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자원환경경제학 박사 /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허은녕] 드디어 OPEC이 감산에 합의했다. 그것도 시장의 예상과 달리 말이다. 9월 28일 OPEC 비공식 회담에서 생산량 목표가 재설정 되었는데, 재설정된 하루생산량 3,250만 배럴은 OPEC의 8월 원유 일일 생산량 평균인 약 3,350만 배럴에 대비하여 약 100만 배럴 줄어든 것이다. 이로써 2014년 11월 이후 유지돼 오던 OPEC의 국가별 시장 점유율 경쟁 정책은 폐기된 것으로 판단된다.

감산하기로 한 양은 매우 적지만, 그 의미는 크다. 무엇보다도 먼저 OPEC의 유가 부양 의지가 확인 되었으며, 유가 하락으로 인하여 작년부터 국제시장에서 원유 수요량이 생산량보다 많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향후 국제유가는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판단한다.

무엇보다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이 컸다. 사우디 정부가 경기 침체의 해결을 위하여 준비 중인 국영석유회사 Aramco의 상장을 빠르면 2017년 상반기에 시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효과적인 상장을 위해서는 국제유가가 높아야 한다. 이에 사우디 정부의 유가 부양에 대한 의지가 과거 어느 때 보다도 높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즉, 이번 감산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할 확실한 동인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것이며, 따라서 OPEC의 원유생산량 감산은 그 효과가 나타날 때 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20달러 대까지 하락한 적이 있다. 그러나 IEA를 비롯한 전문기관들은 작년부터 국제 원유 생산량과 수요량이 2017년에는 균형을 이룰 것이며, 국제원유가격이 일정한 가격대로 수렴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그 범위가 대략 배럴 당 40~60달러 선일 것으로 전망하였고, 그 전망은 현실로 확인되고 있다. 이 가격은 바로 미국 셰일가스전의 생산단가이다. 미국 셰일가스 업계들은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비용절감으로 안정적인 생산을 이어가고 있으며, OPEC이 생산을 줄일 경우 곧바로 생산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원유시추장비 가동건수(Rig Count)는 최근 10주 넘게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OPEC의 감산은 미국의 셰일 업계가 이득을 보는 수준 바로 직전까지만 국제유가를 올리는데 목적이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따라서 시장에서는 대략 배럴당 60달러 선이 내년도 국제유가 상승 저지선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진짜 문제는 우리나라의 중동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중동의존도는 제2차 석유위기가 끝나가던 1985년에 57%까지 떨어졌으나, 곧 70%를 회복한 후 2005년 이후 줄곧 80% 이상을, 2011년 이후에는 8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즉,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석유 의존도는 내려갔지만, 중동 의존도는 높아진 것이다. 따라서 작금의 OPEC 감산은 우리나라에 상당한 위험요소로 작동한다.

이는 절대로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중동산 원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국내 석유산업의 경쟁력에 자칫 잘못하면 불똥이 튈 수 있으며, 이는 조선 산업에 이은 또 하나의 대규모 국내산업 구조조정 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에는 유가상승이 정유 부문에는 이익이 될 것이나, 가격이 충분히 올라 미국 셰일가스전에서 원유를 공급받아 생산하는 북미 업계가 경쟁력을 가지게 되면 중동산 원유를 수입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업계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2012~14년 미국 셰일가스 증산 때 국내 업계는 상당한 손실을 보았다. 저유가라고 안심하고 있기에는 국가경제에 끼칠 불안요소가 커서 이를 해소할 방안이 필요한 것이다.

반면에 중동국가들을 대상으로 수출해 왔던 업계에는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저유가가 장기화하면서 침체에 허덕였던 산유국 경기가 좋아져 이 효과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국제유가 상승이 산유국 경기 뿐 만 아니라 국제경기를 좋게 만들어 전 세계적으로 제품수요를 증대시킨다면 우리나라 산업, 특히 조선 산업이나 건설 산업에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그 반대로 유가 상승이 단순히 공급가격 상승에만 미치고 경기 진작이나 수요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제조업의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다. 에너지신산업과 기후변화협약으로 겨우 국민의 관심을 끌어놓은 이때, 에너지신산업과 국내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보다 집중하여야 하는 이유이다.

국제유가는 분명 오른다. 생산량이 줄고 소비량이 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OPEC의 감산 결정이 이를 더욱 빨리 재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럴당 50달러나 60달러가 고유가인지 저유가인지, 유리한지 불리한지는 석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조차도 산업에 따라 이제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더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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