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상견례 의식한 듯 정ㆍ재계 모두 '입단속'

산업자원 분야를 책임진 신임 주무장관과 경제 5단체장의 첫 만남은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6일 오후 12시30분부터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산자부와 재계의 간담회에는 일찍부터 몰려든 취재진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앞서 공개된 이날 간담회의 주요현안은 산업분야의 투자확대 방안, 일자리창출, 성장동력 확충 등이었다. 그러나 취재진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는 듯했다. 하이닉스 이천 반도체 공장 증설이 환경규제에 발목이 잡혀 불허됐고 정부의 상법 개정안까지 재계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날 간담회에서 김영주 산자부 장관은 산업자원 분야만이 아니라 상법개정안에 대한 법무ㆍ근로기준법에 대한 노동분야까지 포함한 정부 대표자 자격이 돼 버렸다는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재계대표와 김장관의 회동은 세평 남짓한 오찬장소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회의는 오찬을 겸해 오후 12시30분부터 2시30분까지 이어졌으며 회의가 끝나자마자 각계대표는 별다른 브리핑 없이 뿔뿔이 흩어졌다.

 

앞서 산자부는 “오프닝만 공개하겠다”며 상세한 간담회 협의내용을 비밀에 부쳤지만 ‘혹시나’하는 마음에 자리를 떠나지 않던 취재진들은 넋을 놓고 이들의 뒷모습만 쳐다봐야 했다.

 

회의를 마치고 산자부로 향하던 김장관은 “재계가 불만이 많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은 상견례니까 특별히 없었다”고만 대답했다. 그는 또 상법 개정안과 관련 “관계부처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며 입장표명도 피했다.

 

재계 대표들 역시 회의 결과에 크게 만족하지도, 불만족한 반응을 나타내지도 않았다. 경제 5단체장은 이날 간담회에 대해 ‘상견례’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는 듯 말을 아꼈다.

 

정부계획에 대한 김장관의 모두발언을 경청한 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김장관께서 잘 하시리라 믿는다”고 말했고 회의 중 잠시 모습을 드러낸 김용구 중기중앙회 회장은 “상견례 자리라 특별한 얘기가 없었다”고 기자에게 귀띔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유독 불편한 표정이 역력했던 것은 이희범 무역협회 회장. 그는 “코를 치료했다”며 간담회 전후로 통증이 가시지 않는 표정을 짓다가 재계대표와 취재진까지 모두 돌아간 뒤 코피가 난 듯 한쪽 코를 막은 채 서둘러 현장을 떴다.

 

그나마 이날 회의에서 산자부가 전경련 측이 건의한 해외자원개발 활성화와 관련 “융자지원금액지속확대와 금융보험 신설, 에너지와 인프라산업을 연계한 모델을 제도화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복잡한 이해관계 속의 ‘소득 중 소득’으로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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