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발발 직후 오르고 3일 연속 하락세로 영향 크지 않아
당사국 아닌 이란 등 산유국으로 불똥튀면 급변 가능성도

[이투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충돌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는 3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석유수급에는 별다른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시장을 진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2일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선물은 전일대비 0.58달러 하락한 배럴당 82.91달러를 기록했다. 전쟁이 발발한 직후 첫날(9일)만 4%가량 올랐을 뿐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시장은 이·팔 전쟁이 석유수급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국이 산유국이 아니라는 점이 우선 고려됐다. 이스라엘은 하루 원유 30만배럴을 정제할 수 있는정유시설 두곳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안도감이 커지면서 유가가 원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날 WTI는 전쟁 발발 전인 6일(82.79달러) 수준에 근접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하루이틀 지나고 나서 보니 (전쟁과) 원유공급과는 관련이 적다고 판단되면서 유가가 물러서고 있다"며 "과거 중동분쟁들도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일시적으로만 오르고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고 진단했다. 

최근 유가는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수급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실제 이날도 늘어난 미국 원유재고가 유가를 끌어내렸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6일 기준 원유재고가 전주대비 1018만배럴 증가한 4억2424만배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50만배럴 늘 것이라는 시장예상을 크게 상회했다.

다만 오 전문위원은 유가가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했다. 그는 "이란의 개입,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전쟁이 확산될 여지가 있다. 그런 공포감은 시장에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업계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사달이 날 경우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가 국내로 들어오는 핵심 운송로다.

물론 아직까지 국내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원유 및 LNG 도입에는 차질이 없으며, 현재 중동 인근에서 항해 중인 유조선 및 LNG 운반선도 모두 정상 운항 중"이라고 밝혔다.  

조장은 석유협회 팀장은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산유국으로까지 전쟁이 확산될 우려가 있어 업계도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면서 "다만 현재까지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국내 기름값은 큰 동요가 없다. 오히려 지난주 국제 휘발유제품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향후 2주 정도 국내 휘발유값은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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