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월 인증시행 불가 … 소비자ㆍ업계 반발 일 듯

정부 인증을 받지 않은 태양광 모듈 사용을 불허하겠다고 공언한 정부가 정작 제때 박막전지를 인증할 여건을 갖추지 못해 제품 사용을 제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와 박막인증 관계기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월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소비자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년 1월 1일부터 인증제품 사용을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는 태양전지 모듈에 한해 인증제품 사용을 의무화하되, 해외 인증은 인정치 않고 국내기관(신재생에너지센터나 위탁기관) 인증만 수용할 것이라 공언했다.

 

그러나 관계기관은 최근 사용이 늘고있는 박막전지를 인증할 준비를 마치지 못했으며 그나마도 의무화가 시행된 이후 최소 6개월이 지나서야 인증이 가능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인증의무화 시행을 1월로 못박고 이를 강행한다던 정부가 되레 준비를 소홀히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박막을 인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비구축을 진행중이지만 마무리가 안됐다"며 "내년 1월부터 인증에 들어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시인했다.

 

정부 의뢰를 받아 위탁인증을 준비하고 있는 출연 연구기관의 관계자도 "고시가 발표됐고 시험기준도 만들어졌지만 시험 인프라(장비)가 준비 안된 상황"이라며 "정상적인 인증까지는 최소 10여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의무화 시책에 대해 박막 태양전지 업계는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박막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인증을 받으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제때 인증을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코메디'다"면서 "이는 결국 산업계의 기술속도를 정부 정책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난했다.

 

박막 수입사 관계자도 "차라리 처음부터 무리수를 쓸 것이 아니라 의무화에 신중해야 했다"면서 "정부 준비 소홀로 제품을 팔지 못하는 손해는 어디가서 하소연해야 하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증기관 관계자는 "지경부가 (유예)결정을 내려줘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예고된 '반쪽 인증' … 정부 인증의무화에 무리수>

 

박막전지 적기  인증불가 상황은 의욕만 앞세운 채 무리하게 태양전지 인증을 의무화한 정부 책임이 크다는 업계의 지적이다.

 

정부 인증기관인 신재생에너지센터는 민간기업 K사와 A연구원에 박막전지 인증을 위탁할 방침으로 최근 입찰을 거쳐 A사에 용역 과제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사의 과제 종료 예정일은 내년 6월로, 인증 개시 시점인 내년 1월을 한참 벗어나 있다. K사와 동시에 자체 인증설비 구축에 나선 A연구원 역시 평가항목에 적합한 설비를 아직 구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예 조치 없이 이대로 시책이 강행된다면 수입사가 들여왔거나 국내 박막전지 제조사가 만든 박막전지는 인증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인증도 무시하고 무리하게 국내 인증만 고집하더니 피해는 박막전지를 찾게 될 소비자와 업체로 떠넘겨지게 생겼다"면서 "처음부터 업계 의견을 경청했더라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 박막전지 인증 왜 어렵나 = 전문가들에 따르면 박막전지 인증은 결정질 전지 인증과정과 거의 유사하면서도 광학반응시험과 유연성시험 항목 등이 추가돼 기존 결정질 인증 설비로는 시험이 어렵다. 아직 국내에는 이 조건을 충족시킬 장비가 없다.

 

일명 '라이팅 쇼킹테스트(Lighting Shocking Test)'로 알려진 광학반응시험은 박막전지가 햇빛에 노출됐을 때 나타나는 '드롭현상(발전출력이 떨어지는 현상)'의 정도를 알아보는 시험으로, 일광 이상의 조도를 쏘아내릴 특수 조명설비가 필요하다.

 

유연성시험 역시 웨이퍼 대신 유리를 사용하는 박막전지의 특성에 맞게 비틀림 정도를 측정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설비가 준비돼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순수 국내기술로 시험설비를 구축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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