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토방' 전산시스템 개편과 함께 자취 감춰

에너지기술기획평가원(가칭)의 설립형태를 두고 산업자원부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에너지관리공단(본보 6일자 2면 참조)이 이번엔 사내 신문고 게시판의 존치 여부를 두고 내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래저래 안팎이 뒤숭숭하다.

 

지난 9일 유관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에관공은 사내 공식 홈페이지(kemco.or.kr)와 별도로 인트라넷(사내결재통신망)을 운영하면서 임원의 비리와 독행이나 회사 발전방향에 대해 누구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자율토론방을 운영해 왔다.

‘자토방’이란 약칭으로 통했던 이 게시판은 에관공 직원이라면 누구라도 익명으로 접속이 가능해 내부 신문고 역할을 떠맡으며 활발한 토론의 장이 돼 왔다는 게 에관공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에관공 신문고 ‘시끌’=그런데 지난 10월 말부터 이 게시판의 글쓰기 기능이 익명에서 실명으로 전환되면서 ‘내부 신문고로서 제 역할을 잃게 됐다’며 일부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회사의 부조리나 부당사례를 지적할 수 직원이 있겠느냐는 불만이다.

 

이에 대해 실명전환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는 에관공의 한 관계자는 “누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입바른 소리를 할 수 있겠느냐”면서 “무기명으로 해야 자토방이 본래 기능을 다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 고발 시스템이란 것은 조직의 자정기능이란 순기능과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릴 수 있는 역기능이 있지만 이는 건전한 토론문화를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면서 “자토방은 기존 시스템처럼 운영돼야 옳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라진 신문고=그러나 이 같은 직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자토방은 최근 인트라넷에서 아예 자취를 감춘 상태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들은 새로운 전산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고 해명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에관공의 한 전산담당자는 “기존 전산시스템을 전자결제 기능까지 포함된 새로운 시스템으로 변경 도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일 뿐”이라며 “게시판 존속 여부를 두고 임원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되지도 않은 상태로 토론방 기능은 새 시스템이 안정된 이후에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넣을 수 있는 것”이라며 “비용이 추가로 소요되는 문제만 협의하면 끝날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나 에관공 일각에선 평소 토론내용을 부담스럽게 여긴 임원들이 의도적으로 해당 게시판을 삭제토록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에관공의 한 관계자는 “실명전환 시점부터 눈에 띄게 내용이 줄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더니 지금은 아예 게시판이 사라졌다”면서 “자토방에 거론됐던 내용이 편하지 않았을 사람들(임원들)이 이번 기회에 없앤 것이 아니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에너지기술기획평가원(가칭) 설립 문제로 뒤숭숭한 에관공에 잡음이 끓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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