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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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 사설] 정부는 지난 17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05년 대비 배출전망치(BAU)보다 30%(탄소환산 5억6900만톤)로 최종 확정했다. 이는 2005년 5억9400만톤보다 4% 줄어든 양이다. 정부는 그동안 BAU 대비 21%, 27%, 30%를 각각 감축하는 방안을 놓고 여론 수렴을 벌였다. 물론 산업계측은 가장 적은 21%를 선호한 반면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는 30%를 고수했다.

정부의 이번 목표설정은 이 대통령이 강조한 대로 ‘역사적 국무회의’라고 주장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우리로서는 획기적인 것. 더욱이 2013년 이후 포스트 교토체제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올 12월 선진국간 코펜하겐 총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이어서 산업계는 불만일 수밖에 없겠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이미 작년부터 교토의정서에 따라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평균 5.2% 감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연합(EU)은 2020년 배출량을 1990년보다 20%, 일본도 25% 감축하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2005년 배출량이 1990년의 두 배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이 1등.

온실가스 감축 기준 연도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로선 선진국에 비하면 강도가 약한 것이 틀림없다. 물론 우리 산업의 에너지 다소비 업종 비중이 8.6%로 미국(3.1%), 일본(4.6%)보다 높다. 여기에다 우리 산업 설비가 비교적 최신의 첨단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여지가 적은 것도 사실이다.

산업계는 우리의 성장 동력이 제조업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과도한 온실가스 감축은 산업 경쟁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볼멘소리다. 설비를 증설할수록 온실가스 배출량은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은 이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피해갈 수 있는 길이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우리의 주된 수출 대상국인 EU나 미국 등이 온실가스 감축을 비롯한 환경문제를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내세우고 있다.
어차피 맞아야 할 매라면 먼저 맞아야 한다. 특히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목표치 개발도상국 15~30%를 흔쾌히 수용함으로써 세계를 상대로 이니시어티브를 쥐어야 한다. 내년에는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도 열린다. 목소리를 내려면 그만큼 의무도 뒤따른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것이다.

4% 감축 목표는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아 내야 한다. 마른 수건을 다시 짜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 이같은 고통을 수반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줄이는 데 성공한다면 우리는 또 다른 기회를 맞을 수 있다. 항상 어려움 뒤에는 찬스가 도사리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업종간 현실과 어려움을 정확하고 정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비교적 온실가스 감축에 룸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건축물이나 교통 분야에서 국민의 의식수준에 혁명을 일으킬 만한 운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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