNG복합 중 열병합발전을 포함한 집단에너지가 재생에너지 시대까지 가교역할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이 많다.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 에너지효율이 높고 온실가스 감축효과 역시 탁월하다는 이유에서다. EU와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역시 이같은 점을 들어 CHP 보급확대에 정책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 열병합발전의 에너지효율이 높은 이유는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 별도로 생산할 때에 비해 연료를 대폭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석탄화력 감축 불가피…LNG복합·열병합 역할 증대
최근 석탄발전이 뭇매를 맞고 있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내뿜는데다 ‘미세먼지 주범’이라는 인식까지 더해지면서 강도가 세졌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시달릴 것이란 전망도 쏟아진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저원가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신규 허가를 대폭 내줘 새로 들어올 발전기만 해도 20기가 넘는다.

사실 석탄은 전 세계적으로 발전용 에너지의 37∼40%를 담당할 정도로 가장 폭넓게 사용되는 연료다. 하지만 2000년대 초부터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환경 우려로 세계 주요국들은 석유나 석탄보다 CO2를 적게 배출하는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확충을 통해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해오고 있다.

통계에서도 석탄발전의 하락세는 확인된다. EIA(미국 에너지정보청)는 2012년 기준 40%에 달하는 석탄의 발전비중이 2040년이 되면 29%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OECD 국가에서는 급격하게 감소하고,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사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정부는 노후 석탄화력 10기에 대해 폐지 또는 연료전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감축방안의 일환이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2030년 기준 BAU(전망치) 대비 37%(국내 25.7%+국외 11.3%)라는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석탄화력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전원계획에 석탄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다. 원전과 석탄화력만 돌려도 전력공급이 가능할 정도”라며 “OECD 국가 중 석탄비중이 이렇게 높은 나라는 없다. 미세먼지나 온실가스 문제를 감안할 때 전력구조를 석탄 중심으로 가는 것은 국제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유엔에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석탄을 손대지 않고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전력수요가 변수기는 하지만 7차 전력계획을 기준으로 온실가스 5630만톤(감축률 30% 적용)을 줄이기 위해선 2029년 발전량 중 석탄의 37%(가동률 90% 기준 15GW)를 감축해야한다”고 말했다.

석탄발전을 줄여야 한다면 자연스럽게 LNG복합 가동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원천적인 온실가스 감축수단이자 대표적인 분산전원으로 평가받는 열병합발전(CHP) 등 집단에너지가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열수요가 있는 곳은 열병합발전을, 외곽에는 LNG복합을 세우는 형태로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환경대학원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LNG발전은 석탄의 절반,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은 여기서 다시 절반을 줄일 수 있다”며 “당장 신재생에너지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없다는 점에서 20년가량 가스복합과 열병합이 가교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해법으로도 열병합은 맞춤처방이라고 진단했다. 유 교수는 “연구결과 동일열량 기준으로 열병합발전소의 미세먼지 발생량이 석탄화력의 600분의 1, 초미세먼지는 130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수도권 및 충청권의 석탄화력을 줄이고 열병합발전 비중을 늘려나가는 것이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진단했다.

◆대체설비(전력+보일러) 보다 20% 내외 온실가스 저감
 정권이 바뀌면 국가 어젠다도 바뀐다. 에너지 및 환경 측면에서 볼 때 노무현 정부가 지속가능발전을 외쳤다면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에너지신산업)로 바뀌었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과 미세먼지 등 대기질 개선은 이제 어느 정치세력이 집권하더라도 바꿀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 에너지정책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집단에너지의 역할 확대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에너지이용효율 제고는 물론 온실가스 감축과 대기오염물질 저감, 분산전원 효과까지 국가적으로 다양한 편익을 제공한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밀집된 열수요가 전제돼야 하지만 LNG복합보다 열병합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집단에너지시스템의 다양한 편익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이미 입증된 상태다. 정부의 4차 집단에너지기본계획만 보더라도 산업단지 및 지역난방은 개별전력 및 별도 열생산시설보다 온실가스 배출절감(18.6∼23%), 에너지사용 절감(15.8∼23.5%), 3대 대기오염물질 배출절감(23.9%∼49.2%) 효과가 있다고 인정했다.

▲ 집단에너지는 어떠한 온실가스 감축수단에 비해 비용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에너지기술연구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집단에너지 온실가스 특성연구’에 따르면 지역난방사업자(13개사)의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대체설비(개별전력+별도열원)보다 12.1∼41.8%, 산업단지 열병합사업자(10개사)는 10.1∼18.8%의 저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여기에 집단에너지는 2011∼2014년까지 4년 간 9850억원의 에너지 절감편익(수입 에너지비용 저감)을 냈으며, 중성장 시나리오 기준 2025년에는 2조2889억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했다. 전력수급 안정화에 따른 전력계통편익도 추정했다. 집단에너지 23개 사업자가 2011∼2014년에 3460억원을, 2025년에는 9168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온실가스 감축수단별 감축가능량과 감축비용을 분석한 결과 집단에너지의 경제적 편익(비용효과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상향식 분석모형인 TIMES 분석결과 온실가스 1톤(tCO2eq)을 줄이는데 풍력발전은 72달러,  태양광 87달러, 고효율  발전기술  도입 495달러,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에는 1120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지역난방 배열손실 축소는 톤당 136달러, 열병합발전 확대는 134달러의 편익이 발생하는 등 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 비용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에서도 이처럼 에너지효율화 및 온실가스 저감효과가 큰 열병합발전시스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소비자에게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하며 경쟁력 있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내용의 ‘에너지동맹 패키지(Energy Union Package)’를 발표했다. 경제의 탈탄소화와 함께 에너지효율개선이 핵심이다. 특히 에너지효율 개선부문에서는 CHP(열병합발전)를 통한 열에너지 공급시스템 확대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 eu 주요국가 chp 지원사례
국가별 지원제도를 보면 독일의 경우 CHP 발전비중을 2020년까지 25%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설정해 CHP 생산전력 우선 연결 및 보조금 지급, 에너지세 면제, CHP 생산 열의 경우 재생에너지 열에 포함시키고 있다. 영국도 고효율 CHP에 대한 기후변화부담금(CCL) 면제, 송전편익 보상 등을 실시한다. 또 덴마크는 지역열계획 및 지역지정제 운영, 전력난방 금지 및 전력전용 발전설비 지양(CHP 설치유인) 등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 집단에너지 확대를 위해 다양한 정책지원을 펼치고 있다.

유럽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미국은 2005년 이후 에너지정책법(EPA), 에너지독립 및 안전법(EISA) 등을 통해 CHP에 보조금 및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2020년까지 비용효과적인 CHP 40GW를 신규설치(EO 13624)하는 내용의 명령에 서명했다. 중국도 2000년 30GW이던 열병합설비를 최근 발전설비 중 25% 수준으로 키웠다. 일본도 열병합 발전비중을 15%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반면 우리나라 집단에너지 정책은 약간 모호한 상황이다. 표면적으로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이나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통해 늘리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지원책 마련에는 인색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력시장 환경변화로 인해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이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집단에너지를 위한 제도개선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기운 숭실대 교수(집단에너지연구회 공동회장)는 이와 관련 “집단에너지는 정책에너지인 만큼 시장기능에만 맡겨둬서는 안된다”며 “다양한 편익에 대해 분명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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