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RE+ 전시회 참관기] 김우현 다츠에너지 이사
에너지저장시스템과 재생에너지 산업의 미래 주목
"韓 산업 경쟁력 갖추려면 근본적 시스템 개혁 필수"

미국 캘리포니아 에너하임에서 개최된 2024 RE+ 전시회 ⓒ김우현
미국 캘리포니아 에너하임에서 개최된 2024 RE+ 전시회 ⓒ김우현

[이투뉴스] 지난달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Anaheim.C.A)에서 '2024 RE+' 전시회가 열렸다. 4만5000여명의 참석자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 전시회에 전 세계 기업들은 태양광 발전,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전기차(EV) 충전 인프라 등의 첨단 기술을 내놓고 총성없는 전쟁을 벌였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이 가속화 되고 있는 현장과, 그럼에도 분명한 한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과제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전시회 안팎에서 느낀 시장 동향과 소회를 공유하고자 한다. 

美 상반기 태양광 21GW 설치, 전력망 연계 지연
미국은 올 상반기에만 21GW 새 태양광을 설치하며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유틸리티급 프로젝트가 이런 성장을 견인했다. 하지만 전력망 연계와 설비 납품지연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제조업의 공급망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태양광 및 배터리를 비롯한 ESS 관련제품의 미국 현지 제조가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해야 하는 리스크가 남아있다. 

리튬과 코발트 같은 핵심 배터리 소재의 해외의존도가 높고, 소재의 현지생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 혁신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현지 재생에너지 산업은 정책과 규제 변화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이미 재생에너지 지원정책의 중요한 한축으로 자리잡고 있고, 대선 결과에 따라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을 지속 지원할 것으로 본다.

중국 제조사가 출품한 625Ah 리튬인산철 배터리
중국 제조사가 출품한 625Ah 리튬인산철 배터리

中 배터리 제조사간 기술격차 좁혀지고 차별성 미미 
배터리 기술은 항상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특히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기술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관세장벽 등 과격한 제재속에서도 경쟁적으로 이번 전시회에 참여했다. 

기술적 측면에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상향 평준화 되어, 더 이상 눈에 띄는 차별성을 찾기 어려웠다. '이제 배터리는 누구나 갖고 있거나, 모두가 갖고 있는 것'이란 인상을 줬다. 플루언스사(Fluence)와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 같은 기업조차 자체 배터리를 내놓았다. 

물론 배터리 제조를 위한 핵심 기술 대부분은 중국 기업들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배터리 제조기술의 차별점보다 현지 생산의 잇점이나 현장에서의 설치 편의성,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스마트한 에너지운영소프트웨어(PMS) 같은 과거에 부차적으로 여겨지던 요소들이 오히려 중요한 경쟁의 포인트가 되고 있다.

전력망 장애 시 회복력 및 사이버 보안도 주요의제로
이번 RE+ 2024에서는 배터리의 회복력(Resilience)과 사이버 보안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뤄졌다. 배터리 시스템에 대한 의존이 증가함에 따라 전력망 장애 시에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와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력망의 복원력 강화를 위한 기술이 배터리의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 이제 배터리 시스템은 단순한 백업전원 역할을 넘어 일상적인 에너지 관리에 통합돼 비상 상황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성능을 필수적으로 요구받고 있다.

이 부분에서 SMA America사는 가정용 배터리 시스템을 통해 전력망 장애 시에도 효율적으로 에너지 관리가 가능한 솔루션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의 ESS와 분산에너지자원(DER)이 증가하면서 사이버 공격 위험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지멘스(Siemens)와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같은 주요 기업·기관들은 ESS가 사이버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보안조치를 강조했다.

전력망 현대화와 함께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지 않으면, 더 많은 연결 지점이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와 그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플루언스사(Fluence) 전시부스 앞에 모여든 관람객들 
플루언스사(Fluence) 전시부스 앞에 모여든 관람객들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구조변화와 재정비 필요
올해 RE+ 전시회는 재생에너지와 ESS산업이 직면한 기회와 도전을 종합적으로 보여준 전시회로 평가된다. 배터리 회복력과 사이버 보안은 ESS 기술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아울러 스마트한 에너지운영 관리를 위한 소프트웨어 등의 첨단 기술은 재생에너지의 효율적인 통합과 관리에 있어 한층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업체들의 복귀로 급중하는 전력수요를 재생에너지로 해결하겠다는 미국의 의지와 정책은 매우 현실적으로 판단된다. 그렇기에 미국 재생에너지 사업은 장기적인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한전과 소수 대형발전사업자 중심의 한국 에너지정책은 여러모로 우려를 낳고 있다. 인구감소와 경제성장 둔화가 겹쳐진 상황에서 전력자원 확충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제는 구체적이지 않은 비전을 제시하기 보다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구조변화와 정책적 재정비가 필요한 때다. 한국 재생에너지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보다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이 불가피하며, 이는 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더이상 미루기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김우현 다츠에너지 사업개발 이사 wh.kim@dots-energy.com 

2024 RE+ 다츠에너지 부스
2024 RE+ 다츠에너지 부스

 


김우현 다츠에너지 
김우현 다츠에너지 

[필자는 ... ] 다츠에너지 사업개발 이사. 기술을 이해하고, 그것을 활용해 고객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노자, 도덕경)는 격언처럼, 결과로 증명되는 기술에 천착하는 엔지니어다.  다츠에너지는 전력운영소프트웨어 개발 및 전력기기를 제조·판매하고 있는 전력IT 전문기업이다. 충북 음성에 본사를, 경기 김포와 전남 광양에 각각 사업장과 공장을 두고 있다. 차별화 된 ESS 에너지관리 시스템과 플랫폼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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