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희 연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조형희연세대학교기계공학부 교수
조형희
연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조형희] 최근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를 넘어선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 과언이 아닐 만큼 전 세계가 폭염, 폭우, 산불 등의 기상 이변으로 일상 생활에서도 기후 위기를 경험하게 되었다. 우리 세대가 직면한 기후 위기의 원인은 산업 혁명 이후 증가한 온실 가스 배출이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중에서 이산화탄소(CO₂)의 배출량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서 세계 각국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zero CO₂)을 선언하고, 탄소 배출을 감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CO₂ 배출에 대한 분야별 분포를 살펴보면, 대략적으로 산업용 40%, 수송 20%, 가정 20%, 상업용 20% (국내는 산업용 60%, 수송 20%, 가정 10%, 상업용 10%)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분야(전력생산)에서는 CO₂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서 CO₂ 발생이 많은 석탄화력 발전을 대신해서 신재생발전, 무탄소 가스터빈 등을 활용하여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의 가속을 막기 위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산업분야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저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실행해야 한다.

일상 생활에서 탄소 배출을 저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좀 더 쉽게 접근하기 위해 사람이 살면서 호흡을 통해 배출하는 CO₂ 양과 비교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사람은 섭취한 음식의 영양분을 세포 호흡을 통해 생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로 전환하며,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이산화탄소(CO₂)를 외부로 배출한다. 한국 남성의 하루 평균 신진 대사량은 2,418 kcal, 여성은 1,752 kcal이다. 이와 같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남성은 월별로 약 26.1 kg, 여성은 18.9 kg, 평균적으로 한 달에 약 22.5 kg의 CO₂를 인체의 신진대사를 통해 배출한다. 전 세계 2021년 총 CO₂ 배출량이 약 36 GT (1 GT=109 ton)인데, 80억명의 전 세계 인구가 호흡으로 1년에 2.16 GT의 CO₂를 배출하니 6%에 해당된다.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서는 단순 생명 유지를 위해서 배출하는 것보다 휠씬 더 많은 CO₂를 배출하고 있다. 가전제품의 사용, 교통수단의 선택,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른 양의 CO₂를 발생하고 있다.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활동인만큼 신중한 선택을 통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로, 요즘의 무더운 날씨로 생활 필수품이 된 에어컨은 8월 한 달 동안 사람 호흡에 의한 CO₂ 배출의 약 3.7 배에 달하는 83.3 kg를 배출한다. 더운 여름에 켜는 에어컨이 많은 CO₂를 배출하여, 미래의 폭염을 더 심화시키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전력거래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선풍기는 에어컨보다 연간 사용 시간이 약 2.4배 더 길지만, 전력 사용량은 1/20에 불과하다(같은 시간 사용시에는 에어콘의 CO₂ 배출량이 선풍기보다 50배 많다). 따라서 CO₂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에어컨의 사용을 최대한 줄여야 하며, 에어콘의 적정한 온도 설정과 선풍기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둘째로, 출퇴근을 위해 이용하는 교통 수단과 여행, 출장 등을 위해 이용하는 장거리 교통 수단 역시 CO₂ 배출의 주요 원인 중에 하나이다. 서울특별시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민의 평균 왕복 통근 거리는 약 15.6 km로 해당 거리를 승용차로 이동할 경우, 한 달동안 사람 호흡에 의한 CO₂ 배출의 약 2.7배에 달하는 61.3 kg를 배출하게 된다. 반면 버스 이용 시 승객 1인 당 12.3 kg, 지하철 이용 시에는 불과 0.56 kg의 CO₂를 배출해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 승용차를 이용할 때보다 CO₂ 배출을 약 1/10 로 줄일 수 있다. 2~4시간 소요되는 여행의 경우 항공기 대신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환경 보호 측면에서 훨씬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할 때 항공기를 사용하면 승객 1인 당 53.3 kg의 CO₂를 배출하는 반면 철도를 이용하면 5.90 kg만 배출하게 된다. CO₂ 배출 저감에 앞장서는 유럽에서는 최근 항공 여행에 따른 CO₂ 배출로 환경을 손상시키는 행위에 대한 부끄러움을 의미하는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이에 프랑스의 경우 환경 문제 해결의 방안으로 비행시간 2~3시간 이내의 단거리 이동에 대해서는 국내선 항공편 운행을 금지하는 법안을 도입하였으며, 스웨덴의 경우 플라이트 셰임과 같은 환경을 위한 개인의 책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어 많은 사람들이 항공 여행 대신 기차를 선택하는 등 지속 가능한 여행 문화를 장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생활과 매우 밀접한 식습관 역시 CO₂ 배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여러 음식 중에서 육류의 경우, 육류 섭취를 위해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대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우리나라 1인당 한 달 평균 육류 섭취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7.5 kg (사람 호흡 속 CO₂의 1.67배) 달한다. 특히 소고기의 경우, 소의 소화 과정에서 장내 미생물이 메탄가스(CH4)를 배출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른 육류보다 훨씬 높다. (참고로 2020년 전 세계 소 개체수는 약 15억 마리로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7.52 GT으로 전체 CO₂ 배출양(36 GT)의 21%에 해당될 정도로 매우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식물성 고기나 줄기세포를 이용한 배양육과 같은 식품들이 대체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주목받고 있으며, 채소와 곡물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식단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처럼 CO₂ 배출을 저감하기 위해 육류 섭취를 줄이거나 다른 친환경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후 위기는 현 시대의 인류가 해결해야하는 직면한 문제이며,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일상 생활 속에서의 작은 선택 하나하나가 지구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에어컨 사용 줄이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지속 가능한 식품 소비하기 등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국가와 기업 차원의 대책과 더불어 개인 생활 습관에서 노력이 동반될 때, 지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진정한 발걸음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수종 한 그루당 한 달 평균 CO₂ 흡수량이 0.616 kg인 것을 고려하면, 한 사람의 호흡으로 배출하는 CO₂는 40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달성할 수 있지만, 전체 탄소 배출량에 대한 탄소중립을 위한 나무의 수는 상상을 초월하는 양일 것이다. 이보다 생활 속 작은 실천을 통해 탄소중립에 다가가는 것이 더 쉬운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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