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구매량 대비 판매량 과다…10년간 1630억원 부당이득”
업계 “계량법 허용오차 미만, 제도보완으로 계량오차 70% 줄여”

[이투뉴스] 도시가스 공급과정에서 빚어진 계량오차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전국 도시가스사들이 수요처로부터 막대한 부당이득을 챙겨왔다는 국회 차원의 지적이 제기됐다. 아울러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도시가스사 계량오차로 취한 부당이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책을 강구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정부의 안이한 태도를 질책했다.

이에 대해 도시가스업계는 오해에서 비롯된 지적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판매량 차이는 부당이득이 아니며, 지금의 계량오차는 계량법에서 허용하는 범위를 크게 밑돌고 있다는 해명이다. 계량법이 정한 허용오차를 부당이득이라고 한다면, 전력··석유 등 유틸리티사업은 물론 채소가게·정육점 등 국민생활 전반이 부당이득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산업부와 함께 소비자 편익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측면에서 제도정비를 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분석을 통해 도시가스사가 한국가스공사로부터 구매한 물량보다 실제 소비자에게 판매한 물량이 많게 계측되는 오류로 인해 지난 10년간 챙겨온 부당이득만 163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도시가스사들이 구매한 가스 물량은 220635452000인 반면 같은 기간 전국 도시가스사가 소비자에게 판매한 물량은 222890557000이다. 2255105000만큼의 가스가 소비자에게 더 판매된 셈이다. 구매량과 판매량의 차이는 1.02%로 지난 10년간 매해 판매량이 더 많았다.

전국 도시가스사가 지난 10년간 영업활동을 통해 1595132200만원의 이익을 남겼는데, 이 이익 규모 중 1.02%는 공급과정에서 발생한 계량오차로 생긴 이득으로 그 규모가 16303800만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전혀 부담할 필요가 없는 비용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요금이 부과됐다는 게 이 의원 측의 지적이다.

도시가스 구매량과 판매량의 차이가 발생하는 데에는 온도와 압력차에 따른 부피변화 또는 계측기 자체의 결함 가능성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온압차이의 경우 도시가스사가 처음 가스공사로부터 가스를 구매할 때에는 0, 1기압 상태에서의 부피로 측정하는 반면,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때는 상온·상압 상태에서의 부피로 계량해 기체라는 가스의 특성상 부피가 변화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요인이다.

구매량과 판매량의 차이에 따른 도시가스사의 부당이득에 대해 산업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소비자에게 반환하거나 가스요금 인하에 반영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토록 지적받아왔음에도 어떠한 정책적 조치도 논의하지 않았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구매량과 판매량의 오차에 대한 대책만 시도했을 뿐, 정작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요금을 부담해왔던 문제에 대해서는 등한시했다는 지적이다.

이훈 의원은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온 문제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사이에 국민들의 부담만 가중됐다산업부가 도시가스사의 계량오차로 취한 부당이득에 대해서 얼마든지 대책을 강구하고 논의할 시간은 있었다면서 산업부의 안이한 태도를 질책했다.

이훈 의원은 또 사전적으로 가스 구매량과 판매량의 계량오차를 줄이는 일과 사후적으로 오차에 의한 부당이득에 대응하는 일은 별개의 일로 각각 전력을 다해 대응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번 기회를 계기로 반드시 도시가스사의 부당이득은 국민들에게 반환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2008년 소송측정오차 부당이득 아니다판결

이에 대해 도시가스업계는 도시가스 판매량 차이를 부당이득이라고 보는 것은 오해에서 비롯됐다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도시가스사업은 한국가스공사에서 액체상태로 수입한 천연가스를 기화시켜 기체상태로 배관을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프로세스로, 이 과정에서 구입량과 판매량 간 물량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온도와 압력에 따른 오차, 계량기 자체의 기계적 오차, 구입검침과 판매검침의 시차 등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

이 같은 구매량과 판매량 차이는 다른 산업 및 선진국에서도 발생하며 전력, 유류, 수도 등 유틸리티 산업은 물론 정육점, 채소가게 등 생활 전반에 상존한다.

특히 온도와 압력에 따른 오차는 자연발생적인 것으로 도시가스를 공급받는 소비자의 주거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이 온도와 압력을 변화시켜 일정한 형태가 없고 유동성이 큰 기체인 도시가스 부피에 영향을 미쳐 측정오차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판매량을 측정하는 계량기는 기계이다 보니 오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계량법에서도 3%까지 사용오차를 허용하고 있다.

검침시차에 따른 계측차이도 발생한다. 도매공급처인 가스공사는 전국 34개 도시가스를 대상으로 검침업무를 수행해 매월말 일시에 구입량을 검침할 수 있다. 반면 도시가스사는 전국 1800만 소비자를 일시에 검침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측정오차는 도시가스사가 부당하게 소비자에게 요금을 부과한 게 아니라 기체의 특성, 기술적 오차, 검침시차에 따라 발생한 것이다. 이를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으로 모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2008년 측정오차가 부당이득인지 여부를 가리는 소송이 진행된 바 있다. 해당사안에 대해 법원은 측정오차를 부당이득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도시가스업계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오차일지라도 이를 외면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소비자에게 정확한 요금이 부과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다양한 측면에서 제도 보완·정비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2006년 계량기 허용오차 기준을 기존 2%에서 1.5%로 강화했을 뿐 아니라 2008년에는 온압보정계수를 도입했고, 이를 통해 기존 2%대의 측정오차를 1% 초반까지 줄였다. 또한 올해부터는 온압보정계수 산출 지역을 28곳에서 52곳으로 크게 늘려 계수의 신뢰성을 높였다.

이 같은 제도적 보완을 통해 20062.76%에 이르던 측정오차는 지난해 0.83%70% 가까이 줄었으며, 계량에 관한 법률에서 인정하는 허용오차 1.5%를 크게 밑도는 성과를 거뒀다.

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상무는 측정오차를 최소화 할 수 있는 해결방안은 온압보정장치를 전국 1800만의 가구에 설치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시중 유통되는 온압보정장치의 가격을 고려할 때 전 국민이 온압보정장치를 설치할 경우 계측오차 감소로 인해 소비자가 얻는 이익보다 온압보정장치 설치비가 더 커 오히려 소비자 편익이 감소하는 결과가 빚어지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측정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함께 계량선진화 및 스마트계량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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