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인 구모 본부장 사직서 내고 2억6천만원 퇴직금 수령

▲한국전지산업협회 CI
▲한국전지산업협회 CI

[이투뉴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이차전지기업들의 이익단체인 한국전지산업협회가 임원 성추행과 직장내 괴롭힘, 회전문 인사 , 부실경영 등이 얼룩진 요지경 행태를 보이며 회원사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

구자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민의힘 의원이 전지산업협회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진술 자료에 따르면, 협회 전무이사로 재직한 구모 총괄본부장은 2018년 회사 워크숍에서 부하직원 뺨을 때리고 여직원을 성추행했다.

이 사건은 협회 내부의 조직적인 함구와 은폐시도로 묻혀졌다가 내부고발을 통해 시작된 외부 노무법인의 조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협회는 가해자에 대한 중징계 요청에도 불구하고 징계절차 전 해당자의 사직서를 수리하고, 2억6000만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지급했다. 

이 과정에 협회는 법률자문을 의뢰해 본부장의 사직서 제출이 문제가 없는지, 상근임원 해임 후 연구전문위원 위촉이 가능한지 등을 확인하는 등 사실상 가해자를 두둔하고 재임용하려는 시도까지 벌였다.

이와 관련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협회에 대한 근로감독을 통해 근로기준법 제43조 연장근로수당 일부 미지급과 동법 제74조 임신 중의 여성 근로자 시간 외 근로 등 모두 5가지 법조항 위반사항을 들춰내고 시정지시서를 발송했다.

또 전 직원 및 최근 1년 이내 퇴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협회 내부에 직장내 괴롭힘이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조직문화 설문조사 결과 협회 직원들의 절반 가량(48.8%)은 1년간 직장내 괴롭힘을 한번이라도 경험했다고 응답했고, 심지어 욕설을 듣거나 위협적인 말을 들은 직원도 16.3%에 달했다. 괴롭힘 가해자는 전원이 간부와 임원이었다.

문제를 일으킨 구모 본부장은 협회에서 10년 이상 장기 근무한 인사다. 수직적이고 강압적인 조직문화를 자리잡게 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차전지 대기업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음에도 협회 재정관리도 부실 그 자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자근 의원실에 의하면 협회 임원진은 최근 5년간 제주, 나주, 광주, 광양까지 4개 분원을 설립하는 등 확장을 서둘렀다. 이 때문에 2018년 1억6000만원 안팎이었던 협회 부채는 올해 6월 11억9800만원까지 7배 이상 불어났다.

협회 회원사들이 매년 12억원에 달하는 회비를 냈지만 사무국의 정상적인 운영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정순남 상근부회장은 전 지식경제부 지역경제정책관 등을 지낸 전직 관료 출신이다. 2018년 고향인 전남 나주에서 시장에 출마하려 했다가 현직 시장과의 공천경선에서 밀린 뒤 그해 상근부회장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협회가 이처럼 복마전으로 운영됐음에도 감독의무를 져버리고 단 한차례도 감사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자근 의원은 “IRA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협회가 이렇게까지 복마전 양상을 띄게 된 것은 아무도 감시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도록 만든 산업부의 업무태만 때문”이라며 "철저한 감사를 통해 가해자가 응당한 처벌을 받고 협회가 정상화 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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