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에너지 활성화 정책 지연에 ‘기대반 우려반’

[이투뉴스] 하반기로 넘어가기 전까지 국내 집단에너지산업은 비교적 순탄한 시기를 보냈다. 오랫동안 누적된 적자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해 경영실적이 비교적 호성적으로 나오는 등 낙관 무드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산업부가 분산에너지 활성화 로드맵을 곧 내놓을 것이란 기대도 한 몫 단단히 했다. 열병합발전과 집단에너지가 제공하는 국가적 편익에 대해 보상강화가 머잖아 실현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원가인상 불구 열요금 미조정에 분통

하지만 하반기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흐린 날이 계속 됐다. 코로나19 백신접종이 늘면서 국제유가와 글로벌 LNG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LNG 도매가격 상승은 11월에만 21%, 12월에도 12%가 오르는 등 연말이 다가올수록 극성을 부렸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했을 때 집단에너지용(100MW 이상 CHP)은 1년새 122%, 도시가스 발전용(100MW 미만 CHP)은 97%나 연료비가 상승했다.

천연가스 공급가격 인상은 고스란히 집단에너지사업자의 원가상승 요인으로 이어졌다. 석탄 등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산업단지도 영향을 받았지만, LNG를 쓰는 지역난방 및 구역전기사업자가 직격탄을 맞았다. 원료비 상승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16% 가량의 인상요인이, 지난 7월 정산과정에서 반영하지 않았던 인하요인을 빼더라도 두 자릿수에 달하는 열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인상요인은 생겼지만 열요금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도시가스 민수용 요금과 연동하는 시스템인 만큼 가스요금 조정을 기다려야 하지만 정부가 틀어막고 있어서다. 지역난방 대체재인 도시가스 개별난방과 같이 움직인다는 기본취지는 공감하지만, 민수용 가스요금을 누르다보니 지역난방까지 못 올리는 기형적인 요금구조가 됐다.

특히 도시가스사의 경우 완충역할을 맡는 도매사업자가 있어 가스요금을 올리지 않더라도 가스공사 미수금으로만 잡힐 뿐 경영측면에서 아무런 장애요소가 없다. 하지만 원가인상이 수익구조에 직결되는 지역난방사업자는 하루하루 피가 마르고 있다. 한 해 장사가 결정되는 동절기를 맞아 팔면 팔수록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원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정부가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다. 책임은 아무도지지 않는다.

◆구역전기도 최악, 신도시로 수요개발 기대
집단에너지업계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분산에너지 활성화 로드맵도 나왔다. 로드맵이 추진전략으로 바뀌었고, 집단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로 포커스도 살짝 움직였지만 분산편익을 시장제도로 보상한다는 내용과 2040년 40%까지 분산전원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은 그대로 들어갔다.

여기에 분산에너지 설치의무제도 도입, 활성화 기금 조성 등을 담은 분산에너지특별법이 국회에서 발의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다만 분산에너지법 처리를 위한 국회 절차가 사실상 중단된데다, 산업부 역시 정책추진과제가 에너지원별로 겹치면서 분산편익 보상 등의 정책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업계의 고민이다. 

짐코에 이어 티피피(TPP)도 청산되는 등 올해도 구역전기사업의 끝없는 추락이 계속됐다. 청산된 티피피 공급권역은 전기는 한국전력공사가, 열공급은 인근 집단에너지사업자인 대륜발전이 이어 받았다. 더욱이 하반기 천연가스가격 등 연료비가 폭등하면서 전기요금은 한전, 열요금은 한난이라는 제약을 받는 국내 구역전기사업자. 견디기 힘든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크게 오른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 정부가 3기 신도시 등 적극적인 택지개발에 나서면서 정체기에 있던 국내 지역난방 수요개발이 크게 활성화를 띠고 있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소규모 사업지구의 경우 인근 집단에너지사업자가 연계공급에 나서면서 규모의 경제 달성에 큰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왕숙지구와 광명시흥지구의 경우 사업권을 두고 불꽃튀는 경쟁이 예상된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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