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과태료 부과보다 자발적 참여 유도정책으로 전환
​​​​​​​플라스틱 빨대는 계도기간 연장, 종이컵은 사용금지 해제

[이투뉴스] 정부가 쓰레기 감량 및 플라스틱 저감을 위해 과감하게 추진하던 일회용품 규제가 사실상 흐지부지되는 분위기다.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이유로 계도기간을 연장하는 등 규제를 대폭 축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종이컵은 사용금지 규제를 아예 없애기로 했다.

환경부(장관 한화진)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종이컵 및 플라스틱, 비닐봉투에 대한 관리규제를 없애는 내용의 ‘일회용품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는 식품접객업소의 종이컵·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소매업의 비닐봉투 사용금지 등을 적극 추진해왔다. 

하지만 소상공인이 많은 불만을 제기하면서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하자 결국 정책후퇴를 선언했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품목별 특성을 고려해 규제를 합리화하고, 일회용품 관리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이유를 댔다.

우선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 종량제봉투 등 대체품 사용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기로 했다. 현재 비닐봉투는 장바구니, 생분해성 봉투, 종량제 봉투 등 대체품 사용이 증가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5개사(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씨스페이스24)가 2023년 상반기 중 사용한 봉투는 생분해성 봉투가 70%, 종량제 봉투 23.5%, 종이봉투 6.1%로 집계됐다.

플라스틱 빨대는 계도기간을 연장하고, 대체품 시장의 성장을 유도한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된 이후 커피전문점은 주로 종이 빨대, 생분해성 빨대 등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소비자는 종이 빨대가 음료 맛을 떨어뜨리고, 쉽게 눅눅해져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장의 어려움을 고려해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의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계도 종료시점은 유엔 플라스틱 협약 등 국제 동향, 대체품 시장 상황을 감안해 추후 결정키로 했다. 아울러 계도기간 종이 빨대 등 대체품 품질이 개선되고, 가격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생산업계와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종이컵은 규제가 아닌 권고와 지원을 통해 줄여나간다. 종이컵 사용이 금지되면서 음식점, 커피전문점 등 매장에서는 다회용컵 세척을 위해 인력을 고용하거나 세척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현장 적용이 어려운 점, 해외의 많은 국가가 일회용 플라스틱 컵 중심으로 관리하는 점 등을 고려해 일회용품 사용제한 대상품목에서 종이컵을 제외하기로 했다. 다만 종이컵 대신 다회용컵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분리배출 등 재활용률을 높이는 노력을 배가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계도기간 현장점검과 간담회를 통해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제한의 경우 소규모 매장에서 이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업계가 일회용품 규제 강화로 인해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부담이 가중된다며 제도 유예, 지원 등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이러한 현장 여건을 고려해 합리적인 규제개선과 함께 소상공인이 부담 없이 일회용품 사용줄이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지원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 일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하는 매장에는 다회용컵, 식기세척기 등 다회용품 사용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우수 참여매장은 소상공인 지원사업 선정·지원 시 우대조건을 부여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업해 나갈 계획이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일률적으로 강제하지 못했던 것은 효과에 비해 사회가 치러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크고, 그 비용의 대부분을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짊어지는 구조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