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 LG경제硏 박사 최근 보고서 주장

'태양광 산업, 지속성장 문제없다'

 

태양광 산업의 성장 둔화는 과열 양상이 사그라지는 일시적 현상일 뿐 산업 자체의 후퇴를 의미하지 않으며, 관련 산업은 정책 지원 축소와 투자 감소 등으로 성장세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겠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양성진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25일 '태양광 산업, 지속 성장 문제없다'란 제목의 연구보고서에서 "내년 이후 길게는 3년 정도 태양광 산업의 성장세가 주춤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는 바쁘게 뛰어온 산업이 숨을 고르는 시기가 될 뿐 태양광 산업의 역성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한 해 태양광 산업은 각 국의 정책지원 축소와 산업에 대한 투자 감소로 중대 고비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독일은 내년 1월부터 발효되는 새로운 에너지 법안을 통해 1MW 이하 규모의 발전차액 할인율을 기존 5%에서 10%로 높이고, 1MW 이상 규모는 연 25%의 할인율을 적용할 계획이다. 제한없이 보급량을 늘려가던 스페인도 내년에 500MW, 2010년에 460MW로 한도용량을 정하고 여기에 투입되는 발전차액을 최대 27% 삭감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스페인의 내년 태양광 수요는 올해 950MW에서 절반 수준인 500MW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세계 태양광 시장을 주도했던 독일, 스페인 시장의 수요 감소가 글로벌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다. 이 점을 감안한 듯 이미 스위스 투자은행 UBS와 캐나다 투자은행 CIBC는 태양광 산업의 연간 성장률을 기존 42.2%, 44.4%에서 각각 15.4%, 27.2%로 낮춰 잡았다.

 

양 연구원은 "2000년 닷컴 버블이 붕괴돼 수많은 IT기업이 사라진 것처럼 태양광 산업의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보고 공격적으로 투자를 계획한 기업들이 '왓컴(watt.com)' 버블 붕괴의 희생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전했다.

 

태양광 산업에 대한 투자 감소도 '악재'로 꼽히고 있다. 세계 경제 위기가 가시화됨에 따라 투자를 위한 자본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설령 확보한다 하더라도 높은 이자율에 따른 자본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란 예측이다.

 

특히 신용 경색 여파로 투자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투자은행 등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회수기간이 긴  태양광 사업에 부담을 느껴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로의 자본 투입을 중지하거나 연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양 연구원은 "유럽의 경우 태양광 사업 자금조달의 80% 이상이 은행 대출로 이뤄지는데 유동성 하락 및 금리 인상은 자본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더 나아가 설비 투자의 지연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러한 투자감소가 기술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이같은 이유로 태양광 산업은 반짝 성장을 끝낸 후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 것일까? 보고서는 이같은 우려를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미국, 중국 등 전력 수요가 많은 국가의 태양광 수요가 증가하고 기술 혁신을 통해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 도달 시기가 앞당겨진다는 분석이다.

 

세계 전력 수요의 24%를 차지하는 미국과 14%를 차지하는 중국은 환경문제의 대두와 에너지 자립도 제고를 위해 태양광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늘리고 신성장동력으로의 육성을 꾀하고 있다. 우선 미국은 지난 10월 태양광 설치에 따른 세금 공제 혜택을 다룬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따라 미국은 오는 2016년까지 설치비의 30%를 세금으로 공제해주고 연간 2000달러의 상한을 폐지할 방침이다. 미국은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위해 8억달러의 기금을 조성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올 초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20년까지 10%(30GW)까지 높이겠다는 내용의 '재생가능에너지법'을 발효한 중국의 움직임도 관심사다. 중국은 석탄 등 화석연료 가격 상승에 따라 전기요금체계를 대대적으로 수정할 예정이며 태양광 산업을 11차 5개년 개발계획에 포함시켜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양 연구원은 "미국의 태양광 산업은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아폴로 프로젝트(2018년까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1500억달러를 투입하고 5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 등에 힘입어 2012년까지 연평균 40% 이상 성장해 세계 태양광 시장의 24%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산업의 성장곡선을 지탱하는 이들 두 나라의 정책과 더불어 그리드패리티를 앞당기려는 산업계의 기술 혁신 시도도 태양광의 성장모멘텀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폴리실리콘 공급에 차질이 생겨 가동률이 하락한 샤프 등의 메이저 태양광 회사들과 반도체 기술기반 사업체들이 박막형 태양전지 생산에 매진하고 있다. 또 전통적 폴리실리콘 생산방식인 지멘스 공법보다 원가를 40%가량 절감하는 유동층법(FBR) 등의 신공법이 원가절감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결정질 태양전지의 웨이퍼 두께 감소와 박막형 태양전지 비중 확대를 통해 향후 5년간 연평균 7.5%의 원가 절감이 가능하고 여기에 유럽연합의 전기요금 평균 인상률 2%를 감안하면 그리드패리티 도달 시점이 상당기간 단축된다는 분석이다.

 

양 연구원은 "이러한 노력을 통해 태양광 산업은 지난 3년간의 성장률 5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3년전 수준인 20~30% 정도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며 이는 다른 산업과 비교해 보아도 여전히 높은 성장세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 연구원은 "폴리실리콘과 웨이퍼는 초기 투자비용과 투자 리스크가 높아 단기적 시장전망이 아닌 장기 공급처 확보를 통한 보수적 투자가 필요하며 산업 성장세 둔화에 따라 경쟁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관련 기업들은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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