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 증가ㆍ신재생 확대 따라 수요 급증

전기는 저장이 쉽지 않다. 생산과 동시에 사용하지 않으면 효용가치가 사라진다. 전지나 축전지에 저장했다가 이를 꺼내쓰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용량이 제한적이고 효율도 낮다. 원자력발전과 비례해 양수발전소가 늘어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양수발전소를 일종의 저장장치로 활용하는 셈이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 바로 '에너지 저장(Energy Storage)' 기술이다. 수요가 없거나 공급이 초과해 남는 에너지를 일정한 장치에 모아뒀다 필요할 때 이를 사용하는 개념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에너지 이용효율을 높이고 전력공급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

 

업계 전망에 따르면 전 세계 에너지 저장 시장은 2015년 60조원 규모에서 오는 2030년이면 646조원 규모로 크게 확대된다. 이 가운데 전력저장 시장과 차량전력 저장 시장이 각각 348조원, 298조원을 차지하고 전력저장 시장의 상당부분은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이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저장 산업은 전력 수요가 늘어날수록,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외형이 커질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 전 세계 전력수요는 2010년 21조KWh에서 2020년 21조5000억KWh로 연간 2.7%씩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발전용량이 늘수록 수요편차도 심해져 지속적인 설비 이용률 하락을 부르는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 발전량과 발전시점이 불규칙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이 확대되면서 지능형 전력망(스마트그리드)이 정착되더라도 전력품질과 계통운영의 불안정성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차세대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에너지 저장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양국의 전력사와 전지업체, 태양광 발전업체, 연구소 등을 참여시켜 2012년 상용화를 목표로 에너지 저장용 리튬이온 전지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독일 환경부와 프랑스 경제성은 '솔리온 프로젝트(Solion Project)'로 이름 붙여진 이 사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 미국에너지부(DOE)는 태양광발전 계통연계를 위한 '저장 연계사업'을 벌여 에너지 저장 장치의 필요성과 경제성을 검토중이며, 일본은 신에너지개발기구(NEDO)를 주축으로 미쓰비씨, 엘리파워, GS-Yuasa 등이 참여하는 저장전지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연구ㆍ개발이 한창이다. 삼성SDI는 2012년까지 Wh당 300원 수준의 수십kWh급 리튬이온 셀을 개발할 계획이며, GS칼텍스는 내년부터 슈퍼커패시터용(축전지) 탄소소재를 양산해 2011년부터는 이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구상이다.

 

이밖에 SK에너지는 지난해 중대형 리튬전지 실증 라인을 준공해 가동중에 있고 LG화학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리튬전지 생산라인을 건설해 현대자동차가 만든 LPi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이를 공급할 예정이다. 

 

에너지기술평가원 관계자는 "에너지 저장 기술은 궁극적으로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패러다임을 대체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정부도 단기성과를 통해 시장 선점이 가능하도록 에너지 저장 산업을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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