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선거철이 다가오긴 한 모양이다. 정부와 여·야 가릴 것 없이 선심성 정책과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유권자 절반이 몰려 있는 수도권을 겨냥해서다. 서울 메가시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확대 건설, 신도시 재건축 용적률 상향,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 최소 10년 이상 미래를 내다보고 추진해야 할 정책·공약이 유흥가 홍보물처럼 난무하고 있다. ‘아니면 말고’라면 괘씸하고, ‘약속을 지키겠다’해도 걱정이다. 지방소멸을 가속화하고, 정권과 무관하게 지켜온 국토 균형발전의 정신을 크게 후퇴시킬 내용들이라서다.

국가 에너지정책과도 관련이 깊다. 직경이 100km 남짓한 서울·경기·인천에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약 2602만명)이 살고 있다. 홍익대 전력시스템연구실 분석에 의하면, 수도권은 2022년 겨울 최대피크 기준 수요의 약 44%를 소비하고 있다. 인천지역 대형 화력단지 공급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동해·서해·남해안산(産)이다. 수도권이 지금보다 비대해지면, 더 많은 비(非)수도권 전력을 빨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수도권에 발전소를 짓는 게 쉽지 않고, 원거리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은 더더욱 어려우며, 비수도권 전기는 수도권이 지불하지 않는 지방과 지역주민의 희생을 담보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3대 거짓말'을 꼽으라면, 서슴없이 에너지효율 향상·전력시장 정상화·분산전원 확대를 지목하겠다. 어쩌면 우린 지난 40여년간 에너지산업과 시장, 지배구조까지 ‘만기친람(萬機親覽)’하던 정부가 미련없이 그걸 내려놓는 장면을 기대하고 있다. 요금현실화를 전제하지 않은 에너지효율 향상은 애초 빈말에 가까웠다. 분산전원을 확대하겠다는 약속도 현 정부의 신규원전 및 수도권 반도체 단지 건설 계획만으로 허언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국토 균형발전 관점에서 수요를 분산해도 모자랄 판에 수요와 공급 집중화에 기름을 붓고 있다.

정부가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명분으로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애초 취지는 수도권 전기료는 정상화하고, 발전소가 몰려 있는 지방의 전기료는 낮춰 수요를 분산화하고 송전선 건설을 최소화 하는데 있다. 하지만 지금 검토되는 안은 소매요금이 아닌 도매단(발전소)의 전력시장가격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 차등하는 방식이다. 수도권은 이전처럼 제값을 내지 않으면서 비수도권 가격만 떨어뜨려 진짜 분산전원인 재생에너지 확산은 늦추고 수백MW~수GW규모 중앙집중형 전원을 고착화하는 악수가 될 수 있다. 선무당은 귀신이 아니라 사람을 잡는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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