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경경북대학교전기공학과 부교수(공학박사)
한세경경북대학교전기공학과 부교수(공학박사)

[이투뉴스 칼럼 / 한세경] 프랑스의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페르의 저명한 소설 「삼총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Un pour tous, tous pour un." 영어로는 All for one, one for all로 번역되는 이 문구는 주로 국가라는 정치 체제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해 많이 인용되곤 하는데 한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일치단결하여 한 목표를 추구하고 그 사회는 다시 각 구성원을 돌본다는 뜻이다.

미국 문학의 거장 마크 트웨인은 국가는 결국 개인의 집합체(A nation is only an individual multiplied)라 칭하였는데, 전체주의적 관점보다 개별 주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이해된다. 결국, 두 입장 모두 단체는 개별로 구성되고, 개별은 단체의 성격을 규정한다는 관점에서 일맥상통한다.

필자는 이 금언이 지금 우리가 맞이하는 배터리 시대에도 아주 적합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전기차나 ESS 같은 대형 배터리 시스템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배터리 셀은 주로 단일 개체 형태로, 주로 전자제품 위주로 사용되곤 했다. 그리고 배터리에 대한 관리 역시 단일 셀을 대상으로 진행되었고 현재까지도 이러한 관리방식에 큰 이슈가 없다. 

그런데, 왜 최근 대규모화 된 배터리 팩에서는 유달리 사건사고가 많을까. 사실 배터리 관련 제품의 개수나 종류가 늘어나서 그런 것은 아니다. 전기 자동차의 숫자가 많을지 스마트폰의 숫자가 많을지만 생각해봐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이는 셀 수를 늘려 배터리 시스템의 크기는 키워왔지만 All-for-one 방식의 관리, 즉 전체의 관점에서 개별 셀을 세부적으로 통제하는 정밀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통상의 대형 배터리 팩의 BMS(배터리 관리장치)는 해당 시스템 내부의 각 셀의 상태를 개별적으로 추정하고 관리한다기보다 기존 단일 셀 BMS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대형화된 가상의 단일 배터리 셀 형태로 관리를 하고 있다. 

일례로 전기차나 ESS의 SOC나 SOH 같은 배터리 상태 지표가 시스템 당 하나의 값으로만 표현되며, 각각의 셀에 대해서 수치화 된 경우는 보기 어렵다. 즉, 모든 셀이 동일한 상태에 있다는 전제하에 평균 성적만 관리하는 셈인데, 실제로는 각 셀의 상태는 여러 가지 이유로 달라지므로 개별 셀에 대한 상태 추정이 필요하다. 특히 가역적이지 못한 상태변화, 즉, 노화나 저항편차 같은 것들은 근본적으로 종래의 BMS가 해결하기 어려워 개별 셀 단위로 상태를 인식하고 이에 따라 각 셀에 대해 맞춤 제어를 하는 새로운 기술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전문가를 포함해서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포인트가 있는데, 바로 BMS가 개별 셀 관리를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실제로 BMS는 개별 셀의 전압을 모니터링 하고 적정 전압 범위를 벗어나는지 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이러한 전압 기반 관리는 셀이 이미 과충전이나 과방전 상태처럼 충격 상황에 이르고 나서야 인지하는 수준으로, 실질적으로는 각 셀이 이러한 상태에 이르기 전에 이를 예방하는 이른바 예방제어는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어떤 셀이 과충전 전압에 이르렀을 때 BMS가 스스로 전류를 차단시켜서 보호동작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전류가 흐를 때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보통 BMS는 직접 차단 동작을 수행하지 않는다. 전류가 흐르는 상황에서의 차단은 서지성 전압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시스템에 다양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어서 원칙적으로는 충방전을 수행하는 외부 장치(PCS나 인버터 등)가 직접 전류를 줄이도록 BMS가 요청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구성하게 된다. 

하지만 이 방식에서는 이미 임계치 전압에 이르렀음을 인지하고 나서야 통신을 통해 외부 제어기에 제어를 요청하게 되므로, 시간 지연으로 인해 약간씩의 과충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치명적 문제가 유발된다. 한두 번이야 괜찮겠지만 매 충전 때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수명저하나 이상 발생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100% 충전을 회피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하고 이는 곧바로 비용 상승이나 효율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별 배터리의 상태를 면밀히 추정하고 과충전이 이뤄지기 전에 예방적 제어를 수행하는 것인데, 나눠진 그릇에 물을 채울 때는 큰 주전자에 물을 채울 때와 달리 조심스럽게 각 그릇의 수위를 인지하며 조심스럽게 부어야 하는 원리와 같은 것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전문가들 집단에서조차 간과되어 왔던 부분으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난 최근에 와서야 문제인식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여러 제약으로 인해 BMS가 직접 개별 셀 상태를 정밀하게 추정하기는 어렵다보니 BMS는 각 셀의 전압데이터를 수집 및 전송하고 정밀 셀 진단 결과를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제공받는 BMS-as-a-Service (BaaS) 도입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데이터의 계측이나 전송, 그리고 진단 과정에 여러 주체가 얽혀있다 보니 도입 속도가 생각보다 더디다. 보다 안전한 배터리 산업을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이러한 All-for-one 관점의 배터리 관리 시스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기술개발과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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