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외면받는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제도…산자부 "이상무"

업계로부터 외변받는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제도를 두고 주무부서인 산업자원부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 등록에 일관성이 없는 데다 저가품이 난무해도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이 제도대로라면 전기기술자만 고용하면 태양광전문기업으로 등록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신재생에너지 11개 분야에 종사하는 제조업체는 한결같은 목소리로 "제조업체가 오히려 불리해져버린 전문기업제도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제도보완을 요구했다. 특히 일부 제조업체는 "이럴 바에는 차라리 수입품을 사용하는 것이 기업을 살리는 길"이라며 "전문기업제도가 제조업체를 죽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문제는 이러한 반응에 대해 주무기관인 산업자원부가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업계의 불만은 더욱 가중될 전망된다.

산업자원부가 고시한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이란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설치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뜻하는 것으로 전문기업제도는 2011년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인 5%를 달성하기 위한 초석이다.

 

▲손쉬운 전문기업 등록 및 관리
현재 등록기준은 산자부의 원안을 지난해 6월 규제개혁위원회가 '기술인력과 자본금 요건이 타 법령상의 유사업종에 비해 과도하고 경쟁제한적 요소가 있으므로 최소한의 요건규정만을 규정하도록 권고'하여 수정된 기준이다.

 

문제는 등록기준에 따른 진입장벽이 너무 낮아 겸업으로 신청하는 기업이 많다는 점이다. 가령 법인기업이 태양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신청할 경우 기계ㆍ전기ㆍ건축 3개 분야에 규정된 기사 2명과 기능사 1명의 기술인력이 모두 1개 분야에 몰려있어도 등록이 가능하다. 전기기술자 3명만 있으도 기초자본을 갖춘 어느 기업이나 등록이 가능하다.
태양광전문기업 S업체 H대표는 "전기만 다루는 기술자만 있어도 태양광전문기업이 될 수 있는 기준에 웃음만 나올 뿐"이라며 어이없어 했다.


게다가 산자부가 고시한 바에 따르면 신청기업의 시공실적이 전혀 없어도 등록에는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를 종합해보면 한 번도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사업을 실시한 적이 없으며 시설을 갖추지 못한 기업도 자본과 특정분야의 기술인력만 있으면 전문기업등록이 가능하다. 이러한 점들로 인해 웬만한 자본과 인력을 갖춘 중견기업은 신청만 하면 모두 전문기업이 될 수 있다.
실제 전문기업으로 등록된 L그룹 관계자는 "(전문기업 등록을) 그냥 해본 것"이라며 등록에 대한 준비나 어려움이 전혀 없었음을 시사했다.

또한 전문기업의 관리규정 또한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이다. 고시한 바에 의하면 '정당한 사유없이 등록한 후 3년 이내에 사업을 개시하지 아니하거나 3년 이상 계속하여 사업수행 실적이 없는 때'에는 전문기업에서 퇴출될 수 있는데 그 실적에 대한 기준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 화장실 창문에 태양전지판 하나만 달아도 실적으로 인정될 수 밖에 없어 퇴출대상에서 제외된다. 산자부에 따르면 지난 10월초까지 무려 500개가 넘는 기업이 전문기업으로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품 설치만 해도 살아남아
제조업체는 이렇게 드러난 제도상의 헛점보다 제조와 설치를 동일시한 기본원칙으로 인한 피해를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 시장이 자리잡혀가고 있는 태양광산업의 경우, 직접 제조하지 않고 값싼 중국산이나 인도산 제품을 수입하여 시공만 해도 태양광전문기업으로 명성을 날릴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제조업체의 제품을 사용했을 때의 혜택이나 이득이 전혀 없기 때문에 시공전문기업만을 탓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K업체 J대표는 "우리도 제조를 하는데 이런식이라면 차라리 수입품을 가져다 쓰는게 더 이윤이 남는 장사"라며 "제조업체 대한 혜택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0년 정부가 실패했던 태양열온수기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시 정부는 시장의 확대만을 위해 진입장벽을 대폭 낮춰 자격미달의 기업들이 대거 진입시켰다. 그러나 A/S를 하지않고 사라져버리는 기업이 늘어 소비자 불만이 늘어나자 정부는 태양열사업을 중단했었다.
H대표는 대다수의 나라가 제조업체 중심으로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상례라고 설명하면서 "시공전문기업이 과연 A/S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이대로라면 중국산과 인도산의 저가품이 판을 치게 될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또다른 태양광전문기업 S업체 M대표는 "태양열온수기사업이 실패했었던 사례를 되짚어볼 때 뒷감당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B업체 K대표도 "전문기업으로의 진입이 쉬워서 신규업체가 대거 몰려온다"면서 "그러나 실적을 위해 원가도 안되는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시장의 혼선을 우려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산자부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박명봉 산자부 신재생에너지팀 주무관은 "전문기업제도는 아무런 문제가 없이 잘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박주무관은 "우리가 내놓은 원안이 아니다"라며 "진입을 쉽게 하라고 규개위에서 풀어줬다"고 밝혀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규개위에 책임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규개위가 권고하여 수정된 사항은 단지 기술인력의 인원수를 1명 줄인 것으로서 산자부의 원안은 거의 그대로이다. 또한 규개위의 행정처리가 모두 옳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주무기관인 산자부가 전혀 문제없다는 식으로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H대표는 "제조업체가 기술을 연구개발하여 세계 시장에 한국제품을 알릴 수 있도록 시공업체와 최소한의 차이는 두길 바란다"며 "기술개발 의지를 꺾어버리는 현재의 시책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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