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효율 발전기는 퇴출, 저효율 노후발전은 성업중
"정부가 판 다시 짜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LNG복합화력발전소 ⓒE2 DB
▲LNG복합화력발전소 ⓒE2 DB

[이투뉴스] 수도권 북부 A LNG복합은 이달 1일부터 10일 현재까지 단 4시간을 가동했다. 지난 7일 이른 아침부터 전력수요에 맞춰 단 한번 발전기 출력을 높였다 멈춰선 게 전부다. 이 발전소는 6년전 민간이 1조2000억원을 들여 건설했다. 대형원전 1기(1450MW)규모로 수도권 북부 전력수급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아직 새 발전기 축에 속해 효율이 높고 그만큼 온실가스도 덜 배출한다. 하지만 동‧하계 피크수요 때를 제외하면 개점휴업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민간 직도입 발전기 대비 값비싼 가스공사 도입 LNG를 사용하면서 급전순위가 자꾸 후순위로 밀리고 있어서다. A사 관계자는 “멀쩡한 발전기를 놀리다가 투자비도 못 건지고 시장에서 퇴출될 신세”라고 말했다.

A 발전소와 수도권 대척점에서 상업운전 중인 B LNG발전소는 높은 가동률에도 적자에 허덕이는 경우다. A사와 같은 해 준공된 이 발전소의 지난해 이용률은 70% 남짓. 지역 계통안정을 위한 전력당국의 의무가동지시(SCON. 계통제약발전)를 이행하느라 쉴틈없이 발전기를 돌린 것이다. 하지만 당국의 보상이 충분치 않다보니 ‘가동할수록 밑지는 사업’을 전전하고 있다. 양사는 모두 가스공사로부터 평균요금제로 LNG를 조달하고 있고, 기존 장기계약에 묶여 다른 발전사들처럼 직도입 전환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가스공사는 기존 계약 만료 발전사들의 직도입 대량이탈을 막기 위해 정부와 협의해 올초 개별요금제란 자체 직도입 대행사업을 시작했다.

B사 관계자는 “가스공사는 안정적인 가스수급을 위해 가격이 싸든 비싸든 일정하게 연료를 도입·비축해야 하고, 그래서 기존 평균요금제 계약유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데, 왜 그 피해를 우리 같은 발전사들이 봐야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똑같이 가동해도 어떤 발전기는 인프라 마진이 1~2원도 안되고, 다른 직도입 발전기는 10배 넘게 수익을 챙기는 불평등한 구조다. 그러면서 주어진 역할을 다해야 하고 스스로 선택해 시장에 진입했으나 손해가 나도 할 수 없다고 한다. 불공평한 것을 공평하게 해달라는 우리 요구가 그렇게 무리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전국 최대 전력수요지인 수도권에서 분산전원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평균연료비 LNG복합화력들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석탄화력 미세먼지 제약발전과 연료가격 하락으로 수익이 쏠쏠한 직도입 발전기들과 딴판이다. 원가보전이 안되다보니 가동률에 비례해 늘어나는 용수비, 지역자원시설세, 정비비, 배출권 비용 등이 큰 부담이다. 그마저도 향후 신규 직도입 발전기 대거 추가진입 시 조기 퇴출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전력시장은 발전기 효율이나 실질기여도보다 연료비 가격을 우선으로 하는 CBP(변동비반영시장) 체제에 머물러 있는데, 가스시장은 자가소비용 직수입 허용정책으로 시장경쟁이 격화되면서 평균요금제에 묶인 이들발전기만 공중에 뜬 것이다.

앞서 정부는 전력산업계와 학계 반대에도 불구하고 올초 개별요금제 도입을 강행하면서 이들 평균요금제 발전사들과 협의체를 꾸려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원론적 입장차를 확인한 첫 회의 이후 현재까지 논의는 전무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직도입 발전사들은 성업 중이다. 이달 현재 급전순위를 보면, 직도입 LNG발전기 12기가 석탄화력보다 앞순위에서 가동되거나 석탄발전기 사이에서 기저부하처럼 돌고 있다. 심지어 한전과 장기계약(PPA)이 종료된 C 발전기는 직도입 LNG로 연료를 바꾼 뒤 급전순위가 크게 상승해 두달 넘게 쉼없이 가동하고 있다. 한쪽에선 고효율 새 발전기가 멈춰서 있고, 다른쪽에선 이미 투자비를 회수한 저효율 발전기가 팽팽 돌고 있다.

발전업계는 정부가 나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시장혼선이 눈덩이로 불어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산업통상자원부가 판을 다시 짜지 않으면 훗날 두고두고 후회할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과 효율에 초점을 맞추되 누군가는 떼돈을 벌고, 누군가는 밑지는 방식이 아닌 적정 투자보수만 보장하는 새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가스공급의 경우 가스공사 역할은 도시가스용 공급에 한정하고 나머지 발전용은 시장에 맡기는 게 국가 전체적으로 이익이다. 이미 전 세계가 그렇게 가고 있고 우리도 전반적인 시장을 다시 봐야할 시점에 도래했다. 이런 저유가 시기에 연료비연동제조차 머뭇거리는 정부의 우유부단은 통탄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발전사 관계자는 "과거 관료들은 시장이 어떤 문제에 봉착하면 큰 방향을 설정하고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공정하게 수렴해 어떻게든 제도를 정비하고 보완책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꼬일대로 꼬인 상황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고 한계상황까지 계속 방치하면서 후임에게 책임을 계속 떠넘긴다. 정부를 믿고 시장에 진입한 사업자들은 손실을 보고, 국민은 국가 전체 효율저하와 환경부담 가중으로 결국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수도권 한 LNG복합화력
▲수도권 한 LNG복합화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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