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얘기가 자주 거론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대선판에서 구여권으로 불리는 보수진영이 불리한 가운데 선거전을 끌고 가야 한다는 얘기다. 지나치게 진영논리에 매몰됐다거나, 당연한 심판결과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만, 아무튼 보수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만은 사실이다. 과거에는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펼친 곳이 주로 진보진영이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사전적 의미로는 애초부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즉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는 데서 유래됐다. 흔히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우수한 선수 구성으로 다른 팀과의 경기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치는 것을 여기에 빗대곤 한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기울어진 운동장은 자주 나온다. 에너지공기업과 민간기업을 비교할 때 주로 거론되면서 에너지산업구조개편을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에너지 믹스에서 한쪽으로 편향된 것도 기울어진 운동장에 곧잘 비유된다. 과거에는 석유류가 장악했다가 최근 들어 전기·가스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해당 에너지원의 등쌀에 밀려 제 역할을 못하는 에너지원에 소속된 업계에서 자주 거론한다.

같은 에너지원 내에서 점점 분화되는 경향도 보인다. 예를 들어 전력 중 원전과 석탄은 기울어진 운동장 위쪽에 있고, LNG복합과 열병합발전이 아래쪽에 있어 경쟁이 안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 같은 가스에서도 도시가스와 LPG가 오랫동안 이런 관계에 있었고, 난방방식에선 지역난방이 좀 더 나은 위치에서 도시가스 시장을 위협했다. 석유부문에서도 유통단계별로 수입·정유사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고, 하부 대리점과 주유·충전소 등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아래에 분포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기 위해선 심판의 역할이 중요하다. 심판이 나서 경기 전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대로 평평하게 골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한 후 경기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당장 평평하게 고르지 못할 경우에는 그에 걸맞는 경기진행과 룰을 만들어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도록 경기운영을 해야 한다. 반칙하는 선수가 없도록 단속하고, 적발되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워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산업의 심판은 사실상 정부가 담당한다. 자유경제체제에서라면 당연히 시장과 소비자가 심판 역할을 해야 하지만 독점구조를 아직 못 벗어난데 따른 것이다. 그렇다보니 항상 불평과 불만이 쏟아진다. 정부 역시 이를 해소할 생각보다는 호루라기를 마음껏 불며 권한행사를 은근히 즐기는 모양새다. 우리 에너지시장에도 운동장을 거울처럼 평평하게 만들 불도저 심판이 나와주길 기대한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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