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타당성 연구용역결과 발표 임박
한난 vs 도시가스사 논리다툼 ‘팽팽’

[이투뉴스] 이른바 열배관 고속도로를 세워 에너지이용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에 대한 논리전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프로젝트 예비타당성 연구용역을 맡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사결과가 이달 내에 나오기 때문이다.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는 인천-목동-사당 구간에 광역 열배관망을 구축, 수도권 외곽에 있는 미활용 열에너지를 기존 및 신규 집단에너지사업자에 공급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하지만 예비타당성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프로젝트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프로젝트의 타당성과 경제성 등을 놓고 직접적 당사자인 한국지역난방공사와 도시가스사업자 간 뚜렷한 입장차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팽팽히 맞선 양 사업자의 갈등 이외에 또 다른 변수도 있다. 정책적인 추진 의지다. 예비타당성 조사결과를 떠나 이미 청와대에 보고된 프로젝트이다 보니 이제 와서 이를 백지화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다.

프로젝트 실무부서인 산업부 과장이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열네트워크 구축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KDI의 예비타당성 결과가 나오면 도시가스사와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대목이 추진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결과를 예상하고, 반발하는 도시가스사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정부와 한난 측은 광역 열네트워크가 국가적으로 에너지이용효율을 높이고 도시가스업계에도 새로운 사업기회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판매량 급락으로 경영에 빨간불이 켜진 도시가스사로서는 수요 잠식은 물론 자칫 업종의 근간을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반발이 거세다. 경제성을 둘러싼 치열한 논리다툼이 불가피한 이유다.

한난 측은 비용대비 편익이 높다고 주장하는 반면 도시가스업계는 데이터가 왜곡되어 있으며, 국가적으로도 오히려 손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 2월 12일 산업부 에너지수요관리정책단이 주최해 지역난방공사, 짐코, 한국도시가스협회, 서울도시가스, 강남도시가스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모임에서도 잠재수요 분석과 관련해 첨예한 입장차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젝트 사업성의 초점은 미이용 에너지의 활용 여부와 국가적·사회적 비용편익 수준이다. 한난 측은 그린히트 프로젝트가 경제적 편익은 물론 수익성도 충분하다며 사업성을 자신하고 있다. 현재가치 기준으로 비용은 1조7096억원인데 반해 편익은 3조2963억원으로 비용대비 편익비율(B/C)이 1.9를 넘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B/C는 투자비에 대한 편익의 현재가치 비율로, 즉 B/C가 1이 넘으면 투자비용에 비해 얻는 편익이 더 크다.

열 수급도 당초 제시한 수치에서 조정됐지만 안정수준을 자신한다. 재조사를 거쳐 전체적인 열수요는 연간 282만Gcal 수준인 반면 열공급은 연간 287만Gcal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시가스사업자 측은 미이용에너지 산정이 사실상 허상이고, 9조원에 달하는 기존 도시가스 인프라를 무너트리는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고용창출 등 경제유발효과의 경우도 집단에너지투자에 따른 긍정적 효과만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반면, 에너지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한난 측에서 제시한 수치와 자료가 왜곡되고 과장된 것은 물론 소비자잉여 과다산정 등 사업계획서의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소비자잉여란 소비자가 재화를 구입하기 위해 지불할 의사가 있는 최대가격과 실제 지불한 가격 간의 차이를 말한다. 즉 시장에서 재화를 구입하는 경우 지불하는 화폐가치 이상의 이득이다.

난방시장의 경우 다양한 공급방식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데, 민간이 참여하고 있는 부문에서 소비자잉여를 포함시킨다면 시장에서는 왜곡이 발생하며, 대규모 국책사업의 편익으로 반영하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편익 부풀리기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향후 수십년 지속될 장기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가격탄력성은 장기가 아닌 단기가격탄력성을 취하고 있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아전인수식의 논리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열네트워크에 투입되는 서인천지역의 생산 열은 결코 버려지는 열이 아니라 값 비싼 LNG를 투입하고 전력생산을 줄인 대가로 생산되는 추기열이라는 점과, 일각에서 제기하는 집단에너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열배관 광역망사업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공기업 몸집 키우기와 다를 바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 같은 해당 사업자 간 갈등에 정책적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KDI의 연구용역 보고서 발표가 이뤄진 이후에도 사업성에 대한 논리공방은 뜨겁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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