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양천·구로 3만8천세대 23시간 넘게 난방·온수 끊겨
​​​​​​​서울에너지공사, 가압장 복구 및 우회공급로 통해 공급재개

신정가압장 내부에서 발생한 밸브 파손을 수리하기 위해 지하에 있는 설비를 끌어 올리는 모습.
신정가압장 내부에서 발생한 밸브 파손을 수리하기 위해 지하에 있는 설비를 끌어 올리는 모습.

[이투뉴스] 노후 가압장의 밸브 파손으로 중온수가 누출돼 한겨울 3만8000여 가구의 지역난방과 온수 공급이 끊겼다. 사고 하루 만에 응급복구로 온수공급은 재개됐으나 노후설비로 인한 지역난방 안정공급에 빨간불이 커졌다.

지난 17일 15시 54분쯤 서울에너지공사의 신정가압장 온수 공급용 배관에서 누수가 일어나 서울시 양천 및 구로구 일대 아파트 3만7637세대의 온수와 난방 공급이 끊겼다. 가압장은 펌프로 열병합발전소 등 열생산시설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온수 공급을 위해 펌프로 수압을 높이는 시설이다.

서울시는 신정가압장 내 펌프 우회관로 고착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밸브를 조작하던 중 하단부가 떨어져 나가며 중온수(60∼100℃)가 분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사고가 발생하자 즉각 통합지원본부를 설치하고, 굴착기와 덤프트럭 등 장비와 복구인력 148명을 투입해 파손된 밸브 복구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가압장 안에 뜨거운 온수와 증기가 가득 차 복구에 시간이 걸렸다.

아울러 임시 우회관로로 난방을 공급하는 연결공사(부단수 장치 설치)를 통해 18일 14시께 중단됐단 지역난방과 온수 공급을 시작했다. 순차적으로 열이 공급됨에 따라 말단에 있는 공동주택의 경우 오후 늦어서야 열공급이 재개될 전망이다.

서울시와 서울에너지공사는 양천구·구로구 일대 난방과 온수 공급이 만 하루가량 중단되자 지역주민 불편을 최소화를 위해 전기장판, 히터 등 구호물품을 긴급 지원했다. 더불어 취약계층의 경우 주민센터나 경로당 등에서 추위를 녹일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오세훈 시장은 대응 상황을 보고 받은 후 신속한 복구를 당부했다. 오 시장은 “추운 날씨에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속한 복구와 주민 피해 최소화에 총력을 다해줄 것”을 서울에너지공사에 지시했다. 

그동안 지역난방 수송관이 파열되면서 열공급이 중단된 적은 많지만 가압장 내 밸브 파손으로 인해 4만 가구의 공급이 꼬박 하루가 끊긴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정부와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노후 열수송관의 안전확인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허사가 된 셈이다.

특히 열수송관이 아닌 가압장까지 파열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향후 낡은 지역난방 공급시설 전체에 대한 안전진단 및 개체·보강 공사가 시급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매년 동절기마다 반복되는 열수 누출사고를 막기 위해선 공급단 전체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집단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땅속에 묻힌 열수송관도 아닌 동절기 가압장 설비에서 파열사고가 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사업자의 안전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이어 “한난과 서울에너지공사의 초창기 설비는 30년이 훌쩍 넘었고, 후발주자들도 20년이 다가오고 있다”며 “사업자의 안정·안전공급 노력은 당연하지만 정부의 지원체계 마련도 꼭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우회 공급관로를 구축하기 위해 열수송관 용접을 하고 있다.
우회 공급관로를 구축하기 위해 열수송관 용접을 하고 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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