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전기차 확대 정책으로 석유업계가 된서리를 맞는 분위기다. 그동안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경유차가 지탄을 받으면서 정부는 경유차를 줄이고 전기차를 확대하는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가뜩이나 저유가로 힘들다고 아우성치던 석유시장은 자칫 생존에 타격을 받는 게 아니냐며 울상이다.

그동안 정유사들은 “내수시장에서 거두는 수익은 거의 없다”면서 기름값 안정화를 위해 사실상 내수에 따른 수익은 생각하지 않는 듯한 모양새를 내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얼마 전 정부가 보낸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해달라는 협조공문에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물론 수송연료로서 석유만이 정답은 아니다. 에너지시장의 주도권은 환경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 변화가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정부의 협조 요청에 “영업장에 남의 물건 팔아주라고 들이미는 격” “한정식 집에 핫도그 팔라는 꼴”이라며 석유업계의 비난이 거세다. 미세먼지의 주범이 경유차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전기차는 친환경적이냐”며 되묻는다. 전기를 생산하는 화력발전소, 원전 역시 각종 유해물질을 내뿜는 주범이라는 게 이유다.

이 같은 갈등은 ‘자연스러운 시장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에서 비롯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알뜰주유소 정책으로 시장에 개입한 정부가 이번에는 전기차 시장에 손대려는 것”이라며 “그렇게 당위성을 외치던 알뜰주유소는 지금 어떻게 됐느냐. 끝까지 책임지지도 않고, 책임질 수도 없는 정책을 쏟아내며 시장에 개입하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정부가 손댄 사업 중 잘된 게 없으니 전기차 정책도 두고 볼 일”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전기차를 늘리면 도로에서 매연이 사라지는 건 맞다. 단, 도로에서만 사라지는 것이다. 유해물질은 석탄화력발전을 통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정말 국민이 혜택을 보는 것이 맞는가. 신성장동력이 맞나”라고 꼬집는 관계자도 적지 않다.

물론 전기차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다만 시장이 자연스럽게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기존 시장이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정책이다. 석유업계가 짓는 울상이 이런 전제에도 불구하고 나오는 것인지 짚어볼 일이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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