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지역ㆍ미공급지역 공급 확대 중단 우려 /도시가스협회, 가스산업 선진화 방안 세미나 개최

가스산업에 도·소매 경쟁 도입 여부를 놓고 정부는 오는 2010년부터 천연가스를 직도입하고 판매할 수 있는 도매사업자 진입을 허가할 계획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스산업 선진화 방안의 주요 골자는 도매 부문은 가스공사를 그대로 존치한 채 다수의 직도입자를 시장에 참여시켜 가스공사와 다수의 도입도매 사업자는 소매시장 진출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소매 부문은 산업체와 같은 대량 수요처를 개방해 도입도매 사업자와 소매 사업자간 경쟁을 유도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도시가스 업계는 도매부문의 경쟁 없이 소매부문에 대한 동시경쟁을 추진할 경우 경쟁의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도시가스업자들은 정부의 선진화방안을 통해 가스 도·소매 시장에 경쟁체제가 도입될 경우 도매사업자의 불공정거래와 소매업자의 도산 등을 이유로 불합리한 정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시가스협회가 지난 11일 주최한 ‘가스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한 제언’ 세미나를 통해 이를 살펴본다.


 

“도입도매 부문의 실질적 경쟁여건 조성 후에 소매시장에 대한 순차적 경쟁체제 도입이 필요합니다.”

 

정희용 도시가스협회 기획팀장은 ‘가스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한 제언’을 통해 경쟁체제에 필요한 교차보조의 해소, 소비자 요금 인상, 소외지역에 대환 공급중단의 문제 등에 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 팀장은 가스산업선진화 방안의 문제점으로 유효경쟁 성립 불가 및 불공정거래 행위의 가능성을 지적했다.

 

정 팀장은 “도시가스 회사는 가스공사로부터 20년간 물량을 공급받도록 장기계약이 체결돼 있다"며 "이 때문에 도시가스사는 도입도매 부문의 사업 참여와 가스공사 이외의 공급자를 선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장기도입 계약이 완료됐던 지난 2006년 신규 계약 체결시 도시가스 회사들은 국제 LNG 시장의 변동성과 가스산업구조개편 가변성을 이유로 중단기계약(5~10년)을 주장했다.

 

이에 반해 가스공사는 국제 LNG 시장에서의 협상력 확보와 구조개편 미추진을 이유로 장기계약을 요청해 도시가스사는 정부 정책 협조차원에서 일괄 20년 장기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정 팀장은 “가스 대량 수요처를 개방할 경우 도입도매 부문의 소매 부문 진출은 급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며 “소매 부문 경쟁의 실익이 없고, 수직결합에 의한 불공정거래 행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입도매 사업자는 초과이익 발생이 가능한 우량 수요자만 선별해 공급(Cherry Picking의 문제)함으로써 소매사업자의 부담만 가중시키며, 초과이익이 나지 않는 수요군(가정용)에 대해서는 투자를 기피(Social Dumping)함으로써 결국 소비자 후생 저하 및 도시가스사 수익 악화가 초래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소비자가격 가운데 도·소매 비중은 약 90대 10으로, 경쟁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부문은 도입도매 부문이며, 몸통 부분의 실질적 경쟁 없이 깃털만 경쟁시킬 경우 유효경쟁은 불가능하며 경쟁의 실익도 전혀 없어 오히려 전환비용만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팀장은 “도매사업자의 소매부문 진출은 공정위가 제시하는 수직적 결합의 경쟁 제한성에 대한 심사기준에 저촉돼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법에서는 원재료 공급회사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인 기업이 하류시장애 진출할 경우에는 시장봉쇄의 우려로 공정위에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서울지역 도시가스사 한 관계자는 “경쟁 촉진을 위해서는 용도별(산업용, 가정용 등) 원가가 반영된 요금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도소매 경쟁체제에 필요한 원가구조로 개편될 경우 가정용은 요금이 급등해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으며, 가정용은 동절기의 최대 사용량에 대비한 저장시설 구축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원가유발 요인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그는 또한 “산업용 등 연중 사용량이 균등한 대량 수요처는 상대적으로 가격 인하효과가 기대되지만 선진화의 정책적 과실(果實)이 도입도매에 참여하는 1~2개 특정 대기업과 대량 수요처에만 돌아간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1200만 가정용 소비자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며, 연간 1000만㎥이상의 대량 수요처 이탈시 가정용 공급비용이 대폭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도입도매 사업자는 장래의 시장지배를 목적으로 기존 소매사업자보다 현격히 낮은 가격으로 기존사업자를 압박하며, 소매사업자는 수익 악화로 소외지역 등 미공급지역에 대한 가스공급 중단 및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 위축으로 대형 가스사고 발생이 우려된다고 관측했다.

 

지방의 도시가스사 한 관계자는 “지방의 중소 도시가스사 연쇄 도산 및 가스시장 유통체계에 일대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책임공급제가 폐지되고 대량 수요처에 경쟁체제가 도입될 경우 지방의 중소 도시가스사 연쇄 도산 및 소매 도시가스사에 대한 인수합병 확산으로 국내 가스산업 유통체계에 일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그는 이에 따라 “1200만 가정용 소비자 요금 급등과 지방 중소 도시가스사의 연쇄 도산, 소외지역에 대한 공급중단 및 안전관리 불안 등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면서 ”형식적, 가시적 개혁성과를 위해 가스산업 선진화를 추진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가스산업 선진화인가’“라고 반문했다.

 

정 팀장은 이날 세미나 발표를 통해 공공부문의 개혁 없이 정부의 가스산업 선진화방안을 추진할 경우 정치적 영향력이 없는 민간부문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정 팀장은 “도입도매 부문은 판매자 중심의 국제 천연가스 시장 여건과 도입가의 급등으로 다년간 실질적인 경쟁여건 조성이 어려운 상태”라며 “도입도매 부문의 실질적인 경쟁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현실에서 소매부문에 경쟁을 도입하는 것은 경쟁의 실효성 확보가 불가능하며 끼워넣기식의  모양만 갖춘 변형된 경쟁형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한 정 팀장은 현재 추진중인 ‘에너지·자원 분야 공공기관 선진화방안’은 공공부문(기관)에 대한 선진화인데 유독 가스산업만 민간부문인 소매시장 경쟁까지 산업구조개편에 집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협회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가스산업구조개편의 모범사례로 소개되는 영국의 경우에도 British Gas의 선 민영화 추진, 10년 이후 소매시장 개방의 순으로 구조개편을 추진한 바 있다”며 “가스산업의 경쟁도입 목적은 경쟁을 통한 국내 가스산업의 효율성 제고와 서비스 질 개선을 통한 소비자 후생 극대화에 있다”고 말했다.

 

 

 

 

치열한 소매시장 경쟁으로

이윤압착 및 시장봉쇄 우려

 

김영산 한양대학교 교수는 이날 ‘가스산업에서 독점적 도매사업자의 소매업 진출의 문제점’이란 최종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용역결과에 따르면 도입도매 부문의 소매부문 진출방안은 ▲도입도매 부문의 도입도매 독점 유지 ▲대량 소비자에 대한 소매시장에 도입도매 부문 진출 ▲도시가스회사들과 소매 경쟁이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이 방안의 문제점은 원가비중이 높은 도입도매 단계의 경쟁을 미루고 비중이 10% 미만인 소매단계의 경쟁을 도입함으로써 낮은 경쟁효과가 나타나며, 도입도매 부문이 소매시장으로 시장지배력이 전이돼 이윤 압착 및 시장봉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소매업자가 많으면 도매업자는 이미 (높은 가격으로) 소매업자에게 판매한 수량에 더해 추가적인 물량을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려는 동기가 발생한다”면서 “이때 높은 가격애 구매한 소매업자들이 손실을 떠 안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도입도매 부문이 소매단계의 고정비용을 도매단계로 전가할 경우 보편적 서비스의 의무를 지닌 소매사업자들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도매-소매 사이에 범위의 경제(economies of scope)가 있을 경우에도 그 효과를 모두 소매단계에 배정하면 유사한 효과가 발생하며, 도매 참여가 제한된 소매업자들은 범위의 경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다른 산업의 사례에서 보듯이 독점적 부문과 경쟁적 부문의 수직적 통합이 갖는 경쟁제한적 효과 때문에 이런 종류의 통합을 제한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통신산업 등 망(網)산업에서 필수설비 등을 보유한 사업체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통신산업의 경우 지난 1996년 미국통신법 개정 이전에는 독점적 지역전화 사업자들이 장거리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불허했다. 이는 지역전화 사업자들이 장거리전화 시장에 진출할 경우 자신이 통제하고 있는 가입자선로라는 필수설비를 이용해 자신의 지역에서 장거리 전화시장을 봉쇄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1996년 개정 통신법에서는 지역전화 사업자들의 장거리전화 시장 진입을 허용했다. 그 전제조건으로 자신의 지역전화 시장을 경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규정을 추가했다.

 

국내의 경쟁제한 판결사례 중 포스코와 포스코아의 합병사례를 보면 지난 2007년 포스코는 자신이 생산하는 전기강판을 이용해 코아를 생산하는 기업인 한국코아를 인수해 포스코아로 개명했다. 공정위는 포스코가 전기강판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코아시장을 봉쇄할 수 있다고 보고 이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도입도매부문 경쟁 없이 소매부분만 경쟁을 도입할 경우 시장이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 경쟁도입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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