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위기 다가오면 떠들지만 실질적 예산·지원 태부족
“절대소비 줄인 이후 탄소중립-효율혁신…인식변화 필요”

[이투뉴스] 가장 비용효율적인 에너지원이라는 평가를 받는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 정책이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유가가 오르거나 에너지 위기가 찾아오면 어느 정부나 꺼내 들지만 구체적인 액션플랜 없이 흐지부지 시간만 끄는 것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6월 새정부 첫번째 에너지위원회를 열어 “에너지 수요효율화는 입지·계통·수용성 등 공급부문 3대 허들을 원천적으로 회피하면서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제1의 에너지원”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우리 정부도 에너지정책 방향을 에너지공급 중심에서 탈피해 수요효율화 정책으로 과감하게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작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고 글로벌 천연가스가격 역시 2020년 mmbtu당 3.2달러에서  40달러로 12배 넘게 오른 해였다. 이따금 LNG 공급위기설이 나올 정도로 세계적인 에너지위기를 맞아 모든 나라가 대응책 마련에 공을 들였다.

우리나라 역시 이같은 에너지위기 시대를 맞아 시끄러웠다. 새정부가 첫 번째 에너지위원회를 열어 에너지 수요효율화를 외친 까닭이다. 이후에도 연말 전기·가스요금 인상으로 난방비 폭탄 논란에 시달리자 범부처 에너지 효율혁신 대책회의는 물론 중앙-지방 협의회를 열어 총력대처를 다짐하기도 했다.

세부적으로 지난해 9월 국내 에너지소비 상위 30개 기업과 협약을 맺어 에너지원단위를 매년 1%씩 개선하는 효율혁신 파트너십(KEEP 30)을 맺었다.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효율혁신을 지원하는 KEEP 플러스 사업도 펼치고 있다. 이밖에 ▶EERS(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 의무화) 법제화 추진 ▶고효율기자재인증 확산 ▶제로에너지건물 확대 ▶소상공인 고효율기기 지원사업 등을 펼쳤다.

보여주기식 캠페인도 여전하다. 에너지공기업에 선도적인 에너지 효율·절약 지원사업을 주문했고, 시범사업 중이던 에너지 캐시백을 전국으로 확대해 전기사용량을 줄이는 가구에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여기에 1kWh 줄이기 홍보활동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소상공인 지원을 비롯해 고효율 가전 환급 등 예산을 늘려 효과를 본 항목도 일부 있지만, 전체적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 많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에너지 공급상황이 좀 풀리자 급격하게 힘을 일어가는 분위기도 포착되고 있다. 에너지효율 관련 내년도 예산 역시 항목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총액에선 올해와 거의 비슷하거나 깎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이전 정부는 에너지효율 향상이라는 구호만 외쳤을 뿐 실효성 있는 정책과 지원을 실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하지만 현 정부 역시 이전부터 추진해오던 시책이 대부분이며, 여전히 캠페인 등 감정적인 호소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일본 에너지다소비기업 원단위 관리제도를 본뜬 KEEP 30 역시 자발적인 협약으로 기업의 참여와 실천을 독려하는 구조다.

수요효율화 관련 산업부와 에너지공단의 기능 및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하겠다던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개정작업도 감감무소식이다. 정작 EERS 이행대상을 전체 공공기관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국회의 에너지합리화법 개정 발의안(양기대 의원)에 대해선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가장 중요한 가격효과를 통한 에너지절약 및 효율개선도 완전 무시하고 있다. 치솟는 원가에도 불구 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 요금을 묶어 효율적인 에너지 배분을 정부 스스로 막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난방비 폭탄에 호되게 당한 여파로 스스로 내놓은 약속마저 지키지 않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 역시 효율화보다 온실가스 저감에 더 신경쓴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에너지 다소비국이자 저효율 소비국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OECD 평균보다 1.7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산업부가 지난해 에너지원단위(toe/백만원)가 2021년 0.157보다 2.5% 가량 개선된 0.153으로 호전됐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여전히 OECD 36개국 중 33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구민회 법률사무소 이이(EE) 변호사는 “결국 사람을 늘리고, 투자를 해야 에너지효율이 높아진다. 정부는 예산을 늘리고 투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지 않은 채 말로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소비량을 그대로 두고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소비량을 줄인 다음에 전략목표인 탄소중립과 대표적인 수단인 효율혁신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