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증실험장에서 단기 특성변화 확인…KS 품질기준은 충족
수소 유동상태 아닌 기말가압 상태 측정 등 실증결과 한계

세미나 참석자들이 주제발표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세미나 참석자들이 주제발표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투뉴스] 전국 곳곳에 연결된 도시가스 배관망을 이용해 각 가정까지 수소를 혼입·공급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대규모 수소 유통의 경제성 효과까지 확보하려는 국책 프로젝트의 산·학·연 전문기관 R&D가 한 발을 내디뎠다. 도시가스배관망에 수소를 혼입하는 데 따른 평가·수명예측 기술과 안전 관련 기준을 마련하려는 실증으로, 미래 수소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안전성 검증이다. 일단 안전성 확보를 위한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부여된다.  

그러나 실증이 수소가 공급되는 상황에서 이뤄지지 않은데다 기존 도시가스배관이 아닌 별도로 지어진 실험장의 배관에서 진행되고 기간도 단기에 그쳤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소 혼합비율은 5%, 10%, 20%가 아닌 100%로 진행됐으며, 수소 유동상태로 실험 시 가스누출 등의 사고 위험성이 증가해 기말가압 상태에서 시행됐다. 또 실증실험에 사용한 배관은 기존에 도시가스를 공급해온 배관이 아니라 신규로 제작해 5년부터 30년 이상의 오랜 배관 사용에 따른 영향 분석이 이뤄지지 못했다. 또한 실증실험에서 PLP, PE배관 등 공급배관의 수소 노출시간을 3개월, 12개월로 설정함에 따라 공급배관의 수소 영향성을 중장기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제 안전성 검증을 위한 첫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안전성 확보가 미래 수소사회 일환으로 각 가정에 공급되는 도시가스에 수소를 혼입하기 위한 선행조건이기 때문이다. 수소혼입을 통해 2018년 7.28억톤 규모인 국가 온실가스를 2030년 4.37억톤으로 40% 줄이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에너지 수요 중 도시가스 비중을 2018년 12.2%에서 2050년 3.1%까지 감소시키려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달성하려는 정책 목표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도시가스 배관망 수소혼입 전주기 안전성 검증 기술 개발’ 세미나가 14일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 회의실에서 열려 정부기관 및 수소·도시가스업계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수소혼입 실증계획과 동향, 평가, 기대효과를 내용으로 주제발표와 함께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가스학회가 공동주관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도시가스 배관망 수소혼입 안전성 검증 기술개발 계획(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탄소중립 정책 대응을 위한 도시가스 공급시설의 수소 공급방안 검토(경동도시가스) ▶도시가스 수소혼입가스를 활용한 연소기의 성능검증(한국가스안전공사) ▶비금속재료 수소적합성 시험방법 및 연구사례(와이엘에너지기술) ▶도시가스 배관망 수소혼입(제조→공급→사용) 안정성 실증(한국가스안전공사) ▶수소혼입 배관에서의 수소취성 영향 고찰(한국가스안전공사) 등을 주제로 발표가 진행되고, 현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도시가스배관 수소혼입 파일롯 테스트 개념도.
도시가스배관 수소혼입 파일롯 테스트 개념도.

도시가스 공급시설의 수소 영향성을 확인하기 위해 PLP·PE 배관, 정압기, 매몰형 밸브, 계량기로 구성된 실증실험장에서 진행된 지금까지 결과에 따르면 수소 주입 후 3개월이 지난 배관부에 대한 인장시험에서 이전과 달라진 것은 없었으며 KS품질기준을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관의 인장강도와 연신율의 특성값도 KS기준을 만족해 3개월까지는 수소취성의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수소를 주입한 후 3개월, 12개월이 경과한 PE배관 및 융창부의 기계적 특성평가를 위한 파단점 신율시험, 박리시험, 단기 내수압시험, 내압 크리프시험 및 화학적 특성 평가를 위한 열 안정성 시험, 용융 질량 흐름 시험에서도 아르곤을 주입한 배관과 차이는 없었으며 KS품질기준을 충족했다.  

정압기의 경우 수소 주입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중압부와 저압부에 미세한 누출이 발생했으나 방산과 부분의 누출원인을 찾아내 보강조치한 후에는 누출이 일어나지 않았다. 수소 입자가 질소나 메탄보다 작아 미세한 연결부 틈으로 누출됐거나 정압설비 재설치 과정에서 연결부가 느슨해졌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판단이다. 계량기에 대한 오차율 등 성능검사에서도 수소 주입 후 6개월 가까운 시점에서 기준에 부합했으며, 매몰형밸브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가스레인지, 가스보일러 등 연소기 성능도 수소혼입 농도 별 전 구간에서 점화 및 소화 시 폭발적 점화나 소화현상이 없었으며, 리프팅 및 역화현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가스레인지의 경우 수소혼입 농도가 증가할수록 발열량이 감소돼 화염크기가 줄어들고 수소의 빠른 연소속도로 화염 길이가 짧아지고 화염강도가 세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보일러의 경우에는 수소함량이 늘어날수록 화염의 색이 적염에서 청염으로 변하고 화염 폭이 줄었다. 수소혼입 농도 0%에서는 가스보일러 버너의 표면을 기준으로 상단에서 화염 형성, 혼입농도 15%에서는 하단에서 화염이 형성됐다. 수소혼입 농도가 증가할수록 수소의 빠른 연소로 화염의 강도가 세지고 연소성이 높아진다는 결과다. 

배기가스는 가스레인지의 경우 수소혼입 농도 15%에서 0%에 비해 CO농도 감소율 57% 이상, NOX 농도는 0% 대비 15%에서 5%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가스보일러는 10%까지는 감소했으나 15%에서 소폭 증가했으며 NOX 농도는 10%까지는 감소했으나 15%에서 소폭 증가했다. 가스보일러가 개방상태에서 연소하는 가스레인지와 달리 버너시스템이 밀폐돼 배기가스 배출경향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수소혼입 실증은 오는 2026년 3월까지 도시가스 배관 및 연소기·가스기기 등의 수소혼입 안전성 검증 안전기술개발·실증을 통한 안전기준 마련 및 제도화 지원에 이어 2026년 말까지 현장적용 실증 규제샌드박스 신청·승인, 권역별 도시가스 배관망 및 수요자시설 수소혼입 실증 시범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