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결국 태양광이 세계 에너지시장의 질서를 바꿔 놓고 있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시점이 크게 앞당겨졌고, 내용도 가공할 만하다. 과거 신재생에너지 옹호론자들의 래퍼토리였던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 신재생 발전단가와 기존 화석연료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균형점)는 이미 고루한 얘기가 된 듯 싶다. <블롬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의 최근 보도에 보면, 올해 태양광은 풍력발전 발전원가보다 저렴한 '가장 값싼' 발전원으로 등극했다. 올해 인도에서 체결된 태양광 사업 입찰 경매가는 MWh당 64달러(한화 약 7만7000원)였고, 심지어 칠레에선 29달러(약 3만5000원)짜리 역대 최저 계약이 성사됐다. 석탄화력으로 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려면 배 이상이 든다. 이제 신재생은 전통 화석연료 발전이 아니라 같은 전원과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전 세계 신규 태양광 설치용량은 70GW(7000만kW)로 같은기간 풍력발전 설치량 59GW를 가볍게 따돌렸다. 2010년 우리나라 전체 설비용량에 육박한다. 이런 속도라면 향후 10년 안에 기존 화석연료 발전량을 따라잡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개발도상국은 신재생보다 전통 화력을 선호할 것이란 일각의 예측도 빗나갔다. 올해 비(非) OECD국가의 신재생 투자액(154억4000만 달러)은 OECD(153억7000만 달러)를 앞선다. 선진국들이 관성에 젖어 재정타령을 할 때 이들은 도전적 신재생 비중목표를 세우고 뚜벅뚜벅 전진하고 있다. 수십년간 원전→석탄→가스→신재생 순으로 전원 포트폴리오를 쌓아온 선진국들은 겸연쩍게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물론 전통에너지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 태양광과 풍력의 간헐적 공백을 가스발전 등이 제때 메워줘야 하고, 그런 비용은 지금까지 정확히 따져보지 않던 신재생의 숨은 비용 중 하나다. 그러나 전통 기저발전 원가에 포함돼 있지 않은 환경·사회적 비용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을 뿐더러 무엇보다 햇빛과 바람은 연료비가 공짜다. 비중을 높일수록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전력의 환경오염 부하가 낮아지며 에너지안보에도 도움이 된다. 국제유가가 급등락 때마다 마음을 졸일 필요가 없다. 여기에 산업경쟁력까지 갖추면 제2, 제3의 융합산업을 견인하는 새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다른나라보다 일찍 신재생 보급·개발을 시작한 우리나라가 왜 이 황금어장의 변두리만 맴돌고 있는지 곱씹어볼 일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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