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조성봉] 우리 에너지산업은 세 가지 규제가 꽁꽁 묶고 있다. 가격규제, 진입규제, 경영규제다. 

가격규제부터 예를 들자. 공공요금으로 분류되어 있는 전기요금, 도시가스요금, 열요금 등을 사업자가 올리는 것은 정말로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선거를 앞두고는 꿈도 못 꿀 일이다. 

2011년 9·15에 터졌던 수도권 순환정전은 정부가 꽁꽁 묶어 두었던 전기요금 때문에 터진 사건이다. 2004년 이후 국제유가가 급상승하면서 모든 에너지가격이 올랐지만 전기요금은 공공요금으로 규제돼 거의 오르지 못했다. 명목상으로는 올랐지만 물가상승을 반영한 실질요금으로는 오히려 떨어진 셈이었다. 전력수요는 급등했다. 다른 모든 에너지에서 전력으로 대체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더 이상 수급이 조절되지 않아 터진 사건이 바로 9·15 순환정전이었다. 

진입규제는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에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면 알 수 있다. 한전, 가스공사처럼 기존의 공기업 독점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새로운 사업자가 끼어들 틈이 거의 없다. 

2014년 9월 4일 박대통령이 주재하는 에너지신산업 대토론회가 있었다. 대통령은 당시 공공부문 중심의 에너지산업을 시장 중심으로 전환하고, 현재의 수급논리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바라보고,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며 감동적인 방향제시를 했다. 그날 모든 신문과 공중파 TV방송에서는 “에너지산업―시장으로, 미래로, 세계로”라는 헤드라인이 떴다. 에너지신산업의 육성과 진흥을 위해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한다고 했다. 즉, 특별히 법령에서 정하는 바가 없으면 진입을 자유화하겠다는 것이었다. 필자도 눈과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다음날 산업부의 보도자료를 보고 혹시는 역시로 바뀌었고 필자는 배꼽을 쥐고 가가대소할 수밖에 없었다. 보도자료의 핵심귀절은 다음과 같이 서술돼 있었다. “현재는 법령에 규정된 사업자만 지위를 인정받고 있으나, 향후 스마트그리드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자는 모두 자동적으로 지위를 인정받도록 개선하겠음. 단, 안정적 전력공급에 필수적인 발전·송전·배전·판매·구역전기는 제외”. 전력산업에 발전·송전·배전·판매·구역전기사업을 제외하면 무엇이 남는가? 이 코미디같은 보도자료는 결국 새로운 진입은 없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에너지산업에는 규모의 경제를 보이는 자연독점성이 있어서 가격규제와 진입규제가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 정도가 심하다. 외국에서는 자연독점성을 찬찬히 검토해보고 분해해서 자연독점성이 나타나는 부문과 그렇지 않은 부문을 분리해 내었다. 그래서 전력산업의 경우 발전과 판매부문 등에서는 가격규제와 진입규제가 필요없어서 자유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에너지산업에서는 에너지산업의 이 같은 수직적 분해작업(unbundling)이 시도되지 않고 있다. 그냥 뭉뚱그려서 전력산업은 다 진입규제다. 발전설비 하나 추가하는 것도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꽁꽁 규제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규제는 경영규제다. 대부분의 에너지기업이 공기업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공기업은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모든 경영활동에 대해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주무부서와 기획재정부의 일상적 규제로 공기업의 인력, 투자, 자산, 자본 등 모든 것이 규제대상이다. 국회의 국정감사, 주무부처 감사, 감사원 감사 그리고 공기업 경영평가, 청렴도 평가, 혁신평가, 고객만족도평가 등등의 감사와 평가로 일 년 내내 시달린다. 공기업 CEO는 3년 단임인 셈이며 어쩌다가 연임되면 1년씩 연장된다. 그나마 내부에서 승진된 경우가 거의 없어서 일을 배울 만하고 경영을 알 만 하면 그만둔다. 경영의 연속성과 일관성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힘들다. 

매번 대선이 있을 때마다 에너지정책을 바꾸기 위하여 이런 3대 규제가 개선되나 기대해보지만 매번 그 기대는 벗어난다. 이번에도 그럴 것 같다. 필자의 과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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