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대기업 중심 시장자협의체 구성·운영 시끌
핵심 현안 다루면서 非협회사 배제 형평성 논란
"소통창구 재편하고, 공평하게 참여권 보장해야"

▲전력당국과 SK, GS, 포스코 등 민간 대기업이 운영하는 시장참여자 협의체가 폐쇄적 운영으로 공정 경쟁환경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대기업 발전사 본사 사옥.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전력당국과 SK, GS, 포스코 등 민간 대기업이 운영하는 시장참여자 협의체가 폐쇄적 운영으로 공정 경쟁환경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대기업 발전사 본사 사옥.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이투뉴스] 전력시장운영기관인 전력거래소가 2년전부터 SK‧GS‧포스코 등 민간 대기업들과 운영하고 있는 ‘시장참여자 협의체(KPX-시장참여자 협의체, 이하 ‘협의체’)’를 놓고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전력시장 운영을 제1의 가치로 추구해야 할 정부기관이 특정사업자 중심의 협의체 구성‧운영으로 되레 시장의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이투뉴스>가 입수한 연도별‧회차별 협의체 논의안건과 참석자 명단을 보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 협의체가 발족한 건 2022년 1월 중순 무렵이다. 민간발전협회에 가입한 가스발전사와 석탄발전사를 하나로 엮어 ‘협의체 A’를,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 등 전력공기업을 묶은 ‘협의체 B’를 각각 구성해 연간 4차례 이상 전력시장 제도개선 협의를 벌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협의체 A그룹에는 가스발전‧집단에너지‧석탄발전사업을 영위하는 SK‧GS‧포스코 계열사가 참여해 당국에 다양한 의견을 개진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과 같은 발전사업을 영위하고 있거나 관련성이 높은 업역의 사업자라도 민간발전협회 회원사로 가입하지 않았거나 재생에너지‧열병합‧수요관리처럼 전원(電源)이 다른 사업자들은 협의체 발족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해 자연스럽게 논의에서 배제됐다.

당국과 협의체 참여사들은 비공식 기구임에도 전력시장 핵심 현안을 밀접하게 공유했다. 첫 회의부터 석탄발전상한제, 환경급전 강화 방안, 수소발전시장 개설 계획, 재생에너지 입찰제 도입방안 등을 다뤘고, 이후로도 전력시장 개편 방향, 시장 선진화 추진단 구성, 저탄소 중앙계약시장, 제주BESS 시장개설, 긴급정산상한제와 같은 주요 정책을 참여사들과 논의했다.

매 회의에 참가한 기업은 포스코, SK E&S, 파주에너지서비스(SK E&S), SK가스, 울산GPS(SK가스), GS EPS, GS파워, GS동해전력, GS E&R 등이며, 삼척블루파워(포스코)와 고성그린파워, 강릉에코파워 등 민자석탄사도 일원으로 정보를 공유했다. 지난달에는 전력거래소와 협의체 A,B 참여사 40여명이 참석하는 해외 전력시장 교육단을 꾸려 보름간의 독일 출장일정을 함께 소화하기도 했다.

문제는 시장 참여사들과의 소통강화를 목적으로 내건 이 협의체가 사실상 소수 대기업 중심의 폐쇄적 운영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협의체 A그룹 참여가 배제된 기업들에 의하면, 당국은 전력시장 현안 의견수렴을 비롯해 각종 시장개편 태스크포스(TF) 운영, 심지어 기관 주관 대내외 행사 공지까지 사실상 채널을 민간발전협회와 협의체로 일원화하고 있다.

협회 비회원사인 A사 관계자는 “전력거래소 전체 회원사 공지가 필요한 사안으로 보여 연락을 못 받았다고 항의했더니, 협회에 이미 알렸고, 별일 아니란 투로 응대해 황당했다”면서 “같은 민간기업 입장에서 간담회나 설명회 등은 당국자와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다. 초청이나 공지조차 하지 않는 것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다른 B사 관계자는 “규칙개정 안건으로 상정된 어떤 현안은 2년 전부터 협의체와 사전 논의한 것이더라. 뒤늦게 130쪽이 넘은 안건을 받아본 뒤 허겁지겁 내용을 파악해야 했다”며 “똑같이 회비를 내는 전력거래소 회원사를 이렇게 차별하고 의견 개진 기회조차 공평하게 부여하지 않는 것은 시장운영기관으로서 공정 경쟁환경 저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력거래소
▲전력거래소

이와 관련 지난 5월 일부 발전사는 시장참여자 협의체 운영에 대해 당국이 차별적인 업무처리로 특정집단을 우대하고 다른 발전사들의 전력시장 제도개선 논의를 배제하고 있다며 감사원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보름여 뒤 회신을 통해 직접 조사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산업통상자원부로 해당 안건을 이첩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지난달 16일 발송한 검토의견 회신에서 “협의체에 별도의 참여제한 조건을 부여하고 있지 않고, 전력거래소에 등록된 회원이 많아 모든 참여자가 협의체에 참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을 양해해 달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놔 관련기업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A사 관계자는 "뭐가 잘못인 줄도 모르고 있거나, 알지만 무시하는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발전사들은 전력시장 운영의 거버넌스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B사 관계자는 "시장운영이 대기업 중심인데, 민간발전협회에 가입해서 정보를 얻으려면 연간 억원 단위 회비를 내야한다. 설령 가입한다 한들 규모가 작은 발전사들의 목소리가 충실히 전달되겠냐"면서 "지금부터라도 시장운영 기관의 소통창구를 재편하고 소외되는 회원사가 없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C사 관계자는 "설비용량으로 원전 1기 정도의 중앙급전발전기를 운영하고 SMP를 결정하는 우리조차 이렇게 배제되는데, 군소발전사들은 오죽하겠냐"면서 "특정단체가 모든 민간사업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대표한다고 간주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투명한 정보공개와 공평한 의견개진 기회 부여는 시장운영기관의 본분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정림 법무법인 태림 변호사는 "전력시장운영규칙 등은 시장참여 당사자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안으로, 대표성 있는 당사자의 참여권이 보장돼야 하는데 일부에게만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이해하라는 식은 문제"라면서 "공공의 영역인만큼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현실적으로 모든 참여자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다양한 참여자들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거나 혹은 참여할 기회라도 고지해야 절차적 민주성이 달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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