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P상한제 땐 뒷단 밀렸다 이달 제자리 복귀
"직도입 제도허점에 가격규제 무리수 겹친 탓"

▲SMP 상한제 적용기간 전·후(2022년 11월~2023년 3월) 발전기유형별 급전순위 추이(왼쪽)와 월별 열량단가.
▲SMP 상한제 적용기간 전·후(2022년 11월~2023년 3월) 발전기유형별 급전순위 추이(왼쪽)와 월별 열량단가. 열량단가는 매월말 발전사들이 전력거래소에 다음달 가격을 제출해 책정한다. 해외법인까지 두고 도입하는 발전사들이 많아 외부서 실질 도입단가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동두천복합1호기를 포함한 57기는 가스공사의 평균요금제를 적용받고, GS당진복합1호기 등 일부 발전기는 가스공사의 개별요금제(가스공사형 직도입제)를 적용받는다. 개별요금제 도입 이후 민간직도입, 가스공사 개별요금제, 가스공사 평균요금제 발전기들이 혼재돼 SMP와 급전순위를 결정하고 있다.  

[이투뉴스] 민자 가스발전소인 광양복합화력 1,2호기의 작년 12월 급전순위는 당시 가동원전 24기 바로 뒤인 26, 25위였다. 해외에서 수입하는 장기계약 저가 직도입 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하다보니 항상 석탄발전기보다 급전순위가 빨랐다. 같은달 또다른 직도입발전기인 GS당진복합 4호기와 신평택복합도 각각 60위, 61위를 차지하며 표준 석탄발전기 절반 가량보다 순위가 앞섰다.

상황은 한 달만에 급변했다. 광양 1,2호기의 1월 급전순위는 92위, 91위로 70기 가까이 뒤로 밀렸고, GS당진 4호기와 신평택도 각각 99위와 104위로 40여기 가량 후순위가 됐다. 급기야 2월 광양복합 1,2호기는 148위, 140위로 가스공사에서 평균요금으로 연료를 조달하는 발전기보다 순위가 뒤처졌고, GS당진 4호기도 1월보다 70여기나 밀렸다. 

급전순위는 발전기별 연료비용과 환경비용을 합산한 열량단가로 결정된다. 매월 말 발전사들은 다음 달 자사 발전기 열량단가를 전력거래소에 제출한다. 전체 중앙급전발전기 200여기 가운데 순위가 빠른 발전기가 전력수요 밑단(기저부하)을 감당하고, 보통 110~120위를 벗어나면 SMP(전력시장가격)를 결정하는 한계발전기가 되거나 용량요금(CP)만 받고 급전지시를 대기하는 발전기가 된다.

연료는 가격순으로, 발전기는 효율순으로 우선 가동해 전체 전력 생산비용을 낮추는 게 현 전력시장의 경제급전 원칙이다. 지금까지는 통상 원전-직도입LNG-석탄-가스공사LNG(개별요금제)-유류발전기 순으로 순위가 매겨졌다. 그에 비춰보면 최근 큰폭으로 등락을 거듭한 직도입 발전기들이 급전순위 변화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투뉴스>가 작년 11월~올해 3월 전체 발전기 급전순위와 열량단가를 확인해보니, 이들 발전기의 순위변화는 이달 들어 한층 극적으로 변했다. 광양복합 1,2호기는 단박에 110여기를 제치고 원전 다음자리(27‧26위)로 회귀했고, 당진복합4호기(171→37위)‧신평택복합(101→57위)‧파주문산1,2호기(153‧152→30‧20위) 등도 멀리뛰기를 하듯 앞단으로 올라섰다. 발전기별 단가가 최대 7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광양복합 기준 Gcal당 15만6803원→2만1256원)

정부는 작년 12월부터 민간직도입 발전기들의 초과이윤 회수를 명분으로 SMP가 kWh당 160원선을 넘지 않도록 상한제를 시행했다. 이 고시의 단서 조항에 따라 작년 12월부터 3개월간 적용된 임의 가격규제는 이달 해제됐다. 3월부터는 기온상승으로 전력사정이 한결 여유롭다. 마치 상한제 기간을 감안한 것처럼 등락한 이들 발전기들의 급전순위 변화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상한제를 연속해 3개월 이상 시행할 수 없으므로, 이달에 급전지시를 받으면 250원 가까운 SMP를 그대로 수익으로 가져갈 수 있다. 이달 직도입사들의 단가는 거의 에너지인플레이션 이전 수준으로 낮다”면서 “각사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너무 노골적인 것 아니냐는 얘기가 발전사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직도입발전사들이 발전기를 돌려 손해를 보느니 비싼연료를 도입해 급전지시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전력시장을 보이콧 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었다. (2022년 11월 17일자 보도 '‘하책 중 하책’ SMP 상한제 밀어붙이는 政, 거드는 KPX' ). 발전기를 돌려 손해를 보는 기간엔 발전기를 덜 돌리거나 세울 방법을 찾고, 나머지 기간엔 가동하는 게 사업자의 당연한 선택이란 거다.

물론 이들 지표만으로 발전사들의 의도적인 급전 보이콧 여부를 단정하긴 어렵다. 앞서 지난달 전력거래소 시장감시실 측은 일부 직도입발전사를 방문해 최근 3년간의 LNG 도입계획과 실제 실적 및 스팟물량 등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작년말 LNG수급비상 때 정부가 나서 민간사들의 스팟확보를 종용한데다 발전사별로 장기‧스팟 도입처와 시기가 달라 이렇다할 단서 파악 없이 빈손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한 직도입사 관계자는 “정부가 물량을 확보하라고 닦달해 비싼 값에 사들일 수밖에 없었고, 공교롭게 그게 상한제 기간에 걸린 것”이라며 “당시 산업부에도 가격이 튈 수 있다고 언질했지만 상관없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직도입사 관계자는 "발전사 마음대로 도입시기를 조절하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면서도 "만약 그렇게 했을지라도, 기업 입장에 상한제 맞대응은 당연한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발전업계는 직도입 제도자체의 허점과 가격규제란 정부의 무리수가 이처럼 석연찮은 사업자 반응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A 발전사 관계자는 "민간발전이라고 다같은 민간이 아니다. 소수 몇몇 사업자들은 실제 시장지배력을 발휘하면서 얼마든지 리스크는 피하고, 좋을 때는 향유할 수 있는 여건"이라며 "하지만 규제환경은 지나치게 허술하고 상한제처럼 막무가내 정책이 그런 문제를 덮어버린다. 규제당국부터 반성해야 한다. 규제지연이 발생하니 에너지가격이 폭등해 국민은 더 어려운데 이런 빈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한편으론 발전사들의 이윤추구가 이해될 수밖에 없다. 직도입시장을 인정한 건 정부이고, 그런 사업자들이 발전단가를 떨어뜨려 시장에 주는 편익도 적지않아 그 자체를 비난하기도 애매하다"고 부연했다. 한 직도입사 관계자는 "애초 상한제를 하지 말든지, 가격을 160원에 그어놓고 통제하면서 애국심에 호소하겠다는 거냐. 구멍 뚫린 제도는 놔두고 직도입사들을 뭐랄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

민간발전사 출신 전력산업계 한 인사는 "직도입 물량자체의 국내 재판매를 막아놓고 직도입사들을 때려잡을 사안은 아니지만, 이번엔 사업자간 자성의 목소리도 필요하다. 기업들은 리스크를 안고 사업을 하기에 과실도 자신들 몫이라 항변하지만, 발전사업은 정부가 과점을 허용하는 인프라사업"이라며 "이 시장을 맘대로 향유하는 일부기업이나 멋모르고 손놓고 있는 정부나 매한가지로 문제"라고 직격했다.  

도매 전력시장 설계에 관여하고 있는 전력당국 한 관계자는 "가스시장에 대한 시장감독을 강화하고 객관적인 가격인덱스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미국처럼 연료 도입물량과 도입가격에 대한 신고제를 갖추도록 하고, 미래에는 LNG와 수소를 포함해 국내 재판매와 밸런싱거래, 터미널 등 인프라에 대한 오픈엑세스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발전기별 열량단가로 매겨진 중앙급전발전기 200여기의 급전순위표. 2022년 11월부터 이달까지 변화 추이를 파악하는데 용이하다.
▲발전기별 열량단가로 매겨진 중앙급전발전기 200여기의 급전순위표. 2022년 11월부터 이달까지 변화 추이를 파악하는데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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