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지수 8월 100:90.4 → 9월 100:95.9 → 10월 역전?
LNG 안정추세, LPG는 인상요인…정책 및 마케팅은 변수

[이투뉴스] # 지방권 도시가스사인 A사 실무진이 권역 내 산업체와 도시가스 사용물량을 놓고 긴 시간 논의를 이어갔으나, 결국 도시가스 물량을 줄이겠다는 담당자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했다. LPG가 가격경쟁력을 갖추면서 LPG 듀얼 공급방식으로 연료를 사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 “산업체나 요식업소를 대상으로 한 영업이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가격경쟁력을 갖추면서 해볼만하다고 생각됩니다. LPG공급사도 수요 확보를 위한 마케팅에 신경을 쓰는 게 느껴져요” 

지난해 말 지방권 출장에서 한 도시가스사 임원이 전한 실상과, 소형저장탱크로 LPG를 공급하는 LPG통합업소 대표와 나눈 대화다. LPG와 비교해 도시가스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데 따른 현장 흐름이다. 지난 몇 년간의 가격 그래프를 보면 2020년 6월 이후 LPG 대비 경쟁력을 지녔던 도시가스는 2022년 8월 변곡점을 만들며 열위에 놓여 그해 12월 최대 간극을 나타냈다.  

그러나 올해 2분기를 지나며 LPG 대비 도시가스 가격경쟁력이 다소 나아지더니 하반기 지나서는 회복세가 뚜렷하다. 가격지수 역전까지는 이르지 못했으나 간극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LPG수요가 지난해 상반기에는 수송용을 제외한 모든 용도에서 늘어나며 증가율 10.7%를 나타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모든 용도에서 줄어들며 감소율 11.2%를 기록한 데서도 그 정황이 드러난다. 석유화학용이 19.7% 줄며 감소세를 주도한 가운데 기축수요인 가정상업용이 2.4% 줄었고, 그동안 큰 폭으로 늘어났던 산업용도 0.8% 줄었다. 일선현장에서 LPG공급자가 산업체를 대상으로 도시가스사가 제시하는 가격보다 무조건 할인해 공급하겠다는 마케팅까지 펼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량 감소폭이 큰 셈이다.   

이 같은 가격경쟁력 변화는 지난 8월과 9월 두달 간 가격지수 비교에서도 확인된다. LPG 대비 도시가스의 가격경쟁력을 살펴보면 지난 8월 LPG가 ㎏당 65원 내리고 도시가스는 원료비가 6.1% 내리면서 가격지수는 전월대비 0.87 줄어 도시가스를 100으로 했을 때 LPG는 90.4를 나타냈다. LNG가 ㎥당 9190kcal, LPG가 ㎏당 1만1040kcal로 에너지열량 환산기준으로 비교한 지수다. 권역별로는 수도권 90.68, 중부권 88.18, 남부권 93.77을 나타냈다.   

이어 9월에는 LPG가 ㎏당 50원 오른 반면 도시가스 원료비는 0.8% 내리면서 도시가스를 100으로 했을 때 LPG가 95.9로 나타났다. 여전히 가격경쟁력이 열위에 있지만 전월대비 5.53 상승하며 간극을 9.6에서 4.1로 좁혔다. 권역별로는 수도권 96.23, 중부권 93.56, 남부권 99.53을 나타냈다. 

향후 전망도 가격경쟁력 간극이 좁혀지는 방향으로 흐른다. 천연가스 가격은 소폭 상승세를 띠고 있으나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빚어진 위기 때와는 다른 안정적인 추세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올해는 겨울용 난방 수요 등에 대비하기 위한 천연가스 비축에 적극적으로 나서 역내 27개국 전체 가스 저장시설의 90.12%가 차는 등 목표치를 일찌감치 달성했다. 

이는 겨울철 EU 역내 가스 수요의 최대 3분의 1가량을 충당할 수 있는 양으로, 일단 비축 목표치를 달성한 만큼 유럽 에너지시장은 지난해 겨울철보다 보다 안정적인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주요 수입국으로 부상한 호주발 공급 차질 우려와 아시아 지역의 늘어나는 가스 수요 등은 가격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한다.

LPG가격은 국제유가 변동에 계절적 요인이 더해지며 상향세가 예상된다. SK가스, E1 등 국내 LPG수입사들이 국제LPG가격(CP) 조정요인을 부분 반영하는 등 선제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글로벌 정세에 따른 가격변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가장 큰 조정요인인 CP는 지난 7월까지 하향세를 이어오다 8월부터 상향세로 전환됐다. 

여기에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 사우디 감산 연장 가능성 등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국제LPG가격에 반영되면서 LPG가격 상향세를 부추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10월 국내 LPG가격은 CP 변동만으로 ㎏당 130~150원 안팎의 인상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가격지수 간극이 줄어들 소지가 커 이대로라면 가격지수 역전이 멀지 않은 셈이다. 

다만 정부의 정책적 판단과 민간기업의 마케팅은 변수다. 천연가스의 경우 상반기 도시가스 민수용 미수금은 지난해 말 대비 3조6579억원 늘어난 12조2435억원에 이른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그나마 미수금 증가 폭은 둔화됐으나, 여전히 민수용 도시가스는 원가 이하로 공급되고 있다. 정부가 이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가격 변화폭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LPG의 경우에는 국제LPG가격, 환율 등 조정요인이 발생할 때 각 LPG공급사가 수요, 타 연료와의 가격경쟁력 등을 감안해 어떤 쪽에 비중을 두는 마케팅을 선택하느냐가 변수다. 정부의 협조 요청 등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민간기업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최종결정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