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인상 발표 5시간 만에 동결 재발표
올 손실규모 연간 당기순이익 규모 상회

 [이투뉴스] 국내 LPG가격을 인상한다는 발표 이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시 동결한다고 재발표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올해 들어 도입가격 상승 등 인상요인을 반영하지 못하고 수개월간 가격을 동결시킴에 따라 1분기에만 수백억원의 손실을 안고 있는 수입사는 5월 가격조정을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4월 도입되는 CP가 프로판은 톤당 875달러, 부탄은 890달러로 전달에 비해 각각 55달러, 30달러씩 오른 것과 평균 환율이 달러당 1086원으로 3월 평균 1122원보다 36원 정도 내린 것을 감안해야하고 그동안의 미반영분을 얼마나 반영해야하는지를 놓고 결정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가뜩이나 고공비행을 거듭하는 기름값으로 여론의 시선이 날카로운 마당에 원가상승분과 미반영분을 반영한다는 자체가 편치 않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고심 끝에 SK가스가 가장 먼저 지난 28일 5월 가격을 프로판, 부탄 모두 ㎏당 75원씩 올린다고 공급처에 통보했다. 올해 들어 수입가격 상향이라는 원가 인상요인에도 불구하고 물가안정 정첵에 부응해 동결됐던 국내 LPG가격이 넉달만에 더 이상 원가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미반영분의 부분반영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E1은 4월 마지막 날인 30일 토요일 오후까지도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장고를 거듭한 끝에 오후 5시가 넘어서 ㎏당 프로판은 1358원, 부탄은 1746원으로 각각 69원 인상한다고 공표했다. 넉달 만에 처음으로 ‘인상’이라는 카드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카드는 5시간을 넘지 못하고 서랍 속으로 들어갔다. E1이 오후 10시가 다돼서 5월 프로판, 부탄 가격을 다시 동결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E1의 동결 재발표를 확인한 SK가스도 뒤따라 인상발표를 철회하고 가격을 동결한다고 다시 공표했다. 이같은 해프닝의 배경에는 지식경제부 등 중앙부처가 물가안정 등 정부정책에 적극 협조해달라는 요청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가격동결로 LPG수입사들은 물량으로 따져볼 때 5월 한달간만 70억~80억 상당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원가인상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1분기에만 각사별로 300억~45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일년간의 당기순이익 규모를 넘어서는 손실을 입게 되는 셈이다.

올해 들어 4개월 내내 가격조정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지난 2001년 가격고시제가 폐지되고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자율가격제를 도입한 취지는 사실상 이미 무색해졌다는 게 주위의 평이다. 여기에 LPG수입사들이 상장사라는 점에서 정부가 앞장서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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