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이달 초 열린 에너지위원회에서 울산, 포항, 서산 등이 신청한 분산에너지특구 사업이 지정 보류됐다. 해당 지자체와 참여기업들은 재생에너지 활용 여부로만 사업을 선정한 것 이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탈락’은 아니라며 재심의를 하겠다고 한발짝 물러선 상태다.

분산특구는 같은 지역 안에서 전력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지산지소(地産地消)와 신산업 육성을 지향한다. 그래야 송전탑 건설이 불필요하고, 지역 에너지자급률도 높일 수 있다. 전력 직접판매와 별도 전기료 책정을 허용한 이유다. 정부도 kWh당 11원의 망요금 감면과 기후환경요금 면제 등 다양한 유인책을 내놨다. 그렇다고 탄소발전원인 암모니아 연료전지, 가스열병합, 직도입LNG 등이 그런 혜택을 받는 건 합당할까.

가장 의아한 건 이들 분산특구의 향후 전기료 수준을 아무도 묻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러 인센티브가 제공되니 한전의 산업용보다는 당연히 저렴할 것이다. 더욱이 현행 산업용(을) 요금은 이미 적정선을 넘어서 kWh당 182원으로 뛰었다. 그러니 분산특구는 산업용 요금보다 적당히 싼 게 아니라 대폭 저렴해야 이치에 맞다. 그게 아니라면 특례와 인센티브로 기업의 마진을 챙겨주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모름지기 정부 사업이라면 다양한 신산업으로 구색을 맞추는 것 못지 않게 각 프로젝트의 가격목표를 제시하고 경쟁을 붙여야 하지 않았을까.

분산특구와 유사한 유치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RE100산업단지도 마찬가지다. 핵심은 가격이다. 기업들은 파격적으로 싼 전기를 쓸 수 있어야 지방 소재 RE100 산단으로 입주하거나 이전을 고민한다. 고작 몇십원차(差) 전기료 혜택을 보겠다고 인력, 물류, 주거, 교육 등 모든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으로 가겠다는 기업이 나타날까. 고령의 원주민을 위한 햇빛연금도 좋다지만, 기업이 들어서야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청년도 돌아온다. 

태양광 기자재 가격만 놓고 보면 국내에서도 kWh당 100원 미만 재생에너지 전력공급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할 일을 안하니 불필요한 비용이 덕지덕지 붙는다. 마을이장에게도 뒷돈을 챙겨줘야 하고, 정부기관의 요식행위식 각종 정기검사 수수료도 내야한다. 국내 기업이 180원이 넘는 산업용 전기를 쓰고 있을 때 미국과 중국기업은 110~120원대 요금 혜택을 누리고 있다. 전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열풍의 가장 큰 이유는 속도와 경제성이다. 정부가 할 일은 윗돌을 빼 아랫돌 괴는 인센티브 나눠주기가 아니라 규제완화와 시장경쟁 촉진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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