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신임 단체장 부임이나 시대적 요구, 역할 변화 등 사유로 기관이나 단체가 새로운 비전이나 미션을 마련해야할 때가 있다.

해당분야에 지식이 없는 국민이 이해하기 쉽고 조직의 성격이나 목표가 간단명료하게 담겨야 하는 만큼 매우 심사숙고해서 정할 수밖에 없다. 요즘에는 신 기후체제에 따른 주효한 온실가스 감축수단이자 새로운 경제성장 원동력으로 각광받는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효율·절감도 미션이나 비전에 녹여내야 할 주요 대상 중 하나가 됐다.

최근 관련 업무를 맡게 된 에너지 유관단체 관계자는 고민을 토로했다. 지금처럼 정권교체가 회자되는 어지러운 시국과 맞물리면 비전이나 미션에 쓰이는 단어 선택 하나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미션이나 비전을 볼 때 직관이나 감성을 통해 우선 이해하는 만큼 신선하지 않고, 소위 지난 정권의 냄새가 풍기는 단어를 배제한다는 암묵적 동의가 관련 회의에서 발생한다고 전한다.

가령 ‘녹색’이란 단어는 MB정부를 떠올리게 한다. 재생에너지나 온실가스 감축정책과 관련해 유독 ‘저탄소 녹색성장’, ‘녹색에너지’ 등 녹색이란 단어가 자주 쓰였다. 관련 정책을 기획·수립했던 정부 산하 별도기구 고위 임원의 말을 빌리면 “민간단체나 연구원 이름에 녹색이란 단어만 들어가면 정부가 팍팍 지원금을 내줬다”라는 우스갯소리도 기억에 남는다.

‘스마트’도 같은 맥락이다. ‘스마트그리드’나 정보통신(ICT)기술과 결합한 에너지효율시스템을 의미하는 ‘스마트에너지’ 등 지난 정부가 추진하던 에너지정책과 관련이 깊다.

‘청정’은 반드시 재생에너지나 에너지효율을 지칭하는 단어로 보기 모호한 부분이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미래에 지양해야할 에너지원이 된 원전이나 천연가스을 쓰는 가스발전 분야에서 저탄소를 내세워 재생에너지와 함께 차세대 에너지원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할 때 자주 사용했다.   

그렇다면 ‘신산업’이란 단어는 어떻게 기억될까. 막대한 예산과 파격적인 지원만 앞세울 뿐 일선에선 정부가 명분과 의욕만 있고 속도전으로 무리하게 성과를 내려하다는 목소리가 벌써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 단어는 죄가 없다. 새 단어로 신선한 맛을 줘야할 이유는 따로 있다.각 정권마다 추진했던 재생에너지나 에너지효율정책들이 대부분 장기간 호흡을 갖지 못하고 열매를 맺지 못한 채 ‘미생’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글창제 등 훌륭한 업적을 남긴 세종대왕의 시호도 새로운 행정수도의 명칭과 뜻으로 계승되지 않았는가. 좋은 업적을 남겨 좋은 의미로 길이 남으라.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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