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색깔 넘어 경제적 가치 판단으로 청정에너지 수용
‘제조업 일자리, 자금이동 유인하는 매력적 신흥산업’ 평가

[이투뉴스] 2년 전 미국 켄자스 주는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의무발전비율을 20%까지 채운다는 법규를 폐지하기 위해 법원에 항소했다. 이 사건은 극히 보수적인 지역에서 발생한 에너지 산업의 후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그 법이 폐기될 때쯤 사실상 폐지 항소가 애먼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됐다. 켄자스 주의 20%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치가 이미 2014년에 조기 달성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해 풍력발전 비율은 30%를 찍었다. 켄자스 주는 향후 1~2년 내에 풍력 발전 비율이 50%까지 달하는 미국 내 첫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청정에너지의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주들이 대부분 공화당 주지사 또는 입법안자들이 있거나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킨 보수적인 지역이라는 것이다. 

풍력 터빈으로 전력 공급을 가장 많이 하는 아이오와 주와 켄자스 주, 사우스 다코타 주, 오클라호마 주, 노스 다코타 주 등 5개 주는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켰다. 

풍력발전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텍사스 주도 극히 보수적인 지역이다. <뉴욕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 생산된 풍력의 69%가 지난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찍은 주에서 생산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석유와 가스, 석탄을 옹호하고 있지만, 정치적 색깔을 뛰어 넘어 기업들과 정치적 지도자들은 경제적 가치를 보고 청정에너지를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화당 강세 지역들의 재생에너지 확대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목표에 자극을 받은 것은 아니다. 또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 협약 취소를 방어하려는 뉴욕 주와 워싱턴 주, 캘리포니아 주 등 민주당 강세 주들에게 힘을 보태려는 것도 아니다. 

대신 경제 전략으로써 풍력은 제조업의 일자리를 만들고 꾸준한 자금의 이동을 유인하는 매력적인 신흥 산업이다. 풍력 터빈 업자에게 농장 토지를 빌려준 농장 주인들에게는 새로운 수입원이 발생하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원하는 대기업들의 참여로 자금 투자가 발생하면서다. 

동기가 어쨌든 보수적인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온실가스 저배출을 돕고 있다. 이들의 목표가 기후변화를 우려하고 있는 민주당 주들의 노력에 암묵적으로 부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배출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이 시기에 주정부들이 각자 청정에너지 목표를 앞으로도 계속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조지타운 대학의 역사학자인 마이클 카진 박사는 여자에게 투표권을 주거나, 최근 동성 결혼 허가는 주정부 수준에서 먼저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시스템에서 주정부는 상당히 큰 힘을 갖고 있다. 그 힘은 종종 진보적인 명분을 위해 이용된다"고 설명했다. 

10여년 전 미국 연방 정부의 무대책에 좌절을 느낀 기후변화 활동가들과 청정에너지 옹호론자들은 주정부들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재생에너지 목표를 채택하도록 힘을 합쳤다. 당시 기후변화는 논란이 지금보다 덜 한 이슈였기 때문에 대부분 주정부들은 재생에너지 의무 발전량을 따랐으며 대개 2020년이나 2025년까지 맞춘 목표량을 설정했다. 

현재 많은 주들이 목표 달성을 위한 궤도에 올랐으며 대부분 계획보다 더 앞서있다. 특이하게 켄자스 주는 2015년 주정부의 의무사항을 자발적인 목표로 바꾸었다. 대신 산업계는 징벌적 세금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았다. 당시 브라운 백 주지사는 이 거래를 받아들이는 대신 켄자스 주가 풍력 발전기를 계속 지을 것을 기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현재 풍력은 미국 내 전력 발전의 6%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 연구자료에 따르면, 풍력 점유율이 3분의 1 또는 그 이상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을 조기에 폐지할 것이라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재생에너지 성장에는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보조금 삭감은 이미 예상된 바였으며, 조기 폐지는 의회에서 양당 의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살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 의원들이 보조금이 시장을 확대해 재생에너지 비용을 낮출 수 있는 투자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풍력과 태양광 산업은 일자리를 만드는 주요 성장 동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폐기하자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주에서는 그들의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더 높이고 있다. 뉴욕 주와 캘리포니아 주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50%까지 늘리기로 했다. 캘리포니아 주는 2045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발전을 설정할 것인지를 두고 논의가 한창이다. 

캘리포니아와 다른 서부 주들은 공화당 우세 주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게 연결할 방안을 찾는 등 공화당 주들과 재생에너지 거래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석탄 생산으로 유명한 와이오밍 주(공화당 우세)도 캘리포니아 주와 협의해 세계에서 가장 큰 풍력발전을 건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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