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윤리경영 선포식서 '거래처 쌍벌제', '부서장 연좌제' 추진 시사

김쌍수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임직원 가운데) 필요에 의해 접대해 놓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든지, 허위로 부풀려 접대비를 보고하는 일이 아직 있다"며 "앞으로 그런직원이나 업체가 있다면 '쌍벌제'를 적용해 우리와의 거래를 일체 중단시키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23일 오후 한전 본사에서 열린 'Great Company 윤리경영 선포식'에서 "이런 자리를 통해 윤리경영을 다짐하고 연말까지 징계규정을 더 강화해 비리를 엄중 문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전을 세계 속의 '그레이트 컴퍼니(Great Company)'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김 사장이 윤리경영을 다짐하는 이날 행사를 빌어 조용히 날선 칼을 꺼내 보였다. 

 

공기업 선진화와 맞물려 한전 역시 강도 높은 경영혁신과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회사의 비리ㆍ비위부터 척결시켜 외부가 평가하는 기업 이미지부터 쇄신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왜 새삼스럽게 이렇게 (선포식을) 하느냐는 생각이 들겠지만 지난 한해 동안 직원 2만1000명 중에 이런 문제로 징계를 받은 사람이 40여명"이라고 말문을 연 뒤 "한 장의 깨진 유리창도 허용하면 안되는데 40개나 깨진 것은 엄청난 사고다"라며 윤리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사장은 "1998년부터 5년간 공사 간부직원 5명이 2억7000여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 2006년 이후 3년간 다섯차례나 공사비 2억3000만원을 착복했다. 허위로 해외출장을 다녀왔다고 해서 문제가 되고, 이런 것이 부지기수"라고 일일이 치부를 들춰내면서 "아무리 대쪽같은 분도 유혹에 빠진다. 우리가 유혹당하지 않아야겠지만 어떻게 뿌리칠지도 다짐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내부 감시를 위해 '부서장 연좌제'를 적용할 계획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모든 (비리)행위가 있는 부서의 책임자에게 감독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주변에 부조리한 내용이 있다면 절대 숨기지 말고 신고해서, 정말 다시는 그런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김 사장은 "우리 한전이 고객으로부터 정말 많이 변했구나 하는 얘기가 나올 수 있도록, 그런 말이 구전으로 전달되는 날을 기대한다"며 "징계는 강화하고 열심히 일하다 실수한 것은 관용을 배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본부장급 임원들은 일선 영업소 간부를 비롯 700여명의 임직원이 참석한 윤리경영 선포식에서 김 사장과 임원 직무청렴 계약서를 체결했다. 또 직원들은 회사의 청렴 경영방침을 생활화하고 이를 위반할 시 회사의 어떠한 조치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청렴선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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