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동해안을 따라 대형 석탄화력을 여러개 짓겠다는 계획은 이명박 정부 때 나왔다. 2011년 9.15 순환정전이 발생하자 전력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며 한전 발전자회사들의 성역이던 석탄발전 시장을 민간 대기업에 개방했다. 연료비가 저렴한 순서대로 발전기를 가동하는 전력시장에서 석탄화력은 장기간 수익을 보장받는 특권사업이었다.

2013년 수립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잔칫상이 됐다. 발전공기업들이 서해안에 터를 자리잡고 있으니, 민간기업은 수도권과 그나마 거리가 가까운 동해안을 공략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송전선로도, 온실가스 대책도 없었다. 머잖아 좌초자산이 될 것이란 경고가 나왔지만 흘려들었다. 정부는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정책을 밀어붙였고 민간자본은 끝까지 욕심을 내려놓지 않았다. 

역시나 이들 석탄화력은 애물단지 신세다. 송전선로 부족과 전력망 내 경직성 전원 증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에 발목이 잡혀있다. 디폴트 위험에 처한 발전사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할 태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전력당국은 5~6년째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2040년까지 모든 석탄화력을 폐지한다는 공약을 내걸었었다. 어떤 방식이 됐든, 결국 전기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 정부가 용인 일대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겠다고 발표한 건 2023년 3월의 일이다. 정부 내부에서조차 미리 내용을 공유받지 못했을 정도로 전격적이었다. 국토부는 과감하게 그린벨트를 풀겠다고 했고, 산업부는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허겁지겁 전력공급 방안을 세웠다. 그렇게 급조한 계획이 '자체 가스발전소 3GW 건설+7GW 외부조달' 방안이다. 한국의 주력수출품인 반도체 RE100은 언감생심. 화력발전소 신설과 수도권으로 향하는 초고압송전탑 대규모 증설을 대책으로 내놨다.

당시 국회서 한창 논의하던 국가기간전력망특별법이 현 정부에서 최근 시행됐다. 한전 입장에서는 전원개발촉진법으로 의제처리하던 18개 개별법에 더해 백두대간보호법 등 17개법을 일사천리로 인허가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반도체 클러스터로 향하는 송전선로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분류했다. 민자 새 석탄화력이 군말없이 사업을 포기할지, 그 많은 송전선로가 갈등없이 제때 건설될 지 의문이지만, 처음부터 제대로 선을 긋고 정책을 선회하지 않은 책임은 이명박·윤석열 정부가 아니라 이재명 정부가 지게될 것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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