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3주새 30원↑…국제유가 고공행진 탓
'세수확보 vs 물가안정' 중 尹정부 선택에 관심

[이투뉴스] 꾸준히 내렸던 국내 기름값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3주동안 휘발유 경유 모두 리터당 30원 넘게 올랐다. 이달 들어 가파르게 오른 국제유가가 직접적인 요인이다. 실제 27일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세달여만에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다. 내달말 유류세 인하조치가 일몰되는 가운데 정부가 세수와 물가 사이에서 어떠한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3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7월 넷째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판매가격은 전주대비 15.7원 상승한 리터당 1599.3원을 기록했다. 경유도 덩달아 올랐다. 경유는 16.9원 오른 1411.8원으로 집계됐다. 

기름값이 지난 두달여간 계속됐던 내림세를 끝내고 오름세로 전환했다. 휘발유와 경유 모두 3주 연속 상승세다. 휘발유는 지난 3주새 각각 3원, 11.5원, 15.7원 올랐다.

경유는 이보다 좀 더 올랐다. 3주 동안 전체 32.6원 상승했다. 

지역별 휘발유값을 보면 서울이 1680.1원으로 월등히 높았다. 이미 서울 일부에서는 1700원 이상에 판매하는 곳도 등장했다. 

제주 1663.5원을 시작으로 다른 지역들도 하나둘씩 1600원대에 들어서고 있다. 경기(1607.5원), 인천(1607.2원), 강원(1605.0원), 충북(1603.4원), 충남(1603.2원)이 뒤를 이었다. 

◆유가 이달 들어 배럴당 10달러 올라 
평온했던 지난달과 달리 이번달 들어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WTI는 이달초 대비 배럴당 10달러 이상 뛰었다. 27일에는 4월 18일 이후 3개월여만에 80달러대에 진입했다.

국내 원유 수입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이보다 더 위에 있다. 이달 중순에 이미 80달러를 돌파했고, 현재는 85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문제는 아직 내려올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최근 세계경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낙관론이 대두되고 있다. 경기가 풀리면 수요가 늘어 유가가 오를 수 있다. 

실제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직전보다 0.2%p 상향조정한 3.0%로 발표했다. 미국은 이미 긍정적인 지표가 나왔다. 미 상무부는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4%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시장예상 및 직전분기보다 높은 수준이다.

26일 파월 연준의장 역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내 경기침체를 예상하지 않는 쪽으로 경기전망을 수정했다"고 발언했다. 이같은 경제 연착륙 분위기에 "기나긴 긴축 사이클이 끝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OPEC+ 감산연장도 유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달 실행하고 있는 하루 100만배럴의 추가감산을 다음달에도 계속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러시아도 동참했다. 사우디 감산연장 발표 직후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내달 한달동안 석유수출을 50만배럴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150만배럴 감산량은 세계 하루 공급량의 1.5%에 달한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정부도 고심하고 있다. 기름값이 올라 물가 잡기도 벅찬데 유류세 인하 종료시기가 겹쳤다. 연장이든 축소든 칼을 빼들어야 하지만 어느 쪽도 쉬운 결정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이번 유류세 인하기간은 5월부터 내달말까지다. 올 1월부터 4월 사이 시행했던 것을 4개월 연장했다. 인하율은 휘발유는 25%, 경유와 LPG(부탄)는 37%다.

본래 올 3월 정부는 유류세 인하폭을 줄이는 방향을 유력하게 검토했었다. 재정당국의 곳간이 비고 있다는 것이 결정적 이유다. 올 1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국세수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전년대비 5조5000억원 감소한 11조1164억원이 걷혔다. 1년새 33.0% 줄었다.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역전 현상도 막을 내리는 등 기름값이 안정세로 접어든 것도 인하폭 축소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4월초 OPEC+가 갑작스런 감산을 발표, 일시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계획을 전면수정했다. 4개월 연장하는 것으로 최종결정했다. 감산효과가 오래가지 않아 유가는 이내 안정을 찾았지만 정부가 이를 예상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두번 연속 결정을 미룰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세수확보를 위해 유류세를 일정부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류세 인하정책은 '한시적 조치'다. 언젠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야 한다. 

최대 걸림돌은 역시 국제유가다. 이번달 들어 유가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처음 유류세 인하조치를 시작했던 2021년 11월과 엇비슷한 수준까지 왔다. 유류세 인하를 유지해야 할 명분도 생겼다. 내년 4월에 총선이 있다는 사실도 윤석열정부에게 부담이다. 인하율을 줄였는데 만일 유가가 더 오른다면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주유소 사업자 또한 고민이 깊다. 재고확보 등 운영적인 측면에서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 3월에도 같은 상황이 있었다. 당시에는 유류세 일부환원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재고를 가득 채워놨다가 많은 사업자가 낭패를 봤다. 주유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집중호우로 매출이 크게 줄었는데 이제는 재고 스트레스까지 받고 있다"면서 "저번에 한번 크게 데인만큼 다들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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