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석유공사, 개별입찰로 분리
업계 원성 물량별 할인제도 폐지

[이투뉴스] 4년만에 알뜰주유소 입찰공고가 나오면서 정유사들의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알뜰주유소 물량은 전체의 20%를 차지할 만큼 비대해졌지만 낮은 수익성이 고민거리다. 남은 기간 정유4사는 내수확보와 마진율을 놓고 끊임없이 저울질을 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이번 입찰은 알뜰주유소 도입 12년만에 큰폭으로 제도가 개선돼 더욱 관심이 쏠린다. 예상대로 농협경제지주(이하 농협)와 한국석유공사가 나눠 각자 입찰을 진행한다. 농협은 그간 말이 많았던 물량별 할인제도를 전격 폐지했다.

18일 농협과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 석유류 구매·공급 입찰공고'를  홈페이지에 각각 발표했다. 이번 입찰 계약기간은 오는 10월 1일부터 2025년 9월 30일까지 2년이다. 입찰일은 양측 모두 내달 10일로 시간까지 같고 장소만 다르다. 

본래 기존 공급사인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의 계약만료일은 내달말이지만 기존 계약을 한달 더 연장했다. 유류세 인하조치 종료일과 맞물린 것이 영향을 끼쳤다. 현재 정부는 휘발유 25%, 경유 37%의 유류세 인하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같은 시기인 8월말 끝난다. 시기가 맞물리면 혼선이 생길 수 있어 입찰을 한달 미뤘다는 후문이다. 

입찰내용을 보면 기존에 예상했던 안대로 결국 농협과 석유공사가 갈라섰다. 농협이 단독으로 개별입찰을 진행하고, 대신 석유공사는 도로공사와 묶어 공동구매를 진행한다. 기존에는 농협과 석유공사가 같이하고, 도로공사가 별도로 입찰을 진행했었다. 한쪽이 떨어져 나간 대신 다른 한쪽과 합쳤다.

입찰권역도 바뀐다. 우선 농협은 현행 방식처럼 중부권과 남부권으로 지역을 나눠 입찰을 진행한다. 반대로 석유공사와 도로공사는 전국을 단일권으로 묶어 공급한다. 이는 물량이 줄어든 대신 권역을 넓혀 입찰총량을 키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개별입찰로 쪼개지게 되면 바잉파워(구매력에 의한 가격협상력)가 약해지고 이로 인해 기름값이 오를 수 있다는 일부 우려가 있었다. 

계약물량은 이번에도 늘었다. 기존 연간 50억리터에서 60억리터로 10억리터 많아졌다.  

우선 농협 계약물량은 중부권·남부권에 각각 15억리터씩 전체 30억리터로 설정됐다. 기존처럼 '±알파'로 설정해 여지를 뒀다. 다만 이번에 농협은 그간 정유사를 중심으로 원성이 높았던 물량별 할인제도를 없앴다.  

현행 제도는 정해진 기준물량(계약물량)보다 더 구매하면 추가할인을 받고, 반대로 적게 구매하면 할증을 받는 구조다. 문제는 여지껏 공급량이 계약량보다 항상 많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정유사는 늘어나는 알뜰물량을 계속 싸게 공급해야 했다. 심지어 한도도 없다. <관련기사 2023.04.26 "알뜰주유소 대량구매 할인제도 폐지해야"

석유공사와 도로공사도 계약물량을 도합 30억리터로 맞췄다. 정확하게는 '연간 30억리터 내외'다. 아예 공고문에 "상한물량 및 상한초과에 따른 할증가격 등은 입찰설명회 시 별도통보"라고 표기해놨다. 양사가 예상한 연간 구매물량은 각각 15억리터다. 

이번 제도개편으로 인해 농협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농협 측에서 석유공사와의 분리를 꾸준히 주장해 왔다. 자신의 공급량이 월등히 많을뿐더러 애당초 정체성이 다른 양측을 묶는 것이 적절치 않았다는 입장이다. 실제 휘발유·경유를 주로 판매하는 석유공사와 달리 농협은 면세유·등유(난방유)를 중점 판매한다.

방향이 다른데 같이 물량을 구매하다 보니 수급에 있어 모두가 손해라는 논지다. 농협은 이번 독립을 통해 겨울철 등유수급을 보다 수월하게 풀어 나가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한편에서는 개별입찰로 바뀜에 따라 정유사의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존 방식은 중부권, 남부권 둘중에 하나를 골라야 했지만 '전국권'이라는 새로운 카드가 하나 생겼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공급사가 두개사가 아닌 세개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제도가 바뀌더라도 제일 중요한 것은 물량규모"라면서 "실제 공급량은 대동소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와 수출 모두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략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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